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청와대는 이 지경까지 오도록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을까. 문건 유출에 대해 비서진을 비롯해 청와대 내부에서는 전혀 몰랐다는 반응을 보인다. 구차한 변명과 비겁한 태도다. 참모로서 문건유출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직무유기’이고, 몰랐다면 ‘무능의 극치’다. 역대 정권에서도 비선라인은 존재했고 여기에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선에 의해 연설과 정책이 좌지우지되고 통제된 적은 없었다. 비선이 실세화되고 이들에 의해 국가권력이 사유화된 것이다. 역사에서 흔히 보듯 성공한 정치 지도자들 곁엔 항상 훌륭한 참모들이 있다. 이들은 시대의 흐름을 읽는 빼어난 감각과 탁월한 결단력을 갖고 있다. 먼저 그리고 넓고 깊게 보는 능력과 특정 사안에 대해 ‘아니다(NO)’라고 말하는 강단과 소신이 있다. 성공한 리더는 이러한 참모진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최순실 게이트 문제만은 아니다. 국정원 여론조작을 비롯해 세월호 침몰, 역사교과서 국정화, 백남기 농민 물대포 사건 등에서 보인 국민의 분노는 대통령의 눈과 귀를 막은 참모와 대통령의 역린(逆鱗)이 뒤섞인 작품인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에서 수습책을 내 놓고 있다. 대통령 퇴진과 거국 중립내각 구성이 연일 거론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문고리 3인방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의 물갈이와 폭 넓은 개각 정도에서 이 문제를 마무리 짓고 싶어 할 것이다. 내년이면 어차피 물러나야 할 대통령이다. 그렇다 보니 여권 쪽의 압박이 예상보다 강하다. 하지만 이 두 수습책 모두 상당한 리스크를 수반하고 있다. 지금은 수습책 운운보다 진상규명이 우선이다. 이번 사건의 진상규명은 전적으로 ‘국회의 몫’이다. 검찰의 조사에 대해 청와대가 비협조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국회 차원에서의 특검도입만이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그러나 역대 대부분의 특검은 용두사미에 그쳤다. 실종된 정치를 찾고 불신의 기관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이번 특검만큼은 여야의 힘겨루기로 차질을 빚으면 안 될 것이다.
<위 글은 경남신문 2016년 11월 2일(수)자 23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