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기사] 강원영 대학원생
[조선일보 기사] 강원영 대학원생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6.11.2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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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판이 섹시해졌네

  [강호동같은 '덩치'만 씨름 하는줄 아셨죠? 샅바 잡은 미녀들을 소개합니다]

  - 남자 씨름 안부럽다

  유명세 타며 SNS 팬 수천명

  실업팀 창단 계속 늘어나면서 연봉 4000만~5000만원 받기도

  "씨름 한다고 하면 다들 화들짝… 방송 타니까 시합때도 꼭 화장"


 
  이만기·강호동이 떠난 요즘 씨름판에 화장품 향기가 퍼지고 있다. 씨름판에 뛰어든 여자 선수들 덕분이다. 땀내 진동하는 씨름판 일부를 '모래 요정'들이 점령한 것이다.

  경남 창녕에선 23일부터 대통령배 전국씨름왕선발대회가 열리고 있다. 26일까지 계속되는 이 대회엔 시·도 선발전을 거친 실업팀 전문 선수와 아마추어 279명이 총출동했다. 그중 여자 장사가 111명으로 40%나 된다. 여자 씨름은 최근 3~4년 사이 TV 중계가 늘어나는 등 주가를 올리고 있다. 남자 씨름이 인기가 있던 시절 여자 씨름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요즘은 오히려 "여자 씨름이 더 재미있다"는 팬들이 늘면서 실업팀 창단도 늘고 있다. 유도나 레슬링을 했던 선수들이 전향하는 경우도 많다. 여자 장사들은 무궁화(80㎏ 이하), 국화(70㎏ 이하), 매화(60㎏ 이하) 체급에서 기량을 겨룬다.

  여자 씨름의 매력은 '화끈함'이다. 씨름 코치 출신인 아버지의 권유로 씨름을 시작한 이연우(25·구례군청)는 "지루한 샅바 싸움도 없고요, 여자들이 더 독하잖아요. 밖에선 친한 언니·동생이지만 씨름판에 올라가면 정말 피 터지게 싸워요, 그래서 인기가 올라가는 것 아닐까요"라고 했다. 여자 씨름은 작은 선수가 큰 선수를 이기는 이변도 많이 나온다.

  "씨름 선수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는 미녀 스타들도 나오고 있다. 이은주(23·경남도)는 인터넷에서 '씨름 누나'로 통할 정도로 화제가 되고 있다. SNS 팬이 4000명이 넘는다.

  그의 직업은 카드사 상담 직원이다. 평상시엔 꾸미기 좋아하는 보통 20대다. 씨름 말고 특기는 화장, 취미는 노래 부르기라고 한다. 어릴 적 꿈은 가수였다고 한다. 그래도 지난달 전국생활체육 대장사씨름대회에서 우승한 실력파다. 이은주는 여고 시절 삼촌이 운영하는 유도장에 다니다 우연히 씨름을 접하게 됐다고 했다.

  생각한 기술이 모래판에서 통했을 때 짜릿함이 최고란다. 그는 이달 초 씨름을 스펙 삼아 취업에도 성공했다. "좀 차가워 보이는 인상 때문에 걱정이었는데 씨름 얘기로 합격했어요." 자연스럽게 씨름 선수란 사실이 사내에도 알려졌다. "제 인생에 스토리가 하나 더 추가된 거 같아요. 다재다능한 여자가 된 기분이죠."

  대학원생인 강원영(25·경남대)은 법학 교수가 꿈이다. 키 160㎝, 몸무게 58㎏에 별명은 왕눈이다. 취미는 한복 만들기. 가끔 자신이 만든 개량 한복을 입고 다닌다. 그러나 모래판에 서면 그는 넘기기 힘든 여장사가 된다. 강한 하체 힘이 비결이다. "부모님께서 '여자가 무슨 씨름이냐'며 반대하셨지만 다양한 기술을 배우는 재미에 빠졌다"고 했다. 평소엔 동네 남자 중학교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다. 그는 "남자 친구 사귀기가 좀 힘들어진 것 같다"면서 "친구들이 '씨름 선수인 거 숨기고 소개팅 나가라'고 하지만… 그럴 수가 있나요"라며 웃었다.

  지난해 대통령배 전국씨름왕선발대회 챔피언 양윤서(26)는 울산대에서 생활체육을 전공했다. 지난해 실업팀 콜핑에 입단했다. 그의 별명은 '모래판의 파이터'. 상대가 넘어가든 내가 넘어가든 무조건 공격하는 스타일이다. 실업팀 기숙사에서 지내며 오전·오후·저녁으로 땀을 흘린다.

  여자 선수들은 화장이 필수다. 경기 장면이 중계되기 때문이다. 양윤서는 "여자 씨름 선수의 생명은 눈 화장"이라며 "모래나 땀에 번지기 쉽기 때문에 방수(워터프루프) 제품으로 아이라인을 그리고 분가루를 뿌린다"고 했다.

  여자 씨름에 팬이 몰리며 실업팀도 늘어나고 있다. 예전엔 2011년 창단한 전남 구례군청 씨름단이 유일했지만 지난해 아웃도어 브랜드 콜핑이 뛰어들었다. 전남 나주의 중소기업 호빌스와 경남 거제시청도 창단을 준비 중이다. 연봉 4000만~ 5000만원씩 받는 선수도 탄생했다고 한다.

<위 글은 조선일보 2016년 11월 26일(토)자 24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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