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칼럼] 서쌍희 교수
[경남도민일보 칼럼] 서쌍희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7.03.1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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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와 현명한 선택

 

  전전두엽, 원하지 않는 정보는 걸러내

  '확신'도 되물어야 바람직한 결과 도달


  주말 마트에 가면 식료품을 장만하려는 사람들로 언제나 북적인다. 나는 마트에 세제를 사려고 갔다. 세제 코너에는 다양한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한참을 살펴보다 드디어 하나를 선택했다. 순간 안도감이 밀려온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 본 사람은 누구나 이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만약 누군가가 어떤 물건을 살 것인지 미리 알 수 있다면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브라이언 넛슨 교수와 카네기멜론대학교 조지 로웬스타인 교수는 사람이 물건을 구매할 때 뇌 활동을 파악해 상품을 구매할 것인지 예상하는 실험을 했다. 제일 먼저 구매할 상품을 보면 뇌의 측좌핵 부분이 활발히 동작했다. '사고 싶어'라는 감정이 일어난 것이다. 이때 가격표를 보여 주면 뇌의 뇌섬 부분이 동작한다. '돈을 지불해야 한다'라는 감정이 일어난 것이다. 그런 다음 뇌의 전전두피질 부분이 동작한다. 이것은 '이 가격에 이 물건이 적당한가?'하는 이성적 판단을 하는 것이다. 측좌핵 부분의 활동이 뇌섬 부분의 활동보다 크면 '너무 사고 싶어' 감정이 강해서 물건을 사게 되고, 반대로 뇌섬 활동이 측좌핵 활동보다 크면 '돈을 주어야 하는구나'라는 부정적 감정이 강해져 물건을 사지 않게 된다. 사려고 하는 상품이 50% 세일을 하거나 1+1 상품이 되면 전전두엽 활동이 활발해져서 '괜찮은 가격이야'라면서 물건을 덜컥 사게 된다.

  이 실험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어떤 결정을 할 때 뇌의 한 부분이 아니라 여러 부분이 동작한다는 것과, 이성적으로 보이는 최종 선택이 사실은 다양한 감정들과 어우러져 일어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선택에 앞서 일어나는 감정들이 많은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격표를 보고 부정적 감정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결정은 우리 뇌의 이성에 해당하는 부분이 감정적인 부분에서 제공하는 정보들을 적절하게 무시하면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무시되지 말아야 할 정보들이 무시되는 일도 종종 있다.

  미국 에머리대학교 드루 웨스턴 교수는 2004년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는 동안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뇌를 뇌기능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로 관찰했다. 우선 유권자들에게 민주당 후보인 존 케리와 공화당 후보인 조지 부시가 한 말을 들려주었다. 바로 그 다음 각 후보의 방금 전 말과 반대되는 다른 말을 들려주었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의 언행 불일치엔 너그러웠지만,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에겐 강한 불쾌감을 나타냈다. 지지하는 후보의 모순된 증거를 들었을 때는 전전두엽이 활발하게 동작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위해 전전두엽이 동작한 것일까? 그보다는 전전두엽이 자신이 원하는 결론에 이를 때까지 부정적 감정을 무시하고 긍정적 감정을 높이는 방향으로 동작해 반대되는 정보를 걸러낸 것이다. 즉 믿고 싶은 정보만 계속 받아들이는 것이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관련 가짜뉴스, 특정 언론사 상대 거액 소송에 관한 가짜뉴스,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을 유발하는 가짜뉴스, 한·일 관계 악화 상태에서 혐한을 유발하는 가짜뉴스 등 온갖 가짜뉴스들이 퍼지고 있다. 대부분 근거 없는 소문이나 억측에 불과한 것들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도 발의됐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의 파급력이 높아, 기존 정치성향을 왜곡하며 사회적 신뢰를 훼손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가짜뉴스가 판을 치는 것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비이성적인 선택과 맞닿아있다. 현명한 선택은 내가 기존에 확신하고 있는 것을 끊임없이 되묻는 과정을 통해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흔들리는 나침반은 방향을 잃지 않는다"는 이슬람 속담처럼 말이다.

<위 글은 경남도민일보 2017년 3월 10일(금)자 10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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