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경남시론] 최낙범 교수
[경남신문 경남시론] 최낙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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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11.0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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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이 주인이 되는 자치문화를 형성하자

  지난달 29일은 제4회 지방자치의 날이었다. 1987년 10월 29일은 헌법 개정으로 그동안 지방의회의 설치를 유보해온 부칙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불가능했던 지방자치를 가능하게 한 날이다. 그날을 기념해서 2012년에 ‘지방자치의 날’을 제정하고, 2013년부터 매년 기념식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헌법에 보장된 지방자치는 1961년 5·16으로 지방의회가 해산됨으로써 중단됐다. 1987년의 헌법 개정에 따라 1988년에 지방자치법을 전문개정하고, 1991년에 실시한 기초와 광역의회 의원 선거로 30년 만에 다시 지방의회를 구성함으로써 지방자치 시대를 시작하게 됐다.

  지난 25년의 역사를 뒤돌아보면 지방자치는 아직 미숙하다. 주민이 지방자치의 주인이라는데, 주민은 아직 주인이 되지 못하고 있다. 주민의 공동체인 자치단체는 법인격체임에도 중앙정부는 인격자로 대우하지 않는다. 여전히 그들의 지도와 감독에 따라야 하는 지방행정기관임을 강제하고 있다. 주민을 대표하는 의회와 단체장 그리고 공무원들은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지시와 명령에 급급해서 주민의 목소리를 묵살하기 일쑤다. 주민이 의회 의원과 단체장을 직접 선거하는데도 그들은 주민을 주인으로 섬기기보다 재선을 위해 소속 정당에 충성을 다한다. 그런 의원과 단체장을 질책하는 주민도 별로 없다. 자치단체는 지방자치의 문제를 결정하는 중앙정부의 정책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그렇다보니 중앙정부는 지방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 다반사다. 지방자치 25년의 현주소다.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행정자치부는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중점과제를 발표했다. 주민이 주인이 되는 지방자치, 자치단체의 자율과 책임, 주민이 신뢰하는 지방의회, 효율적이고 건전한 지방재정, 중앙과 지방 간 상생 협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중앙정부의 정책이 과연 지방자치를 성숙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면 크게 기대할 수 없다. 주민이 직접 지방자치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주민발안, 주민소환, 주민투표, 주민소송, 주민참여예산제도 등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주민의 참여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방의회는 그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의원 유급제와 전문위원제도 등을 도입했지만 주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더 이상 제도의 문제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일이다. 제도는 사람들이 운영한다. 사람들이 바뀌지 않는 한 제도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지방자치의 주인은 주민이다. 중앙정부가 지방자치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역사에서 주민 공동체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가 결정하고 책임지는 지방자치를 경험한 적이 없다. 지난 25년 동안 일곱 번의 의회 의원 선거와 여섯 번의 단체장 선거를 실시했지만 지방자치가 무엇인지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이 주인 노릇을 하지 못하고, 주민의 대표기관인 의회와 단체장 그리고 공무원들이 주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중앙정부의 지도와 감독 속에 계속 머물 수 없다.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지만 지방자치의 문제는 주민이 주인이 돼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이제부터라도 지방자치의 주인인 주민과 그들의 대표인 의회 의원과 단체장 그리고 공무원이 주체가 돼 지방자치를 생활화할 수 있는 자치문화를 형성하고 발전시켜가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이 주인이 될 수 있도록, 공무원이 주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자치능력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교육과 연찬 활동을 지속하는 지방의회와 단체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중앙정부 역시 제도 중심의 문제 해결 방식을 지양하고, 지방자치의 주체들이 자치제도를 운영할 수 있는 자치능력과 자치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우선해야 한다. 이 길이 지방자치의 발전을 앞당길 수 있다.

<위 글은 경남신문 2016년 11월 2일(수)자 23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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