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대학보] 경찰학과 이은정 학생
[경남대학보] 경찰학과 이은정 학생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6.04.0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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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교류처 중국 언어문화체험 프로그램 참가

  여름방학 때 가기로 되어 있었던 길림북화대학의 문화연수가 한국의 메르스 사태로 우리의 연수계획은 연기되었다. 겨울방학 때 있을지 모르는 연수기회를 무작정 기다리고만 있던 2학기 기말고사가 얼마 남지 않았던 때. 반가운 문자 한 통이 날아들었다. 상해에서 멀지 않는 소주시에 있는 소주대학교에서 문화연수기회가 생긴 것이었다.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중국의 경제수도 상해에 근접해 있는 명문학교여서 다시 잡기 어려운 기회라는 생각에 망설일 이유나 고민할 이유가 없는 선택이었다. 당장 참여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뜨거웠던 여름방학의 연수 취소의 절망을 뒤로한 채 부푼 마음으로 한 달 동안의 짐 꾸러미를 싸고 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졌던 OT시간에는 나 혼자 룸메이트 얼굴을 보지 못해 이름과 학과만 아는 상태로 공항에 도착했다.  결국 학교 기숙사까지 가는 동안에 ‘룸메’가 누군지도 모른 체 도착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 내 룸메 혜윤이와의 첫 만남이 떠오른다.  한 살 아래였던 내 룸메는 내가 무거운 가방을 낑낑 거리며 가장 마지막으로 기숙사에 도착했을 때 “혹시 경찰학과세요?” 물어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둘 다 웃으며 엘레베이터도 없는 기숙사의 6층까지 힘겨워하며 무거운 짐 가방을 날랐다. 처음부터 마냥 알았던 친구인 것처럼 한 시의 어색함도 없이 우리는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을 소중하게 보냈다. 나의 한 달 중국 생활 기간에서 혜윤이는 빠져서는 안 될 단짝 같은 존재였다. 이 지면을 빌어 중국학과 출신이어서 도움 많이 받았으며, 내 생활의 활력소가 되어준 혜윤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중국학과 룸메의 도움이 큰 도움

  첫 날 우리가 거주했던 소주대학 동쪽 기숙사에서 북문(정문)쪽에 있는 해외연수생 강의실 까지 찾아가는 길을 알아두었다. 중국 도우미 친구들을 만나 소주의 명동이라 불리는 관천제에 가서 유명음식 ‘훠궈’를 먹었다. 그때 우리나라로 비유하자면 샐러드바 같은 음식코너가 있었는데, 거기 있었던 고양이 귀 과자(중국전통과자)는 한국에까지 가지고 와서 먹을 정도로 맛있는 우리의 간식이었다.

  수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평일교육은 모두 중국어 수업으로 이루졌다. 수요일 특별수업은 서예, 태극권, 중국 음악 배우는 시간으로 이루워졌다. 중국어의 사성을 모르는 완전 초급인으로써 처음 원어민 선생님의 수업은 멘붕 그 자체였다.

  전혀 알아들을 수없는 중국어로 수업을 하시는데 첫 주 몇 일간은 1시간 45분이 너무 길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이내 눈빛과 대화의 분위기에 집중하려고 노력했고 어느 정도 뉘앙스를 통해 대화의 맥락을 짚어나갔던 것 같다.

  매일 수업 시작하기 전, 전 날에 배웠던 단어, 문장 위주로 받아쓰기를 진행했다. 초기에는 B만 받는 바람에 오기가 생겨 룸메인  혜윤이를 많이 괴롭혔다. 성조에 대해 많이 물어보고 읽는 방법, 쓰는 방법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물론 성조를 제대로 알지 못해 혜윤이가 엄청 박장대소하는 일도 많았지만, 집에 돌아온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갚진 경험이었는가. 돌아 갈 수 없어 서운한 경험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수학문제 같은 중국어


  첫 날엔 우리 20명 학생 모두 걱정했던 ‘와이파이’가 제대로 터지지 않아 애를 먹고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집에 가고 싶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찾아왔다. 그러나 느린 인터넷 속도로 우리끼리 돈독해 지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휴대기기에서 조금은 멀어져서 불편한 생활을 했지만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이고 행복한 경험을 했는지도 느끼게 해주었다.

  동양의 베니스 '소주'

   중국어도 중국어지만 “동양의 베니스”라 불리는 소주와의 만남은 황홀했다.

  오전수업밖에 없어 오후에는 피곤함을 잊은 채 처음에는 버스도 타고 지하철도 타며 소주의 유명관광지를 다 다녔다. 첫 날 갔던 관천제는 우리의 학교 앞 시내 놀이터가 된지 오래였고, 돌아오기 일주일 전 부터는 우리가 소주 관광 가이드를 해도 될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구경을 했다.

  나는 소주의 제일 아름다운 정원이자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소주의 대부분의 관광지는 거의 유네스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졸정원을 기대했었는데, 겨울이라는 상황 때문인지 휑한 느낌에 실망감밖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사자림에서는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나올 때 까지 감탄사만 내며 우리가 찍은 사진만 몇 백 장이 되었다.

  중국어 공부, 소주관광을 하는 사이 우리가 귀국해야 하는 날짜는 점점 다가왔다. 귀국 전 주 금요일에는 조 별로 모여 우리가 중국에서 어떤 생활을 했는지에 대한 PPT를 만들어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테스트를 끝으로 소주대학 일정은 마치게 되었다. 중간에 친구들끼리 상해도 다녀왔지만, 나는 상업적으로 발달한 도시인 상해보다는 고즈넉하게 옛 도시에 옛 것들이 많이 남아있는 소주가 더 좋았다.

  경험해보지 못할 좋은 기회를 주신 학교에도 감사한다. 그 기간을 열심히 함께 놀고 웃고 머리 맞대어 고민하며 잊지 못할 날들로 만들어준 20명 친구들 모두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한다. 6개월, 1년이 더 주어져도 충분히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던 소주의 생활이 너무 짧고 아쉽게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우리가, 내가 부딪히며 보고 느낀 것들은 오랫동안 잔잔하게 마음 깊숙이 아름다운 무늬로 남아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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