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 제재 강화될수록 출구전략 어렵다 - 양무진 교수
북핵 문제, 제재 강화될수록 출구전략 어렵다 - 양무진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3.02.0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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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바로미터] 박근혜 정부의 북핵정책과 남북관계 전망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외교안보 환경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12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이후 또다시 자신들이 보유한 핵능력을 실험하면서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후보시절 외교안보 도그마로 내세웠던 ‘신뢰프로세스’를 실험하려 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진행되고 있는 북한의 행위들은 2009년 미사일 발사, 유엔안보리 제재, 핵실험 예고와 거의 유사한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국면은 과거와는 달리 매우 심각하고 엄중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첫째, 6자회담 프로세스가 중단된 지난 5년 동안 북한의 핵능력이 점차 강화되어 왔다. 지난 1,2차 핵실험은 핵능력 강화라는 기술적인 측면도 있었지만 주변국들을 압박하여 6자회담 교착국면을 해소하고 협상을 유도하는 성격도 매우 강했다. 그러나 이제 핵능력이 플루토늄에서 고농축우라늄으로 넘어가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에게 있어 이번 핵실험은 핵보유국으로 자리 잡는 매우 중요한 단계라 할 수 있다.

  둘째, 이번 핵실험을 앞두고 북한의 입장은 매우 강경하다.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있어서는 첫 외교적 시험무대이기 때문이다. 경험이나 연륜이 부족한 김 위원장에게 있어 핵과 선군정치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체제 보위수단이다. 절대 권력자로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주기 위해서도 나약한 모습은 결코 보여줄 수 없다. 2009년과는 달리 북한 스스로 6자회담의 사멸과 핵 포기 불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파기 등 자주권 수호와 전면적인 대결을 선언한 이유는 김정은 체제를 우습게 보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제재에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당·군·정 권력층의 결사항전 의지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셋째,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제 북한과의 문제에 있어 타협의 여지가 점차 없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앞으로도 평화적 우주이용권을 주장하면서 장거리 로켓발사를 지속할 것이고, 핵보유국으로서 다양한 핵실험과 무장강화를 꾀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한미를 비롯한 주변국, 유엔의 제재는 막나가는 북한 앞에서 어느 순간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지금 2차 핵실험 앞에 주변국들이 무기력한 것처럼, 우리 국민들 조차 어느 순간 북한의 계속된 장거리로켓, 핵개발에 무감각해 질 것이고, 주변국 외교도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시간만 지체할 것이다.

  그렇다면 곧 출범할 박근혜 정부는 현재 북한 핵문제와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가?

  첫째로 북한의 핵능력 강화행위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된다. 지난 5년간 기다리는 전략에도 북한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고 또다시 똑같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한미가 우려하고 있는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탄두 능력의 결합은 앞으로 안보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의 선의를 기다리는 정책은 현재 북한 내부의 사정에 비추어볼 때 더 이상 합리적이지 못하다.

  둘째로 일부에서는 북한의 핵실험이 유연한 대북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박근혜 정부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음을 지적한다. 북한이 새롭게 들어설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은 자제하고 있으나 핵실험 정국에서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펼치는 여건이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는 북한의 대결적 행위와 국제사회의 제재가 반복되면서 악화되는 ‘안보딜레마’에 빠져서는 안된다.

  제재가 강화될수록 북한이 굴복하고 나올 것이라는 논리는 더 이상 현실성이 없다. 제재가 강화될수록 출구전략을 찾기 어렵고 한반도 문제에 미국과 중국이 개입하는 영향력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미중간의 협상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남북관계는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상황으로 전락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일수록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를 제재의 종속변수로 두어서는 안되고, 문제 해결의 기제로서 남북관계를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셋째로 박근혜 당선인은 지금이라도 무용화된 6자회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 취임직후 북핵문제와 남북대화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를 핵문제 해결의 핵심 당사자인 미국과 본격적으로 조율해 나가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도 이제 2기가 출범했고 대화파로 알려진 케리 국무장관이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만큼, 어떤 로드맵을 가지고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한미 공동의 대안마련이 시급하다.  

  과거 북한과의 대화에서 여러 차례 뒤통수를 맞았다고 여기는 미국의 현 대북시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남북관계를 복원하여 북한과 미국 등 주변국과의 대화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해 대선기간 중 괌에서 비밀리에 평양으로 날아간 미국 대표단이나 동남아 등지에서 열리고 있는 북일대화를 볼 때 주변국들의 대화수요는 반드시 존재한다. 남북관계는 그러한 여건조성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3대 세습체제 출현 및 핵실험으로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서 남북대화 불가론, 북한 핵포기 회의론, 우리의 핵 무장론 등이 점증하고 있다. 물론 북한이 궁극적으로 태도를 바꿔야 할 문제이나, 우리가 군사적 수단으로 통일을 이루려는 것이 아닌 이상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 박근혜 정부의 신뢰프로세스가 북한에 먼저 변화를 요구하는 이명박 정부의 재탕으로 인식한다면 북한은 대화의 장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대화는 일단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는 가운데 진행될 수 있으며, 대화 없이는 신뢰라는 것은 구축될 수 없다.

                    - 위 글은 2013년 2월 6일자 미디어오늘 홈페이지에서 발췌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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