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칼럼] 이재성 시인
[경남도민일보 칼럼] 이재성 시인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7.01.20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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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대화

  힘들고 어려워도 즐거움 있을 것…보이지 않는 '꿈'도전하는 청춘


  붉은 닭의 울음소리 들리지 않는다. 열병이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지독한 열병은 언제쯤 사라질 것인가. 심적으로 누적된 분노와 함께 정유년 새해를 맞이했다. 신명나지 않는 일들의 연속이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의 익숙함이 오히려 그립다. 똑같은 일상이 그리운 날이다. 분명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불편함이 자리 잡고 있다.

  새해를 맞이해 천황산에 있는 산사를 찾았다. 끓고 있는 화를 다스리려 한다. 영하의 한파가 몰아치는 저녁, 경남대학교 청년작가아카데미 학생들과 함께 입산을 했다. 이번 입산의 화두는 '도전'이다. 시를 쓰는 젊은 청춘들이 모여 서로의 이야기들을 나누는 자리다. 이맘때쯤 고성의 하늘에 독수리들이 날고 있다. 하지만 조류인플루엔자를 독수리들도 피해가지 못했나 보다. 날개 달린 모든 것이 외면받고 있다. 이제 막 날갯짓을 하려는 청춘들도 움츠려 있다.

  대학생이 된 후 첫 아르바이트를 한 한 학생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관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한다. 술에 취한 손님과 일화를 이야기하다 표정이 굳어진다. 사막마라톤을 준비하는 학생도 있다. 지원을 받기 위해 200여 곳 회사에 제안서를 제출하는 이야기를 했다. 물론 한 곳에서도 답이 오지 않았다. 무인도에서 일주일간 살아보는 생존 체험을 한 학생이다. 그 학생이 도전하려는 세상은 기발하고 특이하다. 남들보다 일찍 잃어버린 꿈에 관해 새롭게 꿈을 만들어가는 학생이다. 젊은 나이에 목표를 가지고 꿈에 도전하는 청춘들은 어쩌면 가까이 있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스물다섯에 해양시를 적겠다고 북태평양 원양어선에 승선을 했다. 도전할 수 있는 용기는 청춘들이 세상에 자신을 알리는 유일한 목소리가 아닐까. 이런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점점 더 남들과 다른 무엇인가를 요구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보편적인 이야기들은 이미 익숙해 더 이상 흥미를 끌지 못한다. 삶의 이력서가 있다면 한 줄도 적지 못할지도 모른다. 더욱 위험하고 험한 도전에 청춘들이 몸 던지려 하고 있다. 정면으로 맞서 싸울 용기가 꿈이라는 보이지 않는 추상과 싸우고 있다. 도전하고 또다시 도전해야 하는 반복 속 평안이 있을까. 우리들이 찾으려 하는 꿈은 어디에 있을까. 수없이 되뇌어 보아도 뚜렷한 답을 내릴 수 없다.

  하지만 힘들고 어려워도 그 과정이 즐거운 일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좌절하고 절망하여도 다시 희망을 갖게 만드는 것이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전부 다른 이 무엇을 '꿈'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한다. 긴 밤사이 타들어가는 장작불을 옆에 두고 꿈의 대화는 오랜 시간 이어갔다.

  어디서 닭의 긴 울음소리 들린 것 같다. 잠들지 못한 꿈들이 잠시 쪽잠을 자는 사이 목탁 치는 소리와 함께 날이 밝았다. 어제까지 보이지 않던 독수리들이 하늘을 날고 있다. 누군가는 자신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쉽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분명한 것은 누구나 가슴 한편에 꿈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사소한 꿈이라도 경청하고 응원할 줄 아는 자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남을 존중할 줄 알아야 자신 역시 존중받을 수 있다.

  환골탈태를 위해 도전하는 독수리 이야기를 끝으로 하산한다. 움츠린 날개를 편 꿈들과 함께. 2017년 정유년 새로운 해에 환골탈태한 대한민국에서 청춘들이 꿈을 펼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위 글은 경남도민일보 2017년 1월 20일 (금) 10면에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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