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기사] 건축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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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6.11.1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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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불종거리 신개념 버스정류장은 도심 예술작품

  경남대 건축학부 공동작업 '놀이'로 도시 디자인 실험

  '이게 뭐지?'

  창원시 마산합포구 불종거리를 걷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건축물이 있다. 목재, 철골 구조물, 천이나 그물 등을 써서 만든 것인데, 보고 있으면 무슨 용도인지 궁금해진다. 모두 3가지 건축물이 있는데, 다름 아닌 버스정류장이다. 비 가림 지붕과 벤치 정도만 놓인 기존 버스정류장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불종거리 삼성생명 건물 옆 보행로에 설치된 3개 건축물은 경남대 건축학부 2학년 학생 39명과 박진석·설민규 교수가 3~4개월 협업해 만든 결과물이다.

  공공디자인을 반영한 건축물로 학생들의 상상력이 바탕이 됐다. 학생들은 밤낮 가리지 않고 정류장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인터뷰했다.

  서다영(21) 학생은 "정류장에서 뭘 하고, 어떻게 움직이고, 쉬는지 살펴봤다. 대부분 이야기하거나 휴대전화를 봤는데, 버스정류장이 무료하지 않고 즐거운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모형을 만들어 나갔다"고 말했다.

  버스정류장은 도시나 시골 어디에든 있다. 정류장 한 곳은 3.3~6.6㎡(1~2평)에 불과하지만, 한 도시에 있는 정류장을 합하면 그 공공 면적도 상당히 크다. 하지만 정류장은 제대로 활용이 안 되거나 재미없는 장소로 방치된 편이다.

  그래서 이들이 만든 정류장에는 '놀이' 개념이 도입됐다. 정류장은 쉼터이자 놀이터다. 선 채로 건축물에 편하게 기댈 수 있고, 높이 조절이 가능한 LED 조명이 달린 의자에 앉아 놀 수도 있다. 이 의자를 여러 개 모으면 공연장과 같은 느낌도 연출할 수 있다. 재료도 비싼 것이 아니라 정류장 하나를 만드는 데 50만~90만 원밖에 들지 않았다고 한다.

  3가지 모델을 불종거리에 놓은 이유도 있다. 인근 창동과 오동동 일대는 원도심 재생을 추진 중이다. 공공디자인은 도시재생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설민규 교수는 "예전에는 번창했지만, 이제 젊은이들이 찾지 않는 이곳에 새로운 풍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더욱이 이번 프로젝트는 건축가, 건축학도로서 사회에 참여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사례로 광주 도심에선 광주비엔날레를 통해 세계 건축가들이 참여, 소형 건축물을 건립하는 '어번 폴리(Urban Folly·도심 예술작품)' 프로젝트도 이뤄진 바 있다.

  박진석 교수는 "우리는 이런 프로젝트가 처음이지만, 앞으로 매년 할 생각이다. 주변 학교들과도 교류하면 좋을 것 같다. 이미 서울 등에서는 여러 학교가 참여해 광장 등에 공공건축물을 전시하고, 시민이 즐길 수 있도록 한다"며 "무엇보다 학생들이 지역에 이바지하는 좋은 기회이고, 공공건축에 관한 시민 관심도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4일부터 건축물을 옮기고 설치했는데, 주변 상인들의 응원과 격려도 끊이지 않았단다.

  유재석(25) 학생은 "이전에 해본 주택 설계 과제와는 달랐다. 현장 작업을 통해 실제 규모나 공간 감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번을 계기로 공공건축과 도시재생 활성화도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쉬운 부분은 3가지 건축물이 오는 18일까지만 전시되고 철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안전사고를 우려해 오랜 기간 두기 어려운 실정이다. 학생들과 교수진은 작은 파티를 열고 전시를 마치기로 했다.

<위 글은 경남도민일보 2016년 11월 17일(목)자 09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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