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자사고에 대한 긍정적 여론보다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사고 등 고교 다양화에 대한 찬성 비율이 2010년 72.3%에서 2011년 81.0%, 2012년 78.2%, 2013년 68.5% 수준을 유지했다. 2014년에는 그 비율이 58.6%로 다소 낮아졌다. 2015년에는 많은 국민들이 특목고와 자사고의 역할에 대해 ‘인재 양성’ 등 긍정적 측면보다 ‘대입 특혜’ 등 부정적 측면을 크게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특히 새 정부 출범 무렵 한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외고·자사고 존폐 여론조사에 따르면 폐지가 52.5%, 유지가 27.2%로 폐지에 찬성하는 여론이 두 배가량 많았다. 교육 현장 목소리는 더하다. 초·중·고 교사의 경우 88%가 폐지에 찬성하고 있다.
여론조사에만 근거해서 자사고 폐지 여부를 결정한다면 자사고를 당장 폐지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학교 제도의 존폐 여부는 여론에만 근거해서 결정할 수 없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이다. 그래서인지 김상곤 교육부장관은 특권교육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자사고 폐지 여부는 앞으로 구성될 국민교육회의를 통해 공론화하고 결과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자사고의 운명은 국민교육회의 논의와 결정에 달려 있다. 국민교육회의가 자사고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만 의지해 제도 자체를 아예 폐지하는 결정을 할 것인지는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렵다.
자사고는 사학 고유의 건학이념을 존중하고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한 좋은 의도에서 출발한 정책이다. 하지만 경제적 능력이 있는 학생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을 대상으로 대학 입시위주 교육을 함으로써 교육 양극화와 고교체제 서열화라는 나쁜 결과를 초래한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전국에 걸쳐 6개교로 유지됐던 자립형 사립고는 특권교육이라는 자사고의 폐해보다는 고교 체제의 획일성을 극복하고 건학 이념에 근거해 인재를 양성한다는 긍정적 성과가 주목을 받았다. 이렇게 자사고에 대한 정책 진화과정에서 성과와 폐해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국민교육회의는 좋은 의도를 살리고 나쁜 결과를 초래한 상황을 해소함으로써 자사고 유지 정책을 택할 것인지, 아니면 나쁜 결과에 주목해 자사고 폐지 정책을 택할 것인지 갈림길에 설 것이다. 제3의 길은 없는가? 국민교육회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솔로몬의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
<위 글은 경남신문 2017년 7월 18일(화)자 23면에 전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