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즐거움
모스크바의 즐거움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5.05.18 14:3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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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한 러시아의 자연과 급속히 부흥하는 경제력을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
모스크바는, 1997년 여름에 와본 뒤로 거의 8년 만에 보는 탓에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많이 변하여, 완전히 새로운 곳이었다. 새로이 지어진 고층아파트들, 대로를 따라 늘어선 오피스건물들, 대형 쇼핑몰들 그리고 레스토랑들로 인하여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오기 전에 이야기를 들어서 짐작은 했지마는 이렇게까지 변했을 거라곤 상상하기 힘들었다. 고유가 시대에 석유, 천연자원, 과학기술 및 무기수출 등으로 벌어들이는 달러가 엄청나니, 모스크바의 물가는 하도 비싸, 연봉 외에 별다른 체재비 지원을 받기 어려운 대학교수들은 연구년이나 안식년을 보내기가 힘이 들어 다들 허덕이는 형편이다. 폭주하는 초기 자본주의 기관차와 같은 러시아는 러시아인에게나 외국인에게나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실제로 이렇게 빠르게 변모하는 러시아의 모습은 다음 몇 가지 예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작년 11월에 모스크바의 중심가에서 세계대학박람회가 열렸다. 우리나라에서는 교육부 산하 국제교육진흥원의 후원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경희대학교, 서울대학교, 포항공대의 4개 대학이 참여하였다. 필자도 세계대학박람회라는 게, 어떠한지 궁금하기도 하였고, 마침, 참여한 대학의 대표 들 중에 지기가 있어 직접 가서 구경을 하였다. 매우 흥미로웠다. 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각각 자기들의 전시공간에, 각종 대학소개자료를 전시해놓았고, 나아가 비디오자료화면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거대한 전시공간은 외국으로 유학을 희망하는 러시아 대학생들과 대학관계자들 그리고 고등학생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참여한 4개 대학 코너에도 많은 러시아인 대학생들이 들러서 한국유학에 학비가 얼마나 드는지, 자기가 배우고자 하는 전공 등등에 관한 정보를 물어보고 갔다. 예전 같았으면 외국유학은 대부분의 학생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으나, 수많은 신흥부자들의 자제들이나 새로이 형성되기 시작한 중산층 자제들에게 손쉬운 일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올 3월초에 모스크바 엑스포센터에서 가정에서 사용하는 물과 관련된 설비들을 전시하는 아쿠아 엑스포가 대대적으로 열렸다. 세계적인 주방설비기구를 생산, 판매하는 일본의 대기업 린나이의 구 소련 지역 내 판매권을 독점적으로 보유한, 한 우리나라 기업인의 초청으로 전시회를 관람할 기회를 가졌다. 전시회는 테러를 염두에 둔 탓인지, 엄격하게 초청장을 지닌 사람들만 입장시키고 있었다. 그런데도 전시장 안은 각종 주방설비기구를 비롯한 가정설비를 전시한 기업들의 전시코너를 둘러보는 러시아 바이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필자를 초청한 기업인의 말을 들어보면, 러시아에서 최근 자동차 판매 추이가, 과거에는 벤츠를 비롯한 유럽의 고급차들이 주로 많이 판매되는 외제차였으나, 최근 2, 3년 전부터 닛산, 도요타 등 일본자동차들과 우리나라의 현대자동차의 소나타나, 대우자동차의 소형, 중형차들이 훨씬 더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고 한다. 외제차 중에서 가격 면에서 약간 싼 차들이 많이 팔린다는 것은 이미 이곳에 중산층이 광범위하게 형성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면서, 그는 린나이의 주방설비기구나 냉난방시스템이 올해 안으로 러시아의 많은 아파트나 주택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염을 토하고 있었다. 부흥하는 러시아의 경제에 발맞추어 우리은행, 신한은행을 비롯한 우리나라 많은 은행들도 현재 모스크바에 사무실을 열어 준비팀을 상주시키면서 지점개설을 서두르고 있기도 하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면 올 5월 5일자 코메르산트라는 러시아 최고의 경제신문에서 밝힌 통계를 보면, 올 1/4분기에만 12억9천 달러 어치가 판매된 휴대전화 시장에서, 120-200달러의 중간 가격 대에서 우리나라 삼성 전화기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나머지 가격 대에서도 노키아, 모토롤라와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여 현재 러시아는 우리에게 알려진 것보다는 훨씬 더 경제적으로 우리와 많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앞으로도 우리가 개척해야 될 주요한 시장임은 틀림없다고 확신한다.

5월 9일에는 세계 2차 대전 승전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대대적으로 벌여졌다. 푸틴 정부는 우리나라의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을 초청해놓고 잘 조직된 군사퍼레이드를 비롯한 각종 화려한 행사를 베풀었다. 진행되는 다양한 이벤트를 보면서 들어간 돈만해도 엄청난 규모였으리라고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정도였다. 과거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하는 와중에서 발생하였던 혼란과 침체를 완전히 극복하였음을 세계만방에 과시한 셈이 되었다.

완전히 변하여 생경한 모스크바에 적응하는 데, 지금 생각해보면 꽤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겨우내 거의 매일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얼굴을 때리는 눈에 눈을 뜨기가 힘들 때도 있지마는, 하늘을 온통 뒤덮으며 사방을 분간하기 힘들게 만들면서 소용돌이치는 눈보라 속에 파묻혀서 대자연과 함께 하노라면, 그 장엄한 힘 앞에 저절로 겸허해진다. 특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알렉산드르 블록, 20세기 '대시인'의 연작시들 중 하나인 『눈가면』을, 휘몰아치는 눈보라의 소용돌이 속에서 읽다보면 거의 무아지경을 헤매게 된다. 그래도 눈보라에 지쳐갈 때쯤이면, 햇볕이 쨍쨍한 날이 찾아온다. 기온은 적어도 영하 15도에서 20도 이하로 떨어진다. 이렇게 청명한 날은 오히려 바람이 잠잠하여 생각보다 춥지 않아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고, 눈보라에 우울해진 마음을 단번에 날려버릴 정도로 기분이 좋다. 봄이 한참인 요즈음은 덮지도 춥지도 않고, 낮도 길어 저녁 10시가 되어야 어둑어둑해지니 실로 좋은 계절이다. 살고 있는 방의 서쪽 창 너머로 온통 숲인데, 저녁 9시경이면 그 숲의 광활한 지평선 아래로 떨어지는 벌게진 석양이 연한 남빛 서쪽 하늘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저 부드런 푸른/ 심연으로/ 가라앉는/ 일몰의 배"(A. 블록)를 바라보는 즐거움이 두고 온 가족, 대학 그리고 고향에 대한 시름을 달래준다. 광활한 러시아의 자연과 급속히 부흥하는 경제력을 충분히 느끼고 확인할 수 있어서 이 연구년은 내게 소중한 시간으로 남을 것이다.

배대화 교수(국제언어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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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lister Tøj København 2014-02-02 00:36:54
Holding him like that moved me in a way I cannot describe, except to say I felt the seeds of death inside his shriveling frame, and as I laid him in his chair, adjusting his head on the pillows, I had the coldest realization that our time was running out.
Hollister Tøj København http://www.lgi-medie.dk/admin/define.asp?Af=16

Fred Perry Forhandler Københa 2014-01-23 13:30:32
Thank you, fairly little maiden,“ stated the sick swallow; ”I have already been so nicely warmed, that I shall soon regain my strength, and be able to fly about once more inside the warm sunshine.”
Fred Perry Forhandler København http://www.knapweb.dk/database/footer.asp?polo=62

Køb Billige Nike Air Max 2014-01-19 05:59:12
Do you think i pity you? Do you feel i appreciate you? no, i've fallen in love with you considering that i was 12 But,She can not get his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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