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황금장미-운문일기2(북한대학원대 김선향 이사장)
[서평]황금장미-운문일기2(북한대학원대 김선향 이사장)
  • 월영소식
  • 승인 2021.03.3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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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노래하는 황금장미(영어교육과 이미선 교수)
김선향 지음, 『황금장미』 운문일기2 (서정시학, 2021)

  김선향 시인의 새 시집 『황금장미』는, 어느 소년에게서 받은 황금장미 다발과 오래된 반짇고리를 씨줄과 날줄 삼아 시인의 일상을 시듦과 시들지 않음 사이의 사색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집의 부제인 ‘운문일기’는 운문으로 쓴 일기라는 표면적 의미를 넘어 시인의 삶을 함축한다. 

  운문이야말로 영문학자로서, 작가로서, 그리고 시의 독자로서 시인의 삶의 궤적을 대표하는 단어이다. 17세기 형이상학파 시인들, 특히 존 던(John Donne)의 시를 연구하는 이 땅의 학자들은 그의 번역시집과 평론집에 의존하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이번 시집의 머리말로 쓰인 시구 역시 형이상학파 시인인 앤드류 마블(Andrew Marvell)의 시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그의 등 뒤에서 달려오는 “시간의 날개달린 마차”의 이미지는, 『황금장미』를 관통하는 정서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가을의 바람 소리마저 두려움을 가져다주는 세월 속에서 “가던 길을 마저 가려”하는 시인의 속내를 우리는 가슴 저린 감동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또한 일기이기에 그것은 한 개인의 내밀한 기록이자 고백이다. 동시에 시인의 발자취 덕분에 그의 일기는 우리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로 우리를 데려다준다. 시인의 기록으로 마주치게 되는 순간들, 그리고 여행과 산책의 길에서 그가 기억하는 소중한 만남들은, 그 명징한 언어 덕분에 시간을 넘어 고스란히 우리의 것이 된다. 

  『황금장미』에서 생명이 없는 조화를 사랑하게 된 역설은 시간의 위력을 벗어나 시들지 않음을 꿈꾸는 시인의 마음을 잘 보여준다. 그에게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소년”이 건넨 황금장미나 벗이 보낸 빨간 비누장미는 모두 지지 않을 꽃들이다. 이 꽃들이 주는 위안은 시듦의 시간 속에서 그를 위로해주고, 우리 모두를 위로해줄 게 분명하다. 하지만 곧 시들어버릴 창밖의 분홍 넝쿨 장미가 주는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는 시선을 지녔기에, “우리 모두가 장미의 이름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그토록 긍정하는 삶을 향한 그의 사랑은 결국 이루어질 것이다. 

  종군기자가 되고 싶었던 그의 “유년의 꿈”은 사라지지 않았다. 시인은 어제와 오늘의 이야기를 시로써 우리에게 들려주는 삶의 종군기자, 시간의 종군기자가 되어 우리 곁에 와 있다. 지금 이 순간 “노래 소리가 나는 글을 쓰고 싶은” 그의 바램은 이루어지고 있다. 


     -이미선 (영어교육과 교수, 아레테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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