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기고] 변종현 교수
[경남신문 기고] 변종현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6.11.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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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영대(月影臺)에서 바라본 합포만

  월영대는 예로부터 시인묵객들이 자주 찾던 명소였다. 고려 때 정지상·김극기·채홍철·안축과 여말선초에는 박원형·정이오가 월영대를 찾아와 읊은 시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수록돼 있다. 월영대는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이 머물던 공간으로 이름이 났다. 이첨은 ‘두척산’(斗尺山) 시에서 “옛날 고운 신선은 먼 숲 끝자락에 집을 짓고 살면서 월영대를 거닐었는데, 기운이 가을 하늘과 함께 아득하네(伊昔孤雲仙 結?遠林? 逍遙月影臺 氣與秋天杳)”라고 했다. 삼국사기에서도 고운은 지리산 쌍계사, 합포현 별서(別墅)에서 노닐었다고 했다. 이러한 것으로 보아 두척산 끝자락 월영대 주변에 고운이 머물던 별서(별장)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서는 정지상의 월영대(月影臺)를 살펴보자.

 

  碧波浩渺石崔嵬(벽파호묘석최외) 푸른 물결 넘실대고 바위 우뚝 솟은 곳에

  中有蓬萊學士臺(중유봉래학사대) 그 가운데 봉래 학사대가 있네

 


  松老壇邊蒼蘇合(송로단변창소합) 소나무 오래된 단 주변엔 거친 풀들 뒤덮였고

  雲低天末片帆來(운저천말편범래) 구름 드리운 하늘 끝엔 조각배가 오는구나

  百年風雅新詩句(백년풍아신시구) 일생동안 시 짓겠다는 것은 새로운 시구이고

  萬里江山一酒杯(만리강산일주배) 만리 걸친 강산유람은 한 잔 술이구나

  回首鷄林人不見(회수계림인불견) 계림으로 돌아보니 사람은 보이지 않는데

  月華空炤海門回(월화공소해문회) 달만 공연히 바다 위를 비추며 돌고 있네

 

  이 시를 보면 월영대에서 바라본 합포만의 경관이 얼마나 아름다웠던지를 알게 해 준다. 푸른 물결이 넘실대고 바위가 우뚝 솟은 곳에 월영대가 자리하고 있다. 오래된 소나무가 서 있는 단 주변에는 거친 풀들 덮여 있고, 구름 드리운 하늘 끝에는 조각배가 오가는 모습이 보인다. 이 시는 특히 경련이 명구(名句)이다. 한평생 동안 시를 짓는 것은 새로운 시구를 찾는 일이고, 아름다운 강산을 유람하다 보면 한 잔 술을 마시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백년풍아(百年風雅)’나 ‘만리강산(萬里江山)’이라는 표현에서, 시간과 공간의 영역을 확장하면서 시적 주체의 정감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미련에 나오는 ‘인불견(人不見)’은 그 옛날 월영대에서 노닐던 최치원이 보이지 않는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고, ‘해문(海門)’은 육지와 육지 사이에 끼여 있는 좁은 바다를 말하는데, 찾으려는 사람(최치원)은 보이지 않고 달만 공연히 합포만 위를 비추고 있다는 것이다. 창원은 현재 합포만을 매립해 마산 해양 신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바라건대 해양 신도시에는 합포만을 가로막는 고층 빌딩은 짓지 말고, 예술과 문화의 공간으로 조성했으면 좋겠다.

<위 글은 경남신문 2016년 11월 11일(금)자 23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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