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칼럼] 이수훈 교수
[국제신문 칼럼] 이수훈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7.04.12 0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북아외교 출발은 남북관계

  지금 우리의 동북아외교는 재앙적 수준이다. 동북아외교의 최대 현안이자 한국 안보의 최대 위협인 북핵 문제는 대책 없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북한이 내일 당장 제6차 핵실험을 감행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닐 지경이 되어 있다. 비핵화를 한다고 말만 요란했지 언제나 뒷북을 치는 조치들 외에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 제재정책만 있었지 외교는 없었다.
 
  북핵과 미사일 위협을 방어하고자 사드를 배치한다는 결정을 덥석 해버렸다. 정책 결정 자체가 하자투성이였다. 중국이 필사적으로 반발한 나머지 결국 온갖 경제 보복이 들어왔다. 한중관계는 만신창이가 되었고, 천문학적 경제 손실이 발생하였다. 그리고 보복이 다방면에 걸쳐 현재진행형이라 피해를 따지기도 어렵다. 곧 대선이 있고 차기 정부가 들어설 참인데, 그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궁색한 처지가 되었다. 정작 성주 현지에는 주민들의 저항이 드세 심각한 사회비용이 초래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직결되는 사안들의 결정권을 미국이나 중국 같은 강대국에 맡겨버린 데 있다. 북핵 문제는 중국에 해결하라고 하고, 우리 안보는 동맹이 지켜줄 것이라고 하는 의존적이고 이율배반적인 인식이 가져온 피할 수 없는 귀결이다. 북핵 문제가 악화되면 최대의 피해자는 남한이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도 결국 우리의 몫이지 남이 해줄 수 없다.

  보수정부 10년 만에 동북아외교가 재앙적 수준으로 추락한 것은 남북관계라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데서 비롯되었다. 북한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남북관계의 끈을 놓치는 순간 동북아 전반의 외교가 헝클어지게 마련이다. 이명박 정부는 급변사태라는 미몽에 빠져 헛된 통일을 얘기하다 비핵화는커녕 북한 핵 능력만 높여주고 남북관계를 파탄으로 몰아가는 치명적 실책을 범하였다. 특히 전임정부 정책을 부정하고자 하는 강한 동기로 인해 한미동맹 강화책을 구사한답시고 비핵화를 위해 필수적인 한중공조를 깨버렸고, 결국 남북관계는 유실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 역시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노력이 없이 '전략적 인내'라는 미국의 정책에 기대어 시간을 허비했다. 미국과의 공조를 위해 대북제재 일변도 정책을 구사하면서 중국 역할론으로 일관하였다. 자신의 과제를 남에게 아웃소싱했던 것이다. 북핵 위협을 빌미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도 재연기해버렸다. 북핵 개발의 돈줄이라면서 알짜배기 개성공단마저 닫았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 기업이나 경제에 미칠 손실은 안중에도 없었다. 급기야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한다는 이유를 들어 사드 배치를 결정해버렸다.

  동북아외교가 만신창이 신세로 전락하고 우리 안보와 국익이 심대하게 훼손당한 지금 우리는 차기 정부를 기약하고 있다. 차기 정부는 10년 동안 망가진 동북아외교를 새롭게 세워야 할 과제를 떠안게 되었다. 너무나 무거운 부담을 떠안고 출발해야 할 운명에 처해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동북아외교의 출발은 남북관계다. 일단 남북관계라는 끈을 다시 잡아야 한다.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북한 정권이 문제투성이라 하더라도 우회할 수 없는 길이다. 비핵화를 위하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불가피하다. 남북관계 진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대북정책을 세심하게 펼칠 필요가 있다. 대북정책의 토대는 객관적인 대북 인식이다. 대북 인식에서 주관적 소음이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보수정부 10년 대북정책으로부터 얻어야 할 교훈이다.

  요즘 북한이 제6차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미사일 발사 시험은 거의 일상화되다시피 하다. 이에 대해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선제타격을 비롯해 자극적인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 당국은 연일 미국과 한국을 향해 강경한 발언들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한반도 정세가 매우 험악한 것이다.

  이런 정세 한가운데서 남북 간의 스포츠 교류가 일어났다. 이달 초 북한 여자아이스하키팀이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강릉에 왔다. 비슷한 시기에 남한 여자축구대표팀이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하였다. 우리는 영상을 통해 북한 아이스하키팀 선수들의 경기 장면, 응원단 모습, 북측 대표단의 인터뷰 등을 접했다. 평양으로부터 우리 여자축구대표팀의 방북 장면들도 자세히 전해져왔다. 꽁꽁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일 중대한 사건이라 하겠다. 이렇듯 우리 정부가 조금만 유연한 태도를 취하면 이번과 같은 스포츠 교류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번 스포츠 교류의 모멘텀을 살려 민간교류의 활성화로 이어져야 마땅하다. 남북관계의 끈을 다시 잡는 일은 의외로 쉬운 데 있다.

<위 글은 국제신문 2017년 4월 12일(수)자 30면에 전재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