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인사이드칼럼] 임을출 교수
[매일경제 인사이드칼럼] 임을출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6.11.1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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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히어로 트럼프의 도전과 우리의 응전

  최순실 게이트와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제45대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안보와 경제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과연 우리는 이 닥쳐오는 위기들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청와대와 정부가 사실상 통치 능력과 기능을 거의 상실한 지금 우리는 무엇을 고민하고, 대비해야 할까.

  국가안보와 경제를 가장 큰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보수 정권의 집권 9년은 아이러니하게도 분단 이후 최악의 안보, 경제위기를 불러왔다. 주변 열강들은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한반도를 둘러싸고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심각한 국정 공백과 `미국발 브렉시트`는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혹독한 시련을 가져올 수도 있다. 안팎의 도전들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데 이에 대응하는 신뢰할 만한 응전들이 보이지 않는다.

  일단 트럼프 당선자의 등장은 우리에게 기회라기보다는 위기 요인으로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그가 지향하는 고립주의는 오히려 `람보와 브레이브하트를 뒤섞은 마블히어로(미국판 무협영화)`식 군사주의에 근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 전 세계 경찰국가로 나대다가 집안 살림 거덜난 미국에 대해 `내 집구석이나 잘 챙기는 것이 우선`이라며 미국민을 휘어잡은 트럼프다. 그는 무분별한 개입은 줄이되, 이익이 된다면 미국의 압도적 군사력을 사용해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는 행동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배타적 미국 중심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이런 속성들이 맞는다고 가정하면 그가 북한과의 군사적 대결, 방위비 분담 확대 등 안보문제를 비롯해 각종 보호무역 수단 발동 등 경제 문제에서도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압력들을 우리에게 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주한미군 철수를 상상할 수 없지만 트럼프가 당선됐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는 것이 미국 내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일각에서는 북·미 간 전격적 협상이 이뤄져 이른바 일괄타결(grand bargain)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도 한다. 이 역시 트럼프이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다. 우리로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최악과 최선의 시나리오를 모두 대비하는 것이 최선책으로 읽힌다.

  결국 트럼프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우리의 의지와 정책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그는 비즈니스맨 정치인답게 일방적으로 미 국익이 손해보는 결정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사업가로서 파트너와 윈윈(win-win)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무모한 일방통행적 사고방식도 엿보인다. 결국 이런 양면성을 가진 트럼프를 설득할 파트너는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국민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곧 다가올 대선에서 국민과 소통하며 결집된 민의를 무기로 당당하게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정치력을 갖춘 대통령을 반드시 뽑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북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지금의 최순실 게이트 위기를 극복해도 끝난 것이 아님을 유념해야 한다. 북한 조기 붕괴 등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기대어 북한의 움직임에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한다면 영원히 북한 문제의 수렁에서 헤어날 수 없다. 지금처럼 핵문제를 제재 압박 일변도로 해결하려 한다면 국민은 긴장과 불안의 일상을 보내게 될 것이고, 경제 활력을 되찾는 것도 요원한 과제가 될 뿐이다. 북한 리스크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그리고 심도 있게 이어지면 국내외 민간기업들의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고,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위축돼 경제가 제로 성장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보수 정권 10년도 모자라 차기 정부에서도 남북 경색 국면을 방치한다면 우리의 손실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대북정책도 핵무기보다 강한 평화의 무기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로서 북한 문제를 정면 돌파해야 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미국도 변하고 세계가 변하고 있는데 우리도 보수, 진보의 이데올로기적 접근에서 벗어나 보다 국익 중심의 관점에서 미국을 보고, 북한을 바라볼 수는 없을까.

<위 글은 매일경제 2016년 11월 16일(수)자 39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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