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감사의 편지 보내기' 우수 수상작(2)
스승의 날 '감사의 편지 보내기' 우수 수상작(2)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5.05.1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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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한다고 말할 선생님이 있다는 것이 행복해"
김은임 선생님께

선생님! 어제 모처럼 우산을 적시는 굵은 비가 내리더니 아침에 활짝 개어서 일까요? 학교로 오는 길에 제 마음이 왜 그리도 벅차던지요. 밤새 비에 젖어 생생하게 늘어진 초록 잎사귀들을 보면서 학교까지 걸어오는 길은 오랜만에 찾는 여유라 그런지 너무 좋았습니다. 교육실습을 나가 있느라 4월 한 달 정신없이 달려오다가 이제 조금 여유를 찾아서 이것저것을 돌이켜보니, 저와 선생님의 묘한 인연이 떠올라 기분이 더욱 좋아집니다.

지난 달 교육실습을 나갔었지요. 5년 전 저의 모든 추억이 담긴 마산여자고등학교로. 그곳으로 교육실습을 나가면서부터 이미 선생님은 항상 저와 함께 하셨어요. 비록 지금은 마산고등학교에 계시지만 제 마음 속에서는 언제나 선생님이 자리하셔서 저를 지켜봐 주시고, 잘못된 것은 꾸짖어 주고 계셨습니다. 그런 선생님이 계셨기에 무사히 교육실습을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저의 학창시절, 선생님이 맡아주셨던 2학년 4반. 그 교실에서 쌓은 수많은 추억들, 웃음들, 눈물들. 선생님은 제가 국어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신 모델이 되어주셨고, 또 언니같이, 엄마같이 많은 부분을 보살펴 주셨죠. 멋모르던 1학년을 지나 고등학생 자리를 잡아가는 2학년 때 선생님 같은 분을 만났다는 것을 정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네요.

선생님은 기억하실는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들이랑 봉지라면 해먹는다고 교실 뒤 선생님 책상에서 장난치다가 엎지르는 바람에 책상보를 다 적셨던 사건을요. 심하게 꾸중들을 것 같아 엄청 걱정했는데 선생님께서는 너그럽게도 용서를 하셨었죠. 오히려 봉지라면은 몸에 안 좋다고 먹지 말라고 충고까지 해 주시구요.

그런 선생님께 문학을 배우면서 문학의 매력에 빠졌었고, 아쉽게도 선생님과 이별하고 3학년으로 올라오면서 진로를 국어선생님으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경남대학교 국어교육과에 2000학번으로 입학을 하게 되었지요.

처음엔 선생님께서 말씀이 없으셔서 선생님이 제 선배님이 되시는 줄 몰랐어요. 선생님께서 이원수 교수님 홈페이지에 제가 선생님의 제자라고 많이 꾸짖어 달라고 써놓으신 방명록을 보고서 선생님이 저의 선배님이신 줄 알았습니다. 그 때의 그 감격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는지요. 제게는 별 말씀도 않으셨으면서 교수님께 저를 알려주시고, 또 무엇보다 저의 선배님이기까지 하시다니요.

담임선생님이셨고, 미래의 제 모델이 되어주셨고, 경남대학교 국어교육과 선배님이시고, 이건 바람이지만 올해 임용고사를 치고 나서 제가 선생님이 된다면 같은 직업을 가진 동료까지. 이러니 선생님과 저의 인연이 묘하다 하지 않을 수 없지요.
교육실습을 나오면서 제일 많이 생각났던 김은임 선생님. 영은이랑 같이 찾아뵈었던 것이 꼭 작년 이맘때였지요? 올해도 역시나 학교 캠퍼스가 한창 예쁠 때 선생님을 찾아뵙게 되었네요. 아직도 다 못해 드린 이야기가 많습니다. 편지를 써내려 갈수록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얘기하다보면 끝이 없을 것 같아 오늘은 여기에서 이만 펜을 놓고 뵐 날을 기약하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전화로만 안부 여쭙고, 이렇게 편지로만 인사드려 죄송합니다. 제가 얼마나 선생님께 감사하는지 아마 선생님은 모르실 거예요. 제게도 스승의 날에 기억할 선생님, 평소에 존경한다고 말할 선생님이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그럼 조만간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 땐 맛있는 거 사주시기예요. 그때까지 건강 유념하시고 안녕히 계십시오.

윤은진(국어교육·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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