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칼럼] 이수훈 교수
[국제신문 칼럼] 이수훈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7.02.15 14: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험천만한 한반도 최첨단 무장화

  한국은 보수정부 10년 동안 북한의 위협을 내세워 안보를 무척 강조했다. 그런데도 실제 안보에는 무능하였다. 이명박 정부 때는 천안함 폭침을 당했고 연평도 포격을 당해도 변변한 대응이 없었다. 비핵화를 입버릇처럼 외고 다녔지만 북핵 능력은 한층 고도화되었다. 미사일 개발능력도 10년 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이에 대해 지난 10년간 외교를 포기하고 대신 제재일변도 정책을 견지했지만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실패하고 말았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무기에는 무기로 대응하자는 병법의 하책이 등장하게 되었다. 외교안보 정책결정자들이 군사주의적 세계관으로 무장한 사람들로 채워진 점도 중요한 매개가 되었다고 본다. 하나는 독자적 핵무장론이고, 다른 하나는 사드 배치론이었다. 핵무장은 미국의 반대와 세계적 비확산체제에 대한 도전 등등 현실적 벽이 너무 높아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하지만 사드 배치는 미국과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일치되어 큰 장애가 없었다.

  사드가 우리 안보를 지켜주는 만병통치약 정도로 여기는 사람도 적지 않지만 실상 군사적 효용성 검증도 미흡한 데다가 한반도 같은 지형에 맞느냐, 북한의 도발을 원천봉쇄하는 무기가 되느냐 등등 숱한 논란거리를 품고 있는 것이 사드다. 중국의 결사적인 반발과 실제 다각적인 경제 보복 조치에도 불구하고 한미 양국은 쫓기듯이 사드 배치 완료에 바삐 움직이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직무정지를 당한 상태에다가 조기 대선 및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은 정세 속에서 한국 정부는 말할 것 없고 미국의 트럼프 정부도 대못을 박겠다는 태세로 사드 배치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사드로도 부족했던지 이제 '바다의 사드'라 불리는 최신예 스텔스구축함 '줌월트'를 한국 해군기지에 배치한다는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제주 해군기지에 배치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속에 강정마을에는 이미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 역시 중국이 펄펄 뛰면서 반발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중국의 대열에 동참해 한반도 해상이 주변 열강들의 각축장으로 변질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정세 역시 우리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즉, 우리 국방부가 지난해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상시·순환 배치하자는 합의를 공동성명에 넣고자 했다. 그 이후에도 미국에 끊임없이 요청을 했고, 급기야 지난 1일에 우리 합참의장이 미국 측에 전략무기의 한반도 배치를 공식 요청했던 것이다.

  동북아의 미중 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위협'이 공통의 빌미가 되어 한반도에 최첨단 무기가 차곡차곡 쌓이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무기는 반드시 연습과 훈련을 해야 하고, 그것은 필시 대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켜 남한을 공격하기로 작심한다면 핵무기와 중장거리 미사일이 아니라 휴전선 일대에 산재해 있는 장사정포 수십 발만 서울 한복판에 쏘면 된다. 사드와 줌월트 같은 최첨단 무기체계가 이런 위협에 무슨 효용이 있겠는가.

  한반도 최첨단 무장화는 동북아 미중 대립에 한국이 개입될 빌미가 된다. 사드 배치로 한국은 이미 중국과 척을 지고 한미일 삼각 군사협력의 편대에 가담해버렸다. 너무나 중대한 국가 전략적 선택을 국민의 의견을 모으지 않고 졸속으로 해버렸다. 그래서 야당의 유력 대권후보가 이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기라고 하는 것이다.


  다가올 미래에 동북아에서 두 군데 발화점을 꼽자면 북한과 서태평양이다. 북한은 핵 문제와 미사일로 인해 두고두고 우리의 고민거리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 고민거리를 해결하는 데 지혜를 모으기도 벅차다. 그런데 동북아 미중 대립의 한가운데 서서 감당하지 못할 추가적 딜레마를 자초하고 있는 꼴이다. 이 노선은 향후 동중국해에서의 중일 갈등이나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갈등에 한국이 개입해야 할 소지를 스스로 만드는 셈이 된다. 예컨대, 제주기지에 배치된 미국 구축함이 동중국해 충돌에 투입되기 위해 발진한다면 한국은 미국과 일본의 편에 서서 자동 개입하는 것이다.

  동맹국도 소중하고 전략적 협력파트너도 존중해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처지다. 사드 배치에 따른 딜레마와 향후 벌어질 추가 전략무기 배치로 인한 딜레마 모두 우리가 불러들인 내환이라는 점에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특히 사드 배치 같은 경우는 충분한 공론 과정, 국회 절차, 관련국과의 충분한 소통을 통해 새롭게 합리적 판단을 내려야 할 대상이 되는 것이다.

<위 글은 국제신문 2017년 2월 15일 (수) 30면에 전재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