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내가 이분들의 기대만큼 영어를 잘 하는가 생각하곤 한다. 그리고 이내 영어를 잘 한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다시금 생각해 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영어라는 수업을 통해서 영어를 처음 접하게 되었으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나도 상당한 시간을 영어와 접하고 살아온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분들의 기대만큼 과연 영어를 '잘'하고 있는 것일까? 도대체 영어를 잘 한다는 게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영어를 '잘'한다는 것은 자신이 필요로 한 정보의 습득과 표현에 영어라는 매개체가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뜻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자신이 필요한 정보가 TV, 영화, 신문, 잡지, 책 등을 통하여 구현되었을 때 그것을 쉽게 얻을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옮겨서 영어 모국어 화자로 하여금 자신을 이해시키는 능력이 영어를 '잘'하는 것이리라 믿는다. 그러나 사람들이 나에게 "영어를 잘 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 의미는 내가 영어로 쓰여 있다면 무엇이든 쉽게 이해하고 또 말을 아주 유창하게 잘 하느냐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사람 누구나가 유체역학 책을 읽는다고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없고, 또 누구나가 변호사처럼 논리 정연하게 혹은 TV 토크쇼의 사회자처럼 유창하게 말을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능력을 언어학을 전공했다고 해서 기대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사실 나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했던 분들이 상식이 없는 분들은 아니다. 대부분 고등교육을 받으신 분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의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언어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 우리 모두가 영어를 잘 하는 사람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 환상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영어박사'라는 표현으로 특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영문학이나 어학(언어학)으로 학위를 받을 수는 있지만 영어만을 유창하게 한다고 해서 학위를 받지는 않는다. 거꾸로 한국말 잘한다고 어떤 학위를 받을 수 없듯이 말이다.
언어라고 하는 것은 생각을 담아내는 매개체이고 그 매개체에 의한 의사소통의 도구이다. 그 도구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영어를 잘하는 것은 국제화 시대에 필요한 것이고 자신이 필요한 만큼 하면 되는 것이다. 통역이나 번역을 직업으로 선택할 사람들은 영어 모국어 화자처럼 유창해야한다. 그것은 마치 유체 역학 전공자가 일반인보다 유체역학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것이 바로 그 사람이 필요한 만큼이 된다. 그러므로 서로를 비교하여 주눅들 필요는 없다. 자신감의 회복이 필요한 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Louis Vuitton Mænd http://www.chainreaction.dk/images/client.asp?louisvuitton=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