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대학원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며 은퇴 후 새로운 나눔의 길을 준비하는 60대 신부가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천주교 마산교구 월영성당 윤행도(65·가롤로) 주임신부다.
평생 사목과 나눔을 실천해 온 윤 신부가 60대 중반에 다시 학생이 됐다. 올해 3월 행정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석사과정에 입학해 약 30년 만에 책을 펼친 것이다. 은퇴 후에도 노인을 위한 일을 이어가기 위해 오랜 현장 경험에 사회복지의 전문성을 더하고자 한 선택이다.
사제는 만 70세가 되면 현직에서 물러나지만, 윤 신부는 이웃을 위한 봉사에는 은퇴가 없다고 생각한다. 윤 신부는 “노인이 많아지니 누군가는 노인을 위한 일을 해야 하고, 노인도 그 일을 해야 한다”며 늦깎이 대학원생이 된 이유를 밝혔다.
윤 신부는 매일 새벽 3시 무렵 일어나 두 시간가량 기도한 뒤 성당과 인근 골목길을 청소한다. 2024년 월영성당 부임 이후 꾸준히 이어온 일상이다. 수요일과 목요일 저녁이면 강의실을 찾아 사목과 학업을 병행한다. 성당 신자인 교수들과의 인연도 대학원 진학에 힘을 보탰다.
대학원에서의 배움은 오랫동안 실천해 온 나눔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한 사람의 선의에 의존하는 자선에서 나아가 지역사회와 복지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체계적인 사회복지의 필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윤 신부는 “오랫동안 해 온 나눔은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건네는 자선, 사회복지는 그 손길을 사회라는 그물로 엮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수업으로 일본의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꼽았다. 방송 PD 출신 오구니 시로가 2017년 기획한 이 식당은 치매 노인들이 손님의 주문을 받고, 손님들은 주문이 잘못되더라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곳이다. 윤 신부는 이 사례에서 노인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사회의 일원으로 존중하는 복지의 의미를 발견했다.
윤 신부는 “사회가 품어 주면 어르신은 ‘나도 아직 쓸모가 있구나’ 하는 자존감을 지키고, 사회는 다른 사람의 실수를 받아들이는 관용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라며 “노인은 사라져 가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오늘이 있는 거죠”라고 강조했다.
2009년부터 강사료와 신자들의 후원금을 모으는 ‘자캐오 곳간’ 통장을 운영하며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다. 현재 시설 세 곳과 개인 네 명을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노인요양원 어르신들의 봉헌금을 모아 아동복지시설에 전달하는 등 세대를 잇는 나눔도 실천하고 있다.
이제 윤 신부는 대학에서 배운 사회복지 이론을 바탕으로 그동안의 나눔을 지역사회와 연계한 노인복지 활동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 개인의 선의에 머물렀던 도움의 손길을 더 많은 이웃에게 닿을 수 있는 체계적인 복지로 확장하는 것이 그의 새로운 목표다.
개교 80주년을 맞은 대학에도 학생의 한 사람으로서 바람을 전했다. 윤 신부는 “80년 역사에 기대기보다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경남대만의 길을 구성원들이 함께 찾았으면 합니다. 여러 마음이 모이면 분명 길이 보일 겁니다”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나눔을 실천해 온 윤 신부는 자신을 여전히 배움의 과정에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윤 신부는 ‘사사로울 사(私)’ 자에 빗대, 자신의 품으로만 곡식을 끌어안던 손을 다른 사람을 향해 펴는 것이 나눔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지금 손 펴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우리 대학은 앞으로도 다양한 연령과 배경의 대학원생들이 새로운 배움과 도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대학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이 지역사회에서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과 지역사회 간 연계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