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감사의 편지 보내기' 우수 수상작(1)
스승의 날 '감사의 편지 보내기' 우수 수상작(1)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5.05.1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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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안식처였던 선생님! 따스한 격려와 미소가 더욱 그리워"
꼭 한 번 뵙고 싶은 선생님께

푸른 녹음이 더없이 싱그럽기만 한 5월! 어느덧 "덥다"는 불평이 입에서 절로 나오고 손부채질이 바빠지는 계절이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건강하게 잘 계시리라 마음속으로나마 간절히 바라면서도 한 번 찾아뵙고 인사도 드리지 못하는, 울보였던 못난 제자 경아입니다.

며칠 전 도서관을 다녀오다 선생님 댁 앞에 주차된 선생님의 차를 보고는 7년 전 여고시절의 모습이 생생히 떠올랐습니다. 개교를 함께 한 1회생으로 다른 학교의 더부살이 생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철부지처럼 굴던 그때 모습을 떠올리니 참 쑥스럽기도 하지만 입가에 번지는 미소는 어쩔 수가 없네요. 교복치마를 휘날리며 앞서는 친구를 좇다 선생님과 맞닥뜨렸던 일은 부지기수였고, 수업하고 교무실에 들어오시던 선생님을 다른 선생님께 불려와 꿇어앉아 있는 저희들이 맞이해 드리곤 했었지요. 그럴 때마다 저희를 어르고 타이르시는 선생님의 얼굴은 늘 따뜻함이 넘쳐났었어요.

언제나 저희 입장에서 이해해 주시려고 애쓰시며 저희를 다독여 주셨던 그 손길은 지금도 가끔 힘들거나 위로가 필요할 때 저에게 큰 용기가 되곤 한답니다.

한창 예민할 때였던 그 시절에 더구나 집안사정까지 어려워지며 한없이 작아졌을 때 움츠려졌던 어깨를 당당히 펴고 자신 있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저에게 보여주신 많은 관심과 애정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2학년, 3학년에 올라가서도 잊지 않고 이따금씩 불러 다 풀지도 못할 만큼의 문제집을 두 손에 얹어주시면서, 게다가 시원한 음료수까지 챙겨주시던 선생님의 마음을 그때는 왜 그렇게 당연한 거라고만 생각했을까요?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이렇게 가슴 사무치도록 그리워지는 따뜻함이었는데 선생님의 넓은 마음을 저는 왜 몰랐을까요? 그때 제가 참 많이 어렸나 봅니다.

선생님, 기억나시는지요?

아마 그때도 이맘때쯤처럼 한낮이 되면 졸음이 밀려오는 어느 토요일 오후였습니다. 오후 자율학습시간에 저는 슬며시 선생님을 찾아가 아무 말도 없이 큰소리 내며 울었지요. 무언가 모르게 압박받는 느낌 때문에 견딜 수 없을 때 저는 선생님을 찾아가 그렇게 한바탕 울곤 했습니다.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 버린 제 얼굴을 아무 말씀 없이 물끄러미 쳐다보시다 닦아주시고는 학교 앞 공원에서 솜사탕을 하나 사주셨어요. 솜사탕을 받아들고도 훌쩍이는 저를 울보라 놀리시다가 이렇게 잘 우는 제가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얼마나 상처받으며 힘들어할지 걱정되신다며 저에게 제안을 하나 하셨지요. 눈물이 나올 때 그래서 울게 될 때 자기에게 거는 주문과도 같은 일기를 써보라는 말씀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그 일기를 보고 얼마나 참고 견뎌냈는지 확인하시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죠. 그 일기는 먼 후일 저를 더욱더 건강하고 강인한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해 줄 아주 고마운 존재가 될 거라는 믿음과 확신을 가지며 다시 한 번 더 두 손을 불끈 쥐었습니다. 채찍질이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위안이 되면서 저는 다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때 배웠습니다. 눈물이 맺힐 때 울지 않고 오히려 웃을 수 있는 방법을요.

제가 어느덧 대학 졸업반입니다. 공부를 하다가도 취업 고민으로 이따금씩 머리가 멍해지고,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후회의 한숨만 길게 내쉴 때가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선생님의 따스한 격려와 미소가 더욱 절실한 심정입니다. 그래서 오늘 아주 오래간만에 저 에게 거는 주문일기장을 꺼내어 펼쳐 보았습니다. 그 일기를 쓰기 시작할 때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썼었는데 점차 그 날짜가 멀어지고 또 드물어지고 하였더군요. 그러다 어느 한 페이지 귀퉁이에 남겨져있는 선생님의 응원메시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꺼지기 직전에 마지막 한 순간을 확 타오르는 촛불의 찬란함을 기억하자꾸나."

제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주셨던 선생님.

당신 없는 곳에서도 제 앞가림 잘 하라고 인생에 있어서의 큰 가르침을 주신 점 다시 한번 더 진심을 다해 감사드립니다. 더욱 큰 사람, 된 사람이 되어 선생님의 가르침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살겠습니다. 직접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하는 제자의 도리를 다 하지 못하는 점, 더 발전하는 모습으로 조금이나마 보답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점차 더 더워질 여름의 무더위 속에서도 항상 건강 돌보시며 다음에 인사드릴 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최경아(경제무역·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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