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경남시론] 최낙범 교수
[경남신문 경남시론] 최낙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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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2.1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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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로 적폐를 청산하자

  2016년 12월 9일, 국회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1명이 불참하고, 299명이 탄핵 요구 투표에 참여했다. 기권 2표, 무효 7표, 반대 56표, 찬성 234표로 국회의원 78%가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 찬성했다. 47페이지에 달하는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는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내용을 적시하고 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는 공무상의 비밀누설, 직권남용, 뇌물수수, 국정농단 등 그 죄목이 하나둘이 아니다. 대통령은 직무정지 상태이고,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고 있다. 탄핵의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달렸다. 국회가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한 것은 그동안 계속된 국민들의 촛불시위를 그대로 대변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대통령도 예외 없이 임기 말년의 고질병이 도져 수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촛불을 들게 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시위는 매주 토요일마다 전국 곳곳에서 일어났다. 10월 29일부터 6차례 계속된 시위에 참여한 국민의 수가 600만명이 넘었다. 그것도 이전 시위 현장과는 달리 아무런 불상사 없이, 남녀노소가 함께 모여 대통령의 책임을 묻는 성숙한 시위문화를 보여줬다. 촛불은 국회가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의결한 다음에도 꺼질 줄 모르고 지난 토요일인 12월 10일에도 100만명이 넘는 국민이 거리에 나왔다.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촛불은 쉽게 꺼지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성숙한 국민들과는 달리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계, 관계, 재계의 모습은 가슴을 답답하게 한다.

  생중계하는 국회의 탄핵 표결 과정을 보면서 국회 본회의장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이 2004년 3월 12일 있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 때와 같다는 데 놀랐다. 그 당시 여당은 지금 야당, 지금 여당은 그 당시 야당으로 입장이 바뀌었지만 사람은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그들의 행태 또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인물은 그대로다. 국민들은 수준 높은 민주시민으로 성숙해 가는데 정치인들은 그들만의 당리당략에 빠져 삼류정치에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를 조사하는 국회의 청문회에 출석한 재계 인사들의 면면 또한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그들의 답변 또한 책임을 피하기 위한 변명 일색이다. 정경유착은 예나 지금이나 그 고리를 끊지 못하고 온갖 부정과 부패, 비리의 온상으로 시시때때로 국민의 주권을 유린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먼 나라 이야기다. 관료들 또한 무책임하기는 마찬가지다. 헌법 제7조에 공무원은 국민의 봉사자이고 국민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도 관료들은 정치의 시녀 역할에 급급해서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망각하고 정치인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먹고살면서 정계와 재계와 한통속이다.

 


  최순실 게이트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적폐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기득권 세력들의 비리, 부정, 부패의 폐단이 선량한 국민들의 기회와 꿈과 희망 그리고 행복을 깨뜨리고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민들이 엄동설한에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오는 것은 단순한 대통령 탄핵의 문제가 아니라 그러한 기득권 세력의 폐단을 척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국민이 위임한 주권을 행사하는 대통령, 국회의 정당과 국회의원, 관료들은 더 이상 그들만의 잔치를 하는 일이 없도록 대오각성하고, 국민들을 주인으로 섬기는 민주 사회를 건설하는 데 그들의 책무를 다하는 자세와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그들이 앞장서서 촛불 시위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민주정신을 뒷받침해야 한다.

<위 글은 경남신문 2016년 12월 14일(수)자 23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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