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칼럼] 이재성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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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7.04.1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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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결혼식

  하지만 주택비 부담에 결혼 포기

  작지만 소중함·참의미 느끼게 해


  결혼식장 문이 열린다. 식장에 행진곡이 울린다. 예비 신혼부부에게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결혼식 비용, 혼수, 예단, 신혼여행 경비 등. 출발을 알리는 총성과 함께 손 맞잡고 함께 뛰어가지만 결혼식 비용이 높은 것인지, 예단물품이 많은 것인지 신랑은 예물이란 허들에 걸려 넘어지고 만다. 그리고 '검소한 결혼이 가치 있는 결혼입니다'와 '행복한 결혼, 작은 결혼식으로 시작하세요'라는 문구가 나온다. 바로 '작은 결혼식'을 슬로건으로 만든 2017년 공익광고다. 사회나 대중이 집단행동을 할 때 어떤 의견이나 주장을 강력히 호소하기 위해 또는 철저히 주지시키기 위한 구호가 들어간 이 광고는 어떤 변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인가.

  한국결혼문화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003년 평균 결혼비용은 1억 3498만 원이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11년에는 2억 808만 원에 이른다. 이러한 수치는 주택 매매가격 상승으로 결혼비용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마련 비용 변동에 따라 결혼 비용 증가를 나타낸다. 특히 호텔결혼식의 증가, 젊은층 미혼남녀는 결혼비용이 스스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부모들은 자녀 결혼을 위해 노후 대비를 포기하고 빚까지 지기도 한다.

  2017년 현재 신혼부부의 결혼 실태 보고서(자료 : 듀오웨드) 중 대한민국에서 자립결혼에 대한 생각을 보면 식장이나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예물, 혼수 등의 결혼 품목 비용은 부부의 경제상황에 따라, 고객의 요구에 의해 웨딩플래너들이 조절하며, 신랑·신부가 주체가 되어 결혼식 예산을 절약할 수 있는 부분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실제로 결혼에 있어 결혼식이 아닌 가장 큰 부담은 살아야 될 집, 바로 '주택비'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을 약속하는 의식.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앞날의 축복을 받는 결혼식은 '인륜지대사'다. 결혼식도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화해 오고 있다. 전통적 방식에서 현대적 방식으로 소비 행태에 따라 변화해 왔다. 획일적인 호텔 결혼식에서 '작은 결혼식'은 유명 연예인들의 결혼식을 통해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왔다. 획일적인 결혼식에서 작지만 특별함이 있는 결혼식은 새로운 결혼식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현 세대의 의식 또한 결합되어 있다. 주택비로 인한 대출, 대출 이자 이전 직장을 얻기까지 시간, 직장을 가진 뒤 돈을 모을 시간, 사회관계 속 축의금 관계 등도 고려의 대상이 된다. 예물, 혼수는 생략하거나 최소화하며, '스드메'는 셀프로 진행하기도 한다. 주례 없는 결혼식. 특히 주례 대신 혼주가 직접 읽어주는 편지는 가족이라는 유대를 더욱 확인시켜주며 감동을 준다. 최소한의 인원과 작은 공간에서 치르는 결혼식은 작지만 소중하고 결혼의 참의미를 느끼게 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사랑만으로 살 수 없게 만든 경제구조, 경제적 조건으로 인해 결혼하지 못하는 것이 보편화된 현실은 '결혼 포기자'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광고를 통해 나타나는 '작은 결혼식'에서 주택비용은 교묘하게 빠져있다. 무엇을 변화시키고 싶었던 것일까? 결정적인 경제적 구조는 묵인한 채 대중에게 잘못된 형식을 고치자며 책임을 전가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이러한 불편함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낀 불편함일 것이다. '작은 결혼식'을 결혼식 자체만의 문제로 보기에는 사회가 주는, 광고가 주는 불편함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위 글은 경남도민일보 2017년 4월 7일 (금)자 10면에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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