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칼럼] 임을출 교수
[매일경제 칼럼] 임을출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6.12.28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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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희망찬 한반도 시대 열 수 있을까

  한 해 마감을 며칠 앞두고 많은 이들이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고 복 많이 받기를 기원하는 덕담들을 주고받고 있다. 과연 우리는 2017년을 희망 가득한 한 해로 만들 수 있을까.

  필자가 보기에 2017년은 그 어느 해보다 혹독한 시련과 도전을 안겨줄 한 해가 될 것 같다. 적어도 지금과 같은 무기력과 관성에 몸을 맡기면 그렇다는 얘기다. 경제, 외교안보, 남북관계 거의 모든 영역에서 미증유의 도전적 과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남북관계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정도로 망가져 있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가늠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고도화되어 있다. 출구전략 없는 제재압박 일변도의 대북정책은 내년에 출범할 한국 차기 정부의 손과 발마저 꼼짝 못하게 만들어 버렸다. 북한의 핵개발에 들어갈 통치자금의 유입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박근혜정부가 앞장서 다자, 양자 간 대북 제재망을 촘촘히 엮어 놓은 바람에 남북관계는 자율성을 거의 상실했다. 북한이 선제적으로 핵문제와 관련한 양보 의사와 가시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 한 차기 정부도 제재 외에는 할 게 없는 상태다.

  따라서 남쪽에서 차기 정권을 누가 잡더라도 새로운 남북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주도성을 발휘하기란 여간 어렵지 않아 보인다. 태영호 전 주(駐)영국 북한 공사가 얼마 전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 한 말이 눈길을 끈다. 그는 "현 (박근혜)정부에 있는 사람들이 다 물러나고 새로운 정책으로 북한에 접근할 가능성을 (북한이) 보고 있다"면서 "전술적으로는 대북제재 무용론이 짧은 시간에 확대될 것이고, 이런 차원에서 한국 국민도 지금까지의 대북정책과 (다른)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재의 야당이 차기 정권을 잡는다면 새로운 대북 접근은 분명 시도될 것이다. 하지만 이 새로운 접근은 당장 북한의 4차, 5차 핵실험 이후 취해진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우방국의 독자적인 제재 그리고 5·24 조치 등 우리의 독자적 제재 장벽에 가로막혀 추동력을 갖기 어렵다.

  더구나 태영호 공사가 증언한 대로 북한이 한미 정권교체기를 이용해서 진전된 핵능력을 보여주고, 핵보유국 인정을 받기 위해 추가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상황은 더 암울해진다. 북한 해법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정부와 중국 간 대결의 심화, 지구적 차원의 핵군비경쟁의 촉발, 일본과 한국 보수파들의 자체 핵무장론 재부상 등 걷잡을 수 없는 신냉전의 회오리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다. 북한은 추가 핵실험이 트럼프 미국 신행정부와의 협상을 이끌어내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할 수도 있지만, 트럼프 외교안보팀의 초강경 매파 성향의 면면을 고려하면 이는 오판임이 금방 드러날 것이다.

  국민은 일상적인 안보 불안감에서 벗어나,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떻게든 북한의 추가 핵실험을 막는 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 신정부가 출범한 이후까지 기다리면 늦기 때문에 그 이전이라도 북한의 책임 있는 당국자와 만나 추가 핵실험을 막고, 희망찬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여는 방안을 미리 모색할 수는 없을까. 태영호 공사의 증언을 통해 북한의 김정은 정권도 제재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새로운 남북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긴요한 과제임이 확인된 만큼 지금이 적기일 수 있다. 문제는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힘이 빠질 대로 빠진 현 정부가 이런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더구나 정치권은 눈앞의 권력 쟁취에 골몰하고 있고, 정부는 거의 실패로 드러난 제재와 압박 일변도의 대북정책만을 여전히 고집하고 있다. 우리는 언제쯤 대반전의 기회를 잡을 지도자를 만날 수 있는 걸까.

<위 글은 매일경제 2016년 12월 28일 (수)자 35면에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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