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신문 칼럼] 김종덕 석좌교수
[농민신문 칼럼] 김종덕 석좌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6.06.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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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쌀 소비가 애국이다

  경남대 석좌교수, 국제슬로푸드 한국협회장

  밀가루·육류 섭취 증가…쌀 소비 감소로 이어져…관세화 인한 수입쌀도 문제

  농업 근간인 벼 농사와…국민 건강 지키기 위해…국산쌀 소비 늘려야


  대만의 장개석 총통은 국민에게 ‘밀가루 소비가 애국이다’라고 호소한 적이 있다.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원조물자로 잉여농산물인 밀을 제공받았던 시절에 도입된 미국산 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정권 유지를 위해 미국의 원조가 중요했던 장개석 총통으로서는 이러한 호소가 필요했고, 절실한 호소로 인해 대만의 밀가루 소비가 늘어났다.

  우리나라도 같은 시기에 미국으로부터 잉여농산물을 원조로 받았다. 이때 유입된 밀은 우리의 밀농사가 사라지게 되는 원인이 됐다. 미국에서 물밀 듯이 들어온 싼 밀 때문에 국산 밀은 가격 경쟁에서 버틸 수 없었다. 정부에 의한 미국산 밀의 대규모 공급은 국민들이 밀가루를 많이 섭취하는 식문화를 가져왔다. 미국 원조가 끝난 후 우리나라는 미국의 밀 수출시장이 되었고, 밀 소비는 늘어나 2015년 기준으로 국민 1인당 연간 밀 소비량은 32.2㎏에 이르게 된 것이다.

  밀가루와 육류 소비증가를 포함한 음식 섭취의 변화는 쌀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 쌀 소비는 1980년대 중반에 1인당 연간 130㎏에 달했는데, 2015년에는 62.9㎏으로 50% 이상 떨어졌다. 쌀 소비 감소로 인해 2015년 기준 연간 쌀 생산량은 430여만t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쌀이 남는다. 이러한 사정에서 또 문제가 되는 것은 쌀 관세화 유예물량으로 들어오는 42만t의 수입쌀이다.

  수요를 넘어서는 쌀의 공급은 시장에서 쌀 가격의 저하로 이어지고, 이는 벼 생산 농가에 피해를 가져오고 있다. 또 목표 시장가격 이하로 떨어질 경우 차이가 발생하는 부분을 보전하고, 재고를 보관해야 하는 정부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심각한 쌀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만의 경우와 사정은 다르지만 ‘쌀 소비가 애국이다’를 국민에게 호소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호소가 받아들여지게 된다면 쌀 소비를 진작시켜 벼농사의 축소로 인한 문제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국면에서 쌀 소비가 애국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쌀 소비가 늘게 되면, 우리 농업의 근간인 벼농사를 지킬 수 있다. 지금처럼 쌀 소비량이 계속 줄어들 경우, 또 쌀 고관세에도 불구하고 외국산 쌀이 유입될 경우 벼농사는 지속적으로 위축되고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주곡을 생산하는 벼농사가 붕괴한다는 것은 곧 국가 식량안보의 심각한 위협으로 이어지게 된다. 식량자급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서도 최하위권인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그렇다.

  둘째, 쌀 소비 증대는 벼 비축에 따른 정부 재정부담을 줄여준다. 저성장으로 인해 정부 재정수입이 줄어드는 가운데 벼 재고 비축에 따른 비용 부담을 완화할 수 있게 된다면 정부는 국가적인 문제에 한층 집중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셋째, 건강식으로서도 손색없는 쌀 소비의 확산은 질병으로 인한 국민들의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의료비 지출을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지금 국민들이 많이 소비하는 밀의 경우 생산과정 그리고 생산 후 보관과 수송과정에서 여러번에 걸쳐 농약·방부제 등이 살포된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의 쌀은 유기농과 무농약으로 재배되는 물량이 늘고, 농약을 이용했더라도 수입 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전하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많은 국민들이 안전한 쌀을 외면하고, 수입 밀가루로 만든 제품을 먹고 있다. 국민들이 외국산 밀가루 식품 대신 우리 쌀 소비를 늘린다면, 지금보다 개인적으로는 물론 국가 전체가 한층 건강해질 수 있는 지름길이다.

  우리 쌀 소비를 늘리려면, 쌀 소비가 애국이라는 호소와 더불어 국민들의 쌀 소비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최근 패스트푸드나 외식 등으로 무너지는 밥 중심의 가정식사가 다시 부활하도록 해야 한다. 또 밀가루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쌀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의 선택을 늘릴 필요가 있다. 쌀을 이용해 부가가치가 높은 술·식초·조청을 만들도록 적극 유도해야 한다. 벼농사를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활용해야 할 때다. 벼농사가 붕괴되면 우리 농업의 미래는 물론 국민들의 건강도 보장할 수 없다.

<위 글은 농민신문 2016년 6월 22일(수) 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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