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경남시론] 명형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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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2.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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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그 험난한 가도

  언제나 봄은 쉽게 오지 않는다. 다 핀 매화, 목련을 얼어붙게 한다. 그래도 목련은 뒤를 이어 피고 매화도 산수유도 향을 풍기며 꽃을 피운다. 이 봄, 우리는 어떻게 이 난기류(亂氣流)를 헤쳐 따뜻하고 포근한 봄기운에 잠길 수 있을 것인가. 험난한 시대의 역사가 우리의 삶을 우울하고 지치게 한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몰고 온 대통령 탄핵의 길은 숨 가쁘기만 하다. 날이 갈수록 점점 커지는 국정농단을 두고도 탄핵을 거부하는 세력은 바람을 휘몰아 촛불을 끄려 한다. 민주국가의 사법 체계에 따라 법을 중시하고 헌재의 결정을 지연케 하고 방해하는 이들이 허울 좋은 보수나 어떤 정치적 이름으로 거리에 나서더라도 그것은 그 어떤 것도 아닌 폭거일 수밖에 없다.

  탄핵만 해도 분열과 대립의 골이 깊은데, 탄핵 이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정치판은 19대 대통령 후보로 등록을 마치고 실질적인 선거전에 들어섰다. 더욱이 기존의 정당은 국정농단의 책임으로 분열이 되고 이름만 바꾼 새 정당은 그 정체성마저 불분명해 정당을 중심으로 하는 대의정치의 대선주자들을 헤아려보기가 더 혼란스럽다. 3월 초 예상대로 탄핵이 결정되면 대선주자들에 대한 점검은 국민들의 몫이 된다.

  더 이상 치욕의 국가로 몰아갈 수 없는 국가를 세우기 위해 우리는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헌법 개정과 고질병이 돼 온 관료제의 해악을 차단할 제도개편까지도 한꺼번에 쇄신하는 기회를 만들 것이다. 관료행정의 병폐는 특검과 헌재의 대통령 탄핵에 대한 과정에서 청와대의 독선적 대응 행태로 방증되고 있다. 방법상의 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대다수의 정당이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과 무엇보다 대선의 선택권을 쥔 국민 대다수가 원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법 개정은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짧은 시간에 대선주자들을 두고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가려내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후보자 개인 문제만 아니라 나름의 정치권력 집단이 함께해야 하는 등의 문제들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는 ‘보수’와 ‘진보’가 학문적 진의와는 달리 우리의 정치의식과 현실정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있다. 보수, 진보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우리에게는 오랫동안 나름의 의미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보수와 진보가 가진 적대적이고 대립적인 현상이 ‘이데올로기의 종언’이라는 사실과 ‘포스터모더니즘’이라는 세계적 기류 속에서 다시 신보수, 신진보라는 새 이름으로 착종돼 등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네 가지 변별로 대선주자들의 정치의식이나 이데올로기적 성향을 파악하고 있다.

  정치논객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표창원의 과격한 예술관으로 흠결을 입은 문재인, 평등이라는 과도한 복지의 이재명이 지향하는 노선이 각각 ‘(구)진보’라고 한다면, 진보를 표명하고 민주당 안에서 당론과 엇나가는 보수의 성격을 띤 안희정이 ‘신보수’이다. 박근혜에 반기를 들고 종국에는 탈당을 했지만, 그 스스로가 철저하지는 못했다는 유승민은 다소 진보적 색채를 띤 ‘신보수’이다. 반기문의 전철을 밟게 될 황교안은 (구)보수라 할 대선주자로서 아직 등판을 않고 있다. (구)보수-신보수-신진보-(구)진보의 스펙트럼은 경제민주화, 군복무기간, 사드 배치,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등 북한에 대한 태도 그리고 국민들에게 무상으로 돈을 나눠주는 복지정책 등으로서, 우리에게 그 적절성이나 부적절성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할 것이다. 사실, 많은 정책들이 따지고 보면 19대, 20대 국회에서 문제된 것들의 재포장이지만,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데 정치인들, 그들이 정쟁으로 실종시킨 것들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누가 얼마나 정치판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이러한 것들을 잘 추진해갈 것인가가 또 다른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 만약에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얼마나 ‘눈뜬 소경’의 날들을 보내게 될 것이었던가.

<위 글은 경남신문 2017년 2월 15일 (수) 23면에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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