한국지역대학연합회의 기조강연 감상: 대학과 학생, AI 그리고 교육 
한국지역대학연합회의 기조강연 감상: 대학과 학생, AI 그리고 교육 
  • 월영소식
  • 승인 2026.10.2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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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 특임부총장
박정진 특임부총장

  제51차 한국지역대학연합회의(이하 RUCK: The Regional University Consortium of Korea)가 2026년 10월 15일부터 16일까지 경남대학교에서 개최되었다. 참석해 주신 8개 대학을 대표하는 총장님들께서 한마음으로 이야기하신 말씀은 “RUCK에 오면 다른 회의에 참석할 때 느끼는 긴장감보다는 가족같이 서로 돕고 싶은 편안한 마음이 듭니다. 특히 지역별로 나눠져 있어 서로가 경쟁자보다는 함께하는 파트너로서 현안을 협력할 수 있어 좋습니다”였다. 

  행사는 각 학교의 역량을 보여주는 자리인 동시에, 당면한 교육의 시대적‧사회적 문제에 대해 RUCK 소속 8개 대학(가톨릭관동대학교, 경남대학교, 계명대학교, 아주대학교, 울산대학교, 전주대학교, 한남대학교, 호남대학교)이 분과별로 정보를 공유하고 각 대학의 실천 과제를 발표, 토론하였다. 

  행사의 핵심주제는 미래의 물결(학령인구 감소와 AI 활용)에 대한 대학들의 대비에 관한 것이었다. 여기서는 특히 궁금한뇌연구소 장동선 박사의 기조강연을 대표적으로 소개하여 AI 시대의 중요한 부분을 살폈다. 그의 주제인 “AI는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는 AI의 활용과 확산에만 집중하는 시대에 피교육자에게 중요한 부분을 짚었다. 강연의 핵심은 “AI 시대 대학은 지식을 전달하는 곳을 넘어, 스스로 생각하고 미래를 설계하며 다른 사람과 협력하는 인간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 취지는 다음과 같다. 

궁금한뇌연구소 장동선 박사 기조강연, 'AI는 뇌를 어떻게 바꾸는가'

  1. AI는 인간이 생각하고 배우는 방식을 바꾼다.
  문자는 지식을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게 했고, 검색 기술은 정보 자체보다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를 기억하게 했다. AI는 이러한 변화를 인간의 사고와 문제 해결 영역까지 확대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도구의 발전이 곧 사용자의 사고력 향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특히 알파스쿨과 같은 AI 기반 교육 모델과 Y Combinator와 같은 창업 지원 기관의 확산이 기존 대학 교육의 역할과 위상에 새로운 도전이 될 수 있음을 경계하였다. 그러면서도 알파스쿨이 AI를 활용한 핵심 학습을 하루 2시간으로 운영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기초 역량 함양과 체력 단련 등 다양한 활동에 집중한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이는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인간의 기초 역량과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더욱 중요해진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2. AI 활용의 핵심은 ‘인지적 주도권’(Cognitive Sovereignty)을 유지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AI에 답변을 맡기기보다 자신의 생각과 가설, 초안을 먼저 만들고 AI의 답변과 비교하며 수정해야 함을 강조하였다. 스스로 질문하고 판단하며 그 결과에 책임지는 태도가 있어야 AI 사용이 실질적인 학습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3. 대학의 위기는 학생 수 감소를 넘어 교육 방식의 변화에서 온다.
  그는 AI 기반 맞춤형 학습과 기업 주도의 교육이 대학교육에 대한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앞서 언급한 알파스쿨, Y Combinator, 중국의 Brain Capital 논의, Astra School등은 교육과 인재 양성의 방식이 기존 대학 중심의 체계에서 점차 다양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하였다. 이에 따라서 지식을 설명하고 정답을 평가하는 방식만으로는 대학의 가치를 충분히 입증하기 어려우며, 교수의 역할도 단순한 강의자에서 질문·토론·탐구를 이끄는 지도자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4. 교육의 중심을 ‘정답 찾기’에서 ‘문제 발견과 미래 설계’로 옮겨야 한다.
  학생은 주어진 문제를 잘 푸는 데서 나아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지 생각하고 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를 직접 설정해야 한다. 강연에서 소개한 ‘미래사회 디자인’ 수업은 산업 현장의 변화와 학생의 상상력을 연결해 새로운 사회와 시스템을 구상하도록 하는 사례다. 이 과정에서도 읽기·쓰기·논리·수리 등 기초 역량이 중요하며, AI 시대에는 이를 충분히 함양한 학생이 AI를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5. AI 시대일수록 인간의 기본 역량과 관계가 중요해진다.
  호기심, 끈기, 회복탄력성, 소통, 협업, 윤리적 판단이 AI 시대의 핵심 역량으로 강조될 것이다. 강연에서는 이러한 역량과 수면·운동 등 뇌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포괄하는 ‘뇌 자본(Brain Capital)’의 개념을 설명하였다. 따라서 대학은 기술 활용 교육과 함께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하고 도전하며 서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6. 평가는 최종 결과뿐 아니라 사고와 성장의 과정을 살펴야 한다.
  한 번의 시험이나 제출물만으로 능력을 판단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어떤 질문을 제기했는지, AI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오류를 어떻게 검증하고 생각을 수정했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결과물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학습 과정에서의 정직성, 판단력, 책임감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7. 대학은 학생과 세계를 연결하는 거점이 되어야 한다.
  그는 미래의 인구 변화에 주목하며 인도·동남아·아프리카·중남미 등과의 협력을 강조하였다. 한국의 문화적 매력과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해외에서 공동 과제를 수행하고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대학이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국제화의 목표가 단순한 해외 경험을 넘어 함께 배우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는 데 있다는 점은 중요한 지적이다.
 

제51차 한국지역대학연합회의(RUCK)에 참석한 박정진 특임부총장

  지방대학을 낮춰 부르거나 폄하하는 SNS의 풍조가 있다. 그러나 지방대학은 그동안 사명감을 가지고 국가적 차원에서 인력 양성과 지방 발전에 기여해 왔다. 대한민국만큼 교육 경쟁이 치열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지방대학은 단순히 최고 수준의 학생을 양성하기 위해 경쟁하는 곳만은 아니다. 지역의 학생을 ‘오늘보다 더 높은 내일로 인도’하여 그 성공을 바탕으로 지방 발전과 국가 경쟁력을 이끌어내는 곳이다. 

  그러기에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범용인공지능)가 곧 도래할 미래에는 깊이 성찰하며 AI를 활용하는 사용자를 더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특히 강연자의 인사이트를 빌어 말하면, 앞으로 대학의 역할은 AI 시대의 ‘찾는 바보’를 만들지 않고 ‘사용하는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편한 사람보다는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갈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방향성을 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만으로도 이번 행사는 모든 대학 구성원들에게 있어 큰 선물이었다. 이제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지에 따라 한 발 먼저 미래 교육의 문을 열어젖히게 될 것이다.
 

2026년 10월 22일자 경남신문 15면

 AI 시대, 대학은 어떤 사람을 길러야 하는가

박정진(경남대학교 특임부총장)

https://www.knnews.co.kr/news/articleView.php?idxno=1553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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