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칼럼] 임을출 교수
[매일경제 칼럼] 임을출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6.06.0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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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의 민낯과 생존 메커니즘

  역대 최강의 대북제재 칼날이 여전히 북한 김정은 정권의 숨통을 겨냥하고 있는 가운데 제재 효과, 나아가 북한 내부의 민심 동향에 관심을 갖는 내외국인이 적지 않다.

  대체 주민들은 무엇을 생각하고, 내부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얼마 전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최근까지 북한에 살다 온 탈북자 10여 명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을 기회를 가졌다.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시장이 이전보다 확대됐지만 비사회주의 현상 척결이라는 명분으로 각종 규제와 검열이 시행되다 보니 장사는 더 안되고, 장사꾼끼리의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각종 사회동원에 시달리다 보면 주민들의 몸과 마음은 그야말로 파김치가 되기 일쑤다. 조금이라도 불순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일상적인 단속과 통제는 김정은 정권 들어 훨씬 세졌다. 이를 위해 김정은은 국가안전보위부의 권한과 역할을 크게 강화시켰다. 국가안보와 정치 문제만 전담했던 보위부가 이제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에 깊숙하게 침투하고 있다. 불순 영상물, 휴대폰 단속뿐 아니라 시장활동 감시까지 도맡고 있다.

  인민보안부(우리의 경찰) 관할 업무였던 일반 경제사범까지 담당 영역을 확대하는 등 권한이 커진 것이다. 국제사회의 제재 강도가 세질수록 보위부 역할이 더욱 커지고, 김정은의 보위부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

  이런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도 불법과 편법, 부정부패는 여전히 활개를 친다. 오늘날 북한에서 정부가 하라는 것만 하면 굶어죽기 십상이고, 불법 행위를 해야 그나마 살아갈 수 있다는 주민들의 인식이 팽배하다. 국가 자산은 여전히 몰래 빼돌려져 시장에서 거래되거나 밀수출된다.

  불법 행위를 하다 적발돼도 간부들에게 뇌물을 바치거나 국가가 어려울 때 적당히 헌금하면 면죄부를 받기도 한다. 특히 지금과 같은 강력한 제재 국면으로 국가의 통치자금이 줄어들 때 돈주들이 기부하면 충성심을 인정받고 더 유리한 사업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제재는 정권과 돈주들의 밀착을 더욱 촉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주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유일한 목표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다. 물론 공부도 한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의사, 간호사가 되면 해외 파견근무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해외 식당 종업원도 여전히 선망의 대상이다. 러시아 등의 해외 건설 현장에 파견되는 직업도 인기다.

  힘든 노동에 국가에 바치는 돈이 많아도 1년에 최소한 3000달러를 번다고 한다. 5년 근무하면 1만5000달러가 되는데, 이는 북한에서 큰돈이고 꽤 좋은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어 서로 해외 근무 기회를 잡으려고 달려든다.

  대다수 북한 주민들은 돈과 권력에 관련된 일이 아니면 무관심하다. 젊은이들이 가장 갈구하는 목표는 당 간부가 되는 것이다. 당 간부라는 지위는 곧 권력이자 금력이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딴마음을 먹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고 너무 위험하다. 주민들의 권리의식이 조금씩 깨어나고 있지만 당국은 당 간부든, 아래 주민이든 조금도 딴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계속 총화하고 학습하고 사회동원으로 불러모아 거의 공짜로 일을 시킨다.

  실제 이들의 건설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당국에는 노동력이 최고의 전략적 자산이다. `70일 전투`에 이어 `200일 전투` 선포는 제재에 따른 최선의 위기 대응 전략이다.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지위와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 충성 경쟁을 하기에 바쁘다. 핵과 미사일은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무기이고, 권력층 자신들의 안전을 담보하는 보배이기도 하다.

  이런 북한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과연 제재는 이런 북한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북한은 늘 우리와 국제사회를 향해 자신들을 너무 모른다고 강조한다. `정신력, 자강력이 다 합세해서 경애하는 원수님 두리에 일심단결해서 우리가 끄떡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재 효과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이때 북한 체제의 작동 메커니즘과 북한 정권, 주민들의 생존 메커니즘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고찰이 필요해 보인다.

<위 글은 매일경제 2016년 6월 1일자(수) 35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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