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경남시론] 최낙범 교수
[경남신문 경남시론] 최낙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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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9.19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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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혁신을 위한 제언

  1961년 5·16으로 해산된 자치단체의 의회를 다시 설치 운영하기 시작한 지 올해로 25년이다. 자치단체들은 의회를 구성하기 위해 그 구성원인 주민이 4년마다 의원을 직접 선거한다. 2014년 6월에 일곱 번째 선거가 있었다. 각 의회는 의원들이 호선하는 의장, 부의장, 위원장들을 2년마다 새로 구성해서 본회의와 위원회를 운영한다.

  합의제 기관인 의회는 주민의 의사를 대표해서 자치단체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고, 결정된 의사를 집행하는 단체장과 그 공무원들의 행정을 감시하고 감독하는 것을 책무로 하는 지방자치의 핵심 기관이다.

  그런데 25년의 세월에도 의회는 여전히 핵심이 아닌 주변을 맴돌고 있다. 자치단체의 주요 정책을 형성하고 결정하는 것은 의회 본연의 일인데도 그 역할은 단체장이 대신하고, 의회는 그저 손뼉을 치는 것이 보통이다. 주민을 대표하는 의회가 주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않고 그들만의 이해관계에 열중한다. 의장단 자리싸움에 금품을 주고받고 당쟁으로 의회 운영이 중단되고, 의회 발전을 위한 연찬활동에는 소극적이면서 관광을 위한 외유에는 적극적인 의회의 모습들은 주권자인 주민, 집행기관과 중앙정부 공무원들로부터 불신을 사고 있다.

  문제는 25년 동안 그 불신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의회는 개선을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은 의회의 존재 이유를 묻는다. 왜 필요하냐고? 꼭 있어야 하는 것이냐고?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냐고? 그래도 민주주의를, 지방자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의회는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더 이상 불신이 계속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의회의 혁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먼저 의회는 주민들이 의정활동에 쉽게 접근하고,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단순히 본회의와 위원회의 회의록을 작성하고 동영상을 제작해서 회의 과정을 보여 주는 수준이 아니라, 회의 내용까지 알 수 있도록 의원들이 심의하는 회의 자료를 방청인들에게 제공하고 홈페이지 등에 공개해서 관심 있는 주민 모두가 언제든지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의회의 모든 회의를 공개하고 그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의회는 의결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자치단체의 주요 정책을 형성하기 위한 공청회, 설명회 등은 단체장이 아닌 의회가 주최해서 주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하는 역할을 주도해 가야 한다. 의결기관으로서 의회는 입법과 정책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들을 정책공동체로 하는 자문위원회, 정책연구회 등을 설치해서 운영하고, 그들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의사과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단체장은 의결기관이 아니라 집행기관이다. 지방자치법은 의회가 주민의 대의기관임을 천명하고 있다. 의회가 어떻게 주민의 의사를 대표하고 있는지, 의정활동을 의원 개인의 이름이 아니라 의회의 이름으로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의회가 의결기관으로서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것이 혁신의 핵심 과제다.

  그리고 의회 운영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 의원 개인 중심, 위원회 중심의 의회 운영은 합의제 기관인 의회의 본질을 왜곡시킨다. 단체장에 대한 질문권은 의원 개인이 아니라 의원들이 합의한 의회나 위원회의 이름으로 응답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의회의 권한은 의원 개인의 권한이 아니다. 위원회 중심의 의회는 본회의를 유명무실하게 하고, 의원 모두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한다. 의회는 본회의를 중심으로 모든 의원이 참여해서 토의하는 토론문화를 정착시켜 주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의결기관으로서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의회의 혁신 없이는 의회무용론을 잠재울 수 없다.

 

<위 글은 경남신문 2016년 9월 19일(월)자 23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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