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노동절, 아직도 굴곡의 역사는 계속
세계 노동절, 아직도 굴곡의 역사는 계속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5.05.07 18:4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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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노동자가 하나가 되는 '축제의 날' 되어야
5월 1일은 세계노동절이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 날을 노동절로 기념한다. 어느 나라에서나 보통 '메이데이(May Day)'로 불리는 이 기념일은 1886년 5월 1일 미국의 노동자들이 노동시간 단축, 즉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펼친 총파업투쟁을 기념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이다. 1889년 7월 세계의 노동운동 지도자들이 국제조직을 결성하기 위해 파리에 모였고, 여기에서 3년 전의 미국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념하고, 전 세계적으로 '8시간 노동제'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기 위해 5월 1일을 국제노동절로 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듬해인 1890년 5월 1일이 제 1회 국제노동절이었으니, 올해는 116회가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노동절 행사가 있었던 것은 식민지하였던 1923년 5월 1일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노동조합 전국조직이었던 조선노동총동맹에 의해 첫 노동절 행사가 개최된 이래, 일제의 가혹한 탄압 속에서도 식민지 조선의 노동자들은 전 세계의 모든 노동자들과 함께 국경을 넘어선 노동자들의 연대와 투쟁을 다짐하며 이 날을 기려 왔다. 해방 이후 재건된 노동자 전국조직인 조선노동조합전국평의회(전평)는 1946년 5월 1일 20만의 노동자들이 운집한 가운데 대규모의 노동절 행사를 가졌다. 그러나 전평은 미군정의 탄압으로 와해되었고, 이후 노동절은 이승만이 조직한 어용노조인 대한노총에 의해 1957년까지 기념되었다. 그러나 이 노동절은 이제 노동자들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그들만의 잔치', 즉 돈과 권력의 노예가 된 어용 대한노총의 간부들이 모여 이승만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굴욕적인 잔치마당이 되어 버렸다.

이후, 이승만은 아예 노동절 자체를 없애버렸다. 그는 노동절을 폐지하고, 어용 대한노총이 창립된 3월 10일을 '근로자의 날'로 지정한 것이다. 이후 박정희 정권 하에서도, 전두환 정권 하에서도, 그리고 노태우 정권 하에서도 노동자들은 노동절을 되찾지 못했다.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날인 노동절을 되찾기 위해서는 힘겨운 투쟁이 필요했다. 1987년 여름의 노동자 대투쟁을 계기로 다시 소생한 한국의 노동운동은 이후 정부가 법으로 강제한 굴욕적인 '근로자의 날'을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5월 1일 노동절을 기념하기 시작했다. 5월 1일 노동절은 이제 전태일이 사망한 날인 11월 3일과 함께 자본과 권력의 억압과 탄압에 맞서는 한국 노동자들의 투쟁의 날이 되고 있었다.

세계노동절 100주년이었던 1989년은 노동자들이 노동절을 자신의 날로 되찾는 투쟁의 분수령이 되었다. 이해 4월, 마산과 창원지역의 노동자들은 노태우 정권의 노동자 탄압에 맞서 격심한 가두 투쟁을 전개하고 있었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해고되고 체포되었으며 체포된 노동자들에 대해서 가혹한 고문이 자행되고 있었다. 민주노총의 전신인 전노협은 이에 맞서 5월 1일 100주년 세계노동절을 창원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하고, 전국의 노동자들을 창원 지역으로 집결시켰다.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전국민의 관심이 창원에서의 노동절 투쟁에 집중되었고, 이 투쟁을 통해 비로소 5월 1일 노동절은 실질적으로 노동자들의 날로 모두에게 깊이 인식될 수 있었다.

정부가 3월 10일 근로자의 날을 고집하기를 포기하고, 5월 1일을 노동자들에게 되돌려주기로 결정한 것은 1994년에 가서였다. 정부는 법을 개정하여 1995년부터 '근로자의 날'을 5월 1일로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노동절을 합법적으로 되찾은 지 이제 10년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도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명절인 노동절을 온전히 되찾지는 못하고 있다. 날짜는 바뀌었지만, 이름은 그대로 '근로자의 날'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를 노동자라 부르지 않고 '근로자'라 부는 것은 노동자를 생산과 노동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말 잘 듣고 성실하게 일하는 종업원'으로만 보고자 하는 자본과 권력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다. 한국의 노동자들은 오랜 투쟁의 역사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명절을 되찾기는 했지만, 아직도 자본과 권력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의 나라들 중에서 아직도 5월 1일 노동절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나라가 하나 있으니, 바로 미국이 그렇다. 미국의 노동절(Labor Day)은 5월 1일이 아니라 9월 첫째 주 월요일이다. 세계노동절이 1896년 미국 노동자들의 투쟁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이는 참으로 역설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에서도 5월 1일이 더 이상 '근로자의 날'이 아니라 노동절이라는 제 이름을 찾아야 하겠다. 그리고 이 날은 국적과 인종, 남녀노소, 정규직과 비정규직, 현업노동자와 실업노동자, 생산직과 사무직을 불문하고 모든 노동자들이 하나가 되는 축제의 날이 되어야 하겠다. 몇몇 대표들만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모이는 상징적인 행사를 하는 대신, 남과 북의 모든 노동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통일 조국의 노동자로서 함께 어우러지는 날이 되어야 하겠다. 그 날이 오기까지 한국의 노동운동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임영일 교수(심리사회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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