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칼럼] 안차수 교수
[경남도민일보 칼럼] 안차수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06.22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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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의식구조

  세월호 참사·메르스 사태 책임 전가…봉건적 주종 의식 따른 수직적 사고

  대통령이 왜 저럴까? 세월호에 이어 메르스 대처를 보면서 국민들이 품는 의문이다. '아몰랑, 미국 갈거야'가 SNS에 대유행을 하고 페이스북 페이지 '박근혜 번역기-내 말을 알아듣는 나라'가 화제다. 아몰랑은 아몰랑녀에서 나왔는데 짜증녀이며 회피녀라는 여성비하이고 박근혜 번역기는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는 대통령의 말과 글을 조롱하는 것이다.

  세간의 풍자와 조롱은 전혀 근거가 없지 않다. 최근 보도된 2장의 대통령 사진과 1건의 정부발표를 보자.

  외국인 관광객이 메르스에 걸리면 3000달러를 주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썰렁한 코미디를 넘어 판단력을 의심할 정도다. 동대문시장에서 아이돌 스타 대접을 받는 대통령 사진을 보고 뜨악하던 국민여론은 삼성서울병원장으로부터 사과를 받는 대통령의 사진에서 폭발했다. '지금 쇼핑할 시간인가? 누가 누구에게 사과를 해야 한단 말인가?'라는 비판과 아울러 '도대체 대통령이 왜 저럴까?'란 의문은 가중되었다.

  장 겝제르(Jean Gebser)라는 스위스의 문화철학자에 의하면 인류의 의식구조는 크게 5가지로 나눌 수 있다. 원초적, 마술적, 신화적, 시각적, 통합적 구조이다. 겝제르의 생각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한 사회 혹은 한 인간의 의식구조가 단절적이라기보다는 연속적이며 다층적 성격을 가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첨단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미신을 믿거나 점괘를 보러 다니고 단군의 자손이라는 신화를 받들며 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그의 이론은 다윈의 진화론를 거부한다. 종의 기원이 다른 종에 의해 그 한계가 극복되어 진화한다기보다는 현재의 우리 몸에도 아메바의 특성은 존재하며 이전의 모든 특징을 축적한다는 것이다.

  십상시, 문고리 3인방, 박비어천가. 청와대를 둘러싼 권력암투를 조롱하는 표현이다. 이 말들의 의식구조는 임금을 모시던 왕조시대의 것이다.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유병언과 해수부가 져야했고 메르스의 책임은 삼성서울병원과 보건당국이 지고 있다. 왕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으며 모든 잘못은 신하에게 있다는 봉건적 주종 의식구조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어렵다.

  미국 드라마 <웨스트윙>은 대통령과 참모들의 격의 없는 대화로 유명하다. 실제 백악관 문화를 반영한 것으로 부러움을 산 적이 있다. 홉스테드가 말한 권력거리(Power distance)가 작은 경우다. 상사와 하급자가 평등하고 상호의존적이며 조직에서 권력의 분산을 의미한다.

  권력거리가 큰 사회의 지도자는 자신을 선한 군주 혹은 착한 어버이로 착각하는 경향이 많다. 다행히 성군이라면 '모든 것이 짐의 부덕의 소치요' 하겠지만, 이런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일이 잘못되면 힘없는 신하나 백성을 제물 삼는다.
 
  세월호와 메르스사태는 국민들의 수평적 사고와 대통령의 수직적 사고의 괴리를 잘 보여준다.

  탈권위시대의 초법적 존재의식 그리고 민주사회에서 제왕적 사고방식, 민주적 지도자라면 걷어내야 할 사고구조의 적폐다.

<위 글은 경남도민일보 2015년 6월 22일(월)자 11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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