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시론] 김근식 교수
[중앙일보 시론] 김근식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3.04.04 11: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론] 김정은 의도와 박근혜 정부 출구전략

    한반도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다. 긴장의 수위와 강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작금의 위기가 장기화·고착화된다는 점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북한은 당 중앙위 회의를 통해 경제와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공식 채택했다. 핵무력 건설 노선은 최근의 대미 강경 대결과 대남 군사적 긴장 조성이라는 전략과 맞물려 있다.

 과연 북한이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하면서 대미 강경과 대남 위협을 지속하고 있는 현 전략의 본심은 무엇일까? 역설적이게도 최근 북한의 전략 변화는 경제건설의 절박성에 토대하고 있다. 막무가내의 핵보유 논리도 ‘국방비를 추가로 늘리지 않는’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인 안보 대책으로 설명되고 있다.

 이는 1960년대 경제국방 병진 노선이나 김정일 시대 ‘국방공업을 우선하면서 농업, 경공업을 동시 발전시킨다’는 선군경제 노선과 구별된다. 기존에는 국방 병진을 위해 막대한 자원과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지만 지금 핵무력 병진 노선은 국방비를 최소화해서 경제건설에 매진하기 위한 논리다. 결과는 핵보유 기정사실화지만 논리는 경제건설을 위한 절박함인 것이다. 최고인민회의에서 7·1조치의 주역이자 시장개혁의 상징인 박봉주를 다시 총리에 복귀시킨 것도 핵무력 건설이 사실은 경제회생과 경제발전을 위한 논리적 귀결임을 뒷받침한다.

 핵무력 병진 노선이 미국과의 대결 상황에서 북의 안전보장을 위해 채택한 것이라면 협상 국면에서 북이 안전보장을 위해 줄곧 주장했던 것은 평화체제 협상이다. 북한은 이미 2005년부터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관계 정상화의 첩경으로서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해 왔다. 9·19 공동성명에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가 동시에 명기된 것도 그 맥락이었다. 6자회담이 중단되고 북·미 대결이 재연된 이후 북한은 2010년 1월 11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향후 협상은 비핵화와 함께 평화체제 논의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경제건설을 위한 자신의 체제보장과 안전보장은 평화체제 전환에 의해 가능하다는 것이 북한의 일관된 논리였다.

 결국 북한은 경제건설의 조건으로서 안전보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대결 국면에는 핵무력 병진 노선을, 협상 국면에는 평화체제 논의를 동전의 양면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대미 대결과 대남 위협은 역설적으로 한반도 평화체제의 필요성을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적 의도에 다름 아니다. 실제 무력도발보다는 한반도 위기를 한껏 고조시켜 정전체제의 불안정성을 과시하고 군사적 위기를 극대화함으로써 향후 협상 국면에서 평화체제 논의의 정당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 때문에 핵무력 건설과 한반도 긴장 고조는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전략이 될 것이고, 우리는 만성적인 전쟁위기와 긴장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결국 북한의 전략이 경제회생을 위한 안전 담보로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요구하고 있고, 이를 위해 역설적으로 한반도 긴장 고조를 최대화하는 것이면 우리가 군사적 차원의 안보논리만으로 대응하는 것은 절반의 해법일 수밖에 없다. 북이 원하는 것이 바로 한·미 공동의 군사적 대응이고, 오히려 그것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지금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는 것은 동의하기 싫지만 북한이고, 그들은 지속적으로 한반도발 군사위기와 전쟁위협을 이어갈 것이다. 북이 이끄는 한반도 긴장 고조에 그저 끌려다니면서 하루하루를 전쟁위기에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반도 긴장이 지속될 경우 가장 큰 피해는 우리일 수밖에 없다. 지금부터 우리가 주도하는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한국이 나서서 출구전략을 짜고 창의적인 안을 만들고 이를 가지고 워싱턴으로, 베이징으로, 평양으로 가서 인내심을 갖고 설득하고 견인하고 압박해야 한다. 발품을 팔고, 고민을 한 만큼 우리의 발언권과 주도력은 확보된다. 그리고 출구전략의 핵심은 바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 노력이다. 경제건설을 위한 안전보장과 평화체제가 북한의 절박한 요구라면 우리가 먼저 북의 안전보장을 위한 평화체제 논의를 제의하고 주도해야 한다. 평화체제 논의가 마치 북의 전유물인 양 우리에게 터부시되는 것은 이제 극복해야 한다. 5월 미국을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 가방 안에는 반드시 한반도 평화체제를 위한 우리의 창의적인 출구전략이 담겨야 할 것이다. 그것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출발이 돼야 한다.

-위 글은 2013년 4월 4일(목) 35면에서 발췌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