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칼럼] 임을출 교수
[매일경제 칼럼] 임을출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6.08.24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늪의 법칙 작동하는 북중경제관계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취해진 `5·24 조치` 이후 북한 경제의 중국 예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눈길을 끈 바 있다. 5·24 조치로 개성공단사업을 제외한 남북교역이 중단되면서 북·중 교역 규모는 급증했다. 이른바 제재의 `풍선 효과`다. 막대한 광물과 수산자원이 헐값으로 중국에 팔려나갔다. 북한의 대중국 무역 의존도는 줄곧 증가해 90%를 넘어섰다. 2000년과 비교해 16년 사이에 북한의 중국 의존도는 3배 이상, 무역액은 12배 이상 커졌다. 북한의 김정은 정권도 경제적 의존도가 심화되면 정치적으로도 중국 질서에 편입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무역상대국의 다변화를 적극 모색했다. 한때는 북한 시장에서 중국 위안화 사용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고, 무역일꾼들에게는 시장매대를 가득 채운 중국산 제품 비중을 낮추기 위해 유럽산 제품을 많이 수입하도록 독려하기도 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2015년 육성 신년사에서 "사대와 외세 의존은 망국의 길"이라며 모든 공장, 기업소들이 수입병을 없애고 원료, 자재, 설비의 국산화를 실현할 것을 지시했다.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하면서 내세운 죄목 가운데 하나도 나선지역 토지사용권과 지하자원의 헐값 매각이었다. 한마디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는 점점 더 중국의 자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빠져나올수록 더 빠져드는 늪의 법칙이 북·중 관계에는 강하게 작동한다. 더구나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이 고립되면 될수록 중국 의존도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는 중국과의 다양한 거래 확대를 통해 외화를 획득하는 것이다. 더구나 김정은은 경제강국 건설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어떤 식으로든 가시적인 경제성과를 보여주어야 하고, 이는 외부세계와의 경제활동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 외 대안이 없게 되는 셈이다.

  사드 도입 결정 이후 북·중 교역, 경제협력이 전반적으로 재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큰 틀에서의 유엔안보리 제재는 지켜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북·중 간의 인적·물적 교류가 다시 활력을 찾고 있는 모양새다. 유엔 대북제재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나라가 북한과 거래를 중단하거나 크게 줄이고 있지만 중국만 별 차이가 없다. 중국의 무역통계를 보면, 4월부터 6월까지 중국의 대북 수출은 7억9600만달러로 1월부터 3월까지의 수출 규모보다 31% 증가했다. 북한이 수입하는 제품 중 소비재·자본재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규모 건설용 자재들 대부분이 중국에서 들어온다. 하루 수천 t의 철광석이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고, 북한의 잇단 군사적 도발로 주춤했던 관광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다. 북한 나진항과 중국 상하이(上海)를 연결하는 화물운송 사업이 5개월 만에 재개됐다. 북·중 교역의 새로운 인프라 역할을 맡게 될 신두만강대교가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터에 북한이 서해에 이어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의 조업권도 중국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의주에는 중국인이 투자한 크고 작은 임가공 의류 봉제공장과 가발 공장도 여러 개가 있고, 신의주를 비롯한 혜산시 등 북한의 국경도시들에 생겨난 편의점들도 대부분은 중국인이 투자한 상점들이라고 한다. 중국 훈춘 경제협력구에는 북한 숙련공 유입을 전제로 한 신규 공장 증설이 줄을 잇고 있다. 단둥~신의주~평양~개성을 연결하는 고속도로·철도 연결사업도 중국 측 자본에 의해 조만간 시작될 것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중국은 내심 지금이 북한 경제를 자신들의 영향권 내로 포섭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간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국이 유엔 차원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면서 북한주민들의 민생과 관련한 품목에 대해 제재를 하지 않겠다고 한 부분도 북한의 대중 의존도를 약화시키지 않으려는 전략과 무관치 않다. 중국 자본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북한 체제의 미래가 도래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북한 경제의 중국 의존도 심화가 우리의 대북정책, 통일정책에 주는 함의를 다시 심각하게 성찰할 시점이다.

<위 글은 매일경제 2016년 8월 24일(수)자 35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