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경남시론] 최낙범 교수
[경남신문 경남시론] 최낙범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6.08.0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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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을 자초하는 지방 의원들

  지난 7월은 2014년 자치선거를 통해 구성한 도의회, 시의회, 군의회가 전반기 2년의 시간이 지나 후반기를 맞이했다. 후반기를 이끌어갈 의장단 구성을 위해 각 의회 의원들은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새로 뽑았다.

  이 과정에서 어떤 의회에서는 돈이 오고가고, 또 다른 곳에서는 사전 담합으로 혈서까지 쓰면서 의장단 자리를 나눠 갖기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동료 의원들을 매수공작하고, 성추문까지 했다는 곳도 있다. 뿐만 아니라 의회 내 정당 갈등으로 의장단을 구성하지 못해 의회가 불능 상태에 빠진 곳도 있었다.

  이로 인해 관련 의원들이 경찰의 수사를 받고, 구속되는 일이 연일 계속됐다. 그밖에 다른 의회들은 어떻게 의장단을 구성했을까 하는 궁금증보다 주민을 실망시키는 일이 계속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물어보기가 두렵다.

 


  의장단은 의회 운영을 책임져야 한다. 그 책임은 의회 구성원인 의원이 아니라 주민에 대해 지는 것이다.

  의회는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의원들로 구성하고, 그 의원들이 주민의 의사를 대표해서 자치단체의 주요 의사를 형성하고, 결정하고, 그 집행과정을 감시하는 것이 의회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의회는 시장, 군수, 도지사와는 달리 합의제 기관이다. 주민을 대표해서 행사하는 의결권과 집행기관에 대한 행정감시권 등은 의원 개개인에게 주어진 권한이 아니다.

  의원 상호간의 토의와 합의를 거쳐 행사할 수 있는 의회의 권한이다. 그 권한은 의장단이 주재하는 위원회와 본회의 활동을 통해 이뤄진다.

  그만큼 의장단의 역할과 책임은 막중하다. 의장단은 의원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의회를 대표하고 주민을 대표하고, 주민에 대해 책임질 수 없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의장, 부의장, 위원장은 물론 의원은 사리사욕을 채우는 자리가 아니다.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우리나라가 지방자치를 다시 시행한 지도 어느새 25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의회는 의원 신분이 명예직에서 유급직으로 바뀌고, 회기 일수의 제한 규정이 철폐되고, 전문위원제도를 도입하는 등 위상이 강화 확대됐다. 그런데도 의회는 주민대표기관으로서, 의결기관으로서, 입법기관으로서, 행정감시기관으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주민으로부터 집행기관으로부터 불신을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민의 일상생활에서 의회의 모습을 찾아보기란 어렵다. 의사당을 찾아 가지 않는 한, 찾아 간다고 해도 의회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기가 쉽지 않다.

  의회에서 심의 의결하는 의안의 대부분은 집행기관이 제안한 것이고, 제안된 의안은 위원회에서도 본회의에서도 별다른 토의 과정도 없이 원안을 가결하는 것이 상례다.

  이런 의회의 모습들과 함께 의원 개개인의 비위 행위들이 심심찮게 언론에 거론되면서 의회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마당에 의회 운영을 책임져야 할 의장단마저 주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는 일은 참으로 안타깝다. 의회가 왜 있어야 하는지 묻는 사람들이 많다.

  의회가 주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지방자치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지방자치를 포기하지 않는 한 의회는 존재해야 하고, 의회는 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제도의 미비점을 문제 삼기보다 의원 스스로가, 의회 스스로가 노력해야 한다. 불신을 자초하는 일은 삼가고, 의원 개개인이 아니라 의회의 의정 활동을 주민과 함께해야 한다.

  주민이 신뢰하는 의회 운영의 성패는 의장단의 노력과 리더십에 달려있다. 의회가 지방자치의 장식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의회가 거듭나야 주민이 주인이 되는 주민자치의 시대를 열어 갈 수 있다.

<위 글은 경남신문 2016년 8월 1일(월)자 23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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