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생활
일본에서의 생활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5.05.1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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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본학자들을 보며 많이 반성"
연구년으로 일본의 동경외국어대학(국립)에 적을 두고 생활한 지 벌써 8개월이 되어간다. 올 8월 말까지 예정이므로 앞으로 3개월 정도 남았다. 잠깐의 여행 그리고 언어연수를 위해 온 적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일본에 와서 공부하며 생활하기는 처음이라 그동안 여러 가지 보고 듣고 배우고 느낀 것은 많지만 막상 원고 청탁을 받고 일부러 쓰려고 하니 무엇부터 써야할지 막연한 느낌이다. 우선 나와 일본과의 개인적 인연과 관련하여 지금 연구하고 있는 분야를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나의 아버지는 1931년 동경에서 태어나 교육받고 살다가 '태평양전쟁' 말, 동경 대공습(1945년 3월 10일)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은 가족들이 귀국한 후 해방이 된다. 어릴 때 우리 집에서는 공기밥과 낫또, 생계란 등 일본식으로(일본에 와서 비로소 알았다)했다.

아버지는 가끔 술이 되시면 일본에서의 생활을 이야기하면서 일본을 이겨야 한다(克日)고 강조하다가도 더 취하면 일본노래를 흥얼거리곤 했다. 중·고등학교 때는 일본에 대한 거부감과 함께 선진문화에 대한 약간의 동경이랄까 하는 것도 있었던 것 같다.

또한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일본인이 경희궁터를 개조하여 만든, 주로 일본인 관료의 자제들이 다닌 학교였다. 해방 후 이름이 바뀌었지만 재학 중 가끔씩 일본인 졸업생이 기모노를 입은 부인과 함께 찾아와 교정을 둘러보던 그들을 보면서 당시 '흥사단'(도산 안창호 선생이 창설, 일제 때의 민족주의 운동단체) 활동을 했던 나는 한편으로 매우 기분 나쁘면서도 이런 현실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고민하기도 했다.

대학에 들어가 서양철학, 특히 사회철학이라는 분야를 전공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과거 식민지시대 선배들이 서양철학을 어떻게 수용하고 공부했는지, 그들의 고민과 문제의식은 무엇이었는지 조금씩 조사하면서 일제 때 경성제국대학을 통해 서양철학이 본격적으로 수용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일제 때 철학을 공부한 사람들의 삶과 저술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에서의 서양철학, 사상의 수용이 한국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깊은 흥미를 갖게 되었다.

지금 일본서 공부하고 있는 분야는 일본에서의 서양철학(사상) 수용사, 근현대일본사상사와 한국사상의 관계이다. 우리의 경우 식민지시대와 해방 후 어느 정도까지는 일본 지식계의 영향을 매우 직접적으로 받았으므로 한국의 근대학문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일본에 대한 공부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일본에 오기 전에도 느낀 것이지만 일본은 명치유신(1868년) 이후로 서양학문을 본격적으로 또 구체적으로 수용했기 때문에 연구된 양과 질의 면에서 대단히 풍부한 연구업적과 자료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의 중요한 근현대사상가의 수를 50여명으로 어림잡는다면 이들의 전집이 모두 나와 있고 또 이들에 대한 연구가 서양 철학과 사상의 연구와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학계는 아직 이런 자료적 축적도 부족하고 또 우리의 사상가 또는 학자들에 대한 연구도 매우 부족한 것 같다. 물론 이것도 우리가 일제의 식민지였던 사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지 일본의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우리 학문의 주체성이나 자신감의 문제도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최근에 독도 문제와 교과서 문제로 다시 일본과의 관계가 크게 문제가 되고 있지만 그래도 일반 일본인들은 과거에 비해 한국(인)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일본의 식민지 책임문제나 전쟁책임문제 등을 논의할 필요는 없겠다. 일본의 비판적 지식인이나 양심적인 시민들은 나름대로 반성하고 사죄하고 한·중·일의 바람직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문제는 이들이 매우 소수이고 전반적으로 보수화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 정치현실의 이러한 보수적 회귀는 단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세계체제의 한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다른 한편, 최근에 동아시아 삼국의 지식인들(이론가, 실천가)이 서로 교류하면서 안목을 넓히고 또 현실의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나가고자 하는 운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과거의 일국가적 차원(또는 민족국가적 차원)에서의 역사해석, 현실해석을 넘어서서 동아시아의 전체적 맥락과 상호연관, 영향관계를 제대로 알고 현실의 여러 갈등과 문제를 공동으로 극복하려는 '동아시아적 시각' 또는 '동아시아적 관점'이 주목되고 있다.

지금 적을 두고 있는 동경외대는 외국어와 외국문화, 지역연구 등으로 특화된 국립대학이라 정부의 지원이 제법 커서 교수와 전문연구자들의 세계적인 규모의 프로젝트도 있고 또 다양한 학술회의, 교앙강좌, 세미나 등이 열리고 있다. 학부 차원의 세미나도 있고 대학원 차원의 세미나도 있는데 학생수도 적고 학생 수에 비해 교수 비율이 높은 편이라 소형 강의나 세미나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여러 연구소들이 독자적으로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학생들에게 여러 학술적 서비스와 교양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즉 교수의 연구활동과 교육활동을 연결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여러 연구소에서 한다는 것이다. 대학이 질적으로 좋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여러 방법을 생각해 볼 문제이다.

내가 만나본 일본의 학자들은 대체로 매우 열심히 연구하고 가르친다는 것이다.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실은 내 자신이 이들을 보면서 많이 반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개인교수가 주도하는 개인세미나가 한 달에 한번 토요일 오후에 열리는데 대개 2시부터 시작하면 7시 심지어는 8시까지도 온갖 세세한 논의까지 하는 것을 보고 내심 감탄하곤 했다.

어쨌든 일본에 있는 동안 여러 가지 배워서 앞으로의 연구와 교육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생활하고 있다.

김재현 교수(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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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ada Goose Jakke Børn 2014-02-05 22:53:47
was thrillingly vivid. The artists turned out some efficient illustrations that created a hit as photographs of your artillery dragging their guns via the drifts. But, as the attack was made within the very first day of May perhaps, "conditions white" excited some amusement. Nevertheless it in made no difference for the Enterprise, any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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