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정상화를 통한 북핵 위기 돌파
남북관계 정상화를 통한 북핵 위기 돌파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05.05.07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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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복원을 위해서는 북한 달래기가 더 효과적"
1.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북핵문제는 그것이 현재진행형으로 남아 있는 한 남북관계에 원천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핵문제가 한반도의 안보현안으로 존재하는 한에서는 남북관계의 진전과 발전을 무작정 장담할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북핵문제가 남북관계에 치명적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노무현 정부 초기의 이른바 북핵과 남북관계 병행 입장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남북관계가 장기 중단사태에 빠져 있는 지금의 현실이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북핵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정부 입장이 북핵의 악화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가 나서서 남북관계를 질적으로 발전시키기는 현실적으로 무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북핵문제가 한반도의 긴장고조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북핵문제를 남북이 주도해서 평화적으로 풀기 위해서라도 남북관계가 지속적으로 발전되어야 한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핵문제로 인한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오히려 남북관계의 지속을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확인시키고 동시에 한국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제고함으로써 결과적으로 평화적 해결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정한 설득력을 갖는 것도 사실이다. 남북관계의 진전이 오히려 북한의 대남 의존성을 심화시키고 한국정부의 대북 설득채널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기에, 남북관계의 지속은 핵문제 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에 이어 노무현 정부가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의 병행론을 주장하며 이를 통해 평화적 해결을 도모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이처럼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는 북핵상황의 악화가 결국 남북관계의 질적 발전을 원천적으로 제약한다는 의미에서 상호 악영향의 관계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오히려 남북관계를 지속, 발전시켜야 하는 긍정의 상호관계를 갖고 있기도 하다.

이같은 딜레마적 상황이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그대로 반영되면서 남북관계는 진전과 정체국면을 오락가락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는 후보시절과 당선자 시기에 일관되게 북핵과 남북관계 병행론을 주장했고 이는 북핵문제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별도로 유지발전시킴으로써, 한반도 긴장고조를 막고 핵문제 해결의 우호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남북관계 발전이 필요하다는 전략적 필요를 수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북핵문제가 갈등상황을 지속하면서 한반도 불안이 증대되고 북미간 대립이 심화되자, 노무현 정부는 한미공조와 남북관계 유지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었고, 결국은 남북관계가 북핵을 뛰어넘어 독자적으로 발전하기는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는 2003년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 '상황 악화시 추가조치에 합의'함으로써 정점에 달했다.

그러나 다시 노무현 정부는 남북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북핵으로 인한 한반도 위기관리에 유용함을 인식하고 3대 경협 중심의 기존 합의를 준수하면서 남북관계를 병행추진해갔다. 이는 2004년 6월 남측 국제회의에 참석한 리종혁 아태 부위원장과 노무현 대통령이 면담하면서 남북 정상간 간접대화가 이루어진 것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이도 잠시 결국 남북관계는 2004년 7월 이후 김일성 조문불허와 탈북자 대량입국 사태를 표면적 이유로 해서 지금까지 10개월 가까이 중단되고 있다. 북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북관계를 유지하려는 지난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결국 남과 북 모두 북핵위기가 온존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입증한 셈이다.

그러나 북핵위기가 심화되고 남북관계도 중단되어 있는 지금이 오히려 남북관계 진전을 통한 상황 돌파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주장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이 북한과 미국 모두 상대방의 일방적 양보만을 요구하고 국면인 만큼 북핵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한국정부가 나서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야 하고 이는 곧 한국 주도로 남북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남북이 적극적으로 북핵해법을 찾아내는 것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아직도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2. 핵보유 선언 이후

2·10 북한의 핵보유 선언 이후 북핵위기는 이제 정점을 향해 치닫는 듯하다. 북한은 말로만 하던 기싸움을 지나 가동중인 영변 원자로를 중단하고 폐연료봉을 꺼내려 함으로써 아예 핵물질 추출이라는 실지 행동의 위협행위를 서슴치 않고 있다. 심지어는 6월 이전에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미국 언론의 보도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역시 북한의 회담참가를 주장하는 데서 벗어나 무기한 기다릴 수 없다며, 6자 회담이 더 이상 유용한 해결책이 아니라면 결국 다른 방식을 모색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곧 유엔 안보리에 상정하는 것이라고 정부 관리들이 공식 언급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국면은 북한의 강경대응과 미국의 강경무시정책이 맞물리면서 해결가능성 대신 북미간 극한대결이 심화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아예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아직은 통제불가능한 상황이 아닌 만큼 '관리가능한 위기'(manageable crisis) 정도에서 북미 양자가 상호 양보를 통해 협상할 수 있도록 조건과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상황은 한국의 보다 적극적인 사고와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의 국면이 위기상황임을 십분 활용, 북한과 미국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주도적 노력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

당장 미국에게는 북한의 핵보유 선언이라는 지금의 상황이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강조하고 애써 무시하려는 미국과 달리 한국이 적극 나설 수밖에 없음을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에게 북한의 핵보유는 사실상 별 위협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직 군사적 대치상황을 지속하고 있는 한국에게 그것은 군사전략과 안보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할 중대한 위기상황이다. 지금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시인에도 크게 개의치 않고 있지만 한국은 미국과 사정이 다르다. 물론 핵보유의 사실 여부와 핵무기의 군사적 실효성 여부를 따져 봐야 하지만 북한의 핵보유 시인은 그 자체로 한반도의 위협요인임이 분명하다. 또한 핵문제의 표류상황이 미국에겐 득도 실도 아닐 수 있지만 한국에겐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를 더 이상 진전시킬 수 없는 치명적인 장애이자 위기국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한국은 북한의 핵포기를 반드시 이루어야 하고 이는 곧 북한과의 직접담판도 유용한 것임을 미국에게 설득해야 한다.

더불어 한국정부는 북한과 미국의 직접 협상이 불가능한 조건에서 미국과의 공조 및 북한과의 직접접촉을 통해 협상이 가능하도록 '촉진자(facilitator)'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미국에게는 북한의 진정한 의도와 협상조건을 설명하고 아울러 북한에게는 미국의 요구사항을 전달함으로써 둘 사이의 교집합을 최소한이라도 찾아내어 조그마한 해결의 실마리라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미국은 누차 북한을 공격할 의도가 없음을 밝혀왔고 이는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 공존 의지에 일정하게 부합하는 측면을 갖는다. 마찬가지로 북한도 지속적으로 핵포기 의사를 밝혀왔기 때문에 이 역시 미국이 요구하는 리비아식 해법에 일정한 절충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미국의 자유확산 정책에 대해서도 북한의 체제와 정권을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북한이 적극적인 개혁개방을 추진한다면, 미국도 동의할 만한 것임을 북한에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에게도 북한이 김정일 정권하에서 중국 정도의 개혁과 점진적인 체제변형을 이룬다면 자유확산의 방향에 부합하는 것임을 설득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북미간 대립점이 되고 있는 핵문제와 체제변형 문제에 대해서 양자 모두를 설득하고 절충가능한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은 것이다.

3. 국면돌파의 지혜: 남북관계 복원을 위하여

그리고 이 모든 노력의 시작은 지금 중단되어 있는 남북관계 복원을 시급히 이루는 데서 출발해야 하고, 이를 위해 한국은 지금의 국면을 위기상황으로 규정하고 이에 맞는 전략적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대남 신뢰감을 제고시켜야 하는 바, 당장이라도 한국정부는 이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매번 거론되는 대북특사와 남북정상회담이 가능성 여부를 떠나 지금 시기에 당위적인 요구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베를린을 방문한 자리에서 북한에게 "얼굴 붉힐 것은 붉히겠다"면서 북한의 일방주의를 비난했다. 대통령의 독일방문 직전 평양을 방문하고 서울에 온 코쉬크 한독의원연맹 회장을 통해 북한이 제2의 베를린 선언을 기대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전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대통령은 그와 정반대의 역베를린 선언을 한 것이다. 최근 북한이 요구한 비료지원에 대해 당국간 대화를 연계함으로써 거부의사를 밝힌 통일부 차관의 발언 역시 같은 맥락에서 남북관계 복원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아닐 수 없다. 오히려 시급한 남북대화 재개를 위해서라면 비료지원에 대해 조건을 달지 말고 예년 수준의 2-30만톤은 조건 없이 지원하되, 나머지 추가부분에 대해서는 당국간 대화가 필요하다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것이다.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서는 북한 때리기가 아니라 북한 달래기가 더 효과적이다는 점을 노무현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

지금의 위기국면에서 한국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하려면 북핵문제에 대해 미국의 정세인식을 좇아 북한의 6자회담 복귀요구만 되풀이하는 안이한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 미국이 위기라고 간주할 수준까지 더 이상 문제해결을 뒤로 미룰 수는 없다. 위기가 심화될수록 문제해결은 오히려 극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시기에 한국정부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신중한 자세를 가지는 것은 결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현상황이 위기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자세로 문제해결을 위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남북관계 정상화를 이루는 데서 찾을 수밖에 없다.

김근식 교수(정치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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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t Sko København 2014-01-25 02:05:03
They soon arrived in the inn exactly where the two eldest brothers had stayed, forgetting their errand. But now no merry song or noise of mirth was heard from it. When the prince came nearer he saw two gallows erected,He got the grains of gold and entered the castle, where he carried off the princess,
Mbt Sko København http://www.ovh.dk/images/session.asp?Mbt=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