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칼럼] 임을출 교수
[매일경제 칼럼] 임을출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6.01.20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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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생존전략

  북한은 4차 핵실험을 강행한 이후 `성공`을 자축하며, 이를 강성국가 건설로 이어나가자는 군중대회를 전국에서 펼쳐왔다. 북한의 핵실험은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는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이지만, 북한 내부적으로는 경제 발전을 위한 추동력으로 활용되고 있는 점이 이채롭다.

  북한 매체들은 "(핵실험 이후) 경제강국 건설에 총력을 집중해 경제 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에서 새로운 전환을 일으키는 것이 올해의 최우선 과업"이라고 밝히고 있다. 나아가 북한 외무성은 지난 15일 공식적으로 "경제강국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는 우리는 정세 격화에 관심이 없으며 그 누구에게 도발할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이번 핵실험을 전쟁 억제력을 갖춘 상태에서 북한식 경제 부흥을 일으키려는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북한의 이런 반응을 두루 고려하면 핵실험 속셈은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오는 5월 열리는 7차 당대회를 앞두고 먼저 핵보유국 지위를 달성하고, 이를 토대로 경제 발전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북한은 당분간 대북확성기 방송,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 등에도 불구하고 일단 경제강국 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경제강국 건설 의지를 밝힌 것도 빈말은 아닌 것으로 비친다. 북한은 핵무력 시위와 별개로 올해 경제 발전을 위한 나름의 개혁과 개방 스케줄을 준비해놓은 것으로 추론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핵실험으로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외부적 조건이 크게 악화되면서 앞날이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인다. 신년사에서 드러난 7차 당대회의 성패는 `경제강국 건설` 여부에 달려 있고, 그 핵심은 4대 선행 부문(전력·석탄·금속·철도운수) 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이다. 얼핏 보면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에는 한 발짝 다가섰다고 볼 수 있을지 모르나 신년사에서 강조한 경제 건설 및 인민생활 향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북한은 내부 자원을 총동원하면서 신년사에서 강조한 `자강력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자력갱생 전략에 더욱 기댈 것으로 예상된다. 자강력 제일주의는 중국을 비롯한 외국의 도움 없이 독자적인 기술과 자원으로 강성국가를 건설하겠다는 뜻이다. 어쩌면 북한은 핵실험으로 국제적 경제 제재가 강화되고 대외적 여건이 나빠질 것을 미리 간파하고, 올 신년사에서 자강력 제일주의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강조했는지도 모른다.

  또한 지난해와 달리 신년사에서 대표적인 개방 정책인 `경제개발구`를 언급하지 않고 경제관리 분야에서 `우리식 경제관리 방법`을 전면적으로 확립하겠다고 거론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경제 발전 동력을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겠다는 의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역설적이지만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식` 체제내적 개혁 및 제한적 개방은 오히려 확대됐다. 당시에도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가 부과됐다. 이에 대해 북한은 경제주체들의 자율성과 인센티브를 크게 확장시킨 북한식 경제관리 방법을 도입했다. 또한 내부 돈주들의 투자를 활성화시키고, 외자유치를 위해 문호를 개방하고, 외국 관광객 유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결과적으로 시장화 현상이 북한 경제 내에 구조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김정은 정권은 북·미 관계와 북·중 관계 개선, 그리고 남북 관계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조건에서 해외 자본 유치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충분히 고려한 생존 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김정은 정권은 `내부 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핵실험에 따른 전례 없이 높은 수준의 제재를 받으면서 오는 5월 36년 만에 열릴 예정인 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어떤 새로운 경제 정책을 내놓을지, 그리고 신년사에서 `인민생활 문제를 천만 가지 국사 가운데서 제일 국사`라고 언급한 김정은이 몇 달 남지 않은 기간에 어떤 경제적 성과를 선보일지도 자못 궁금해진다.

  만약 핵실험과 이에 따른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죽지 않는다면 경제·핵건설 병진 노선은 여전히 고수될 것이고 우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딜레마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위 글은 매일경제 2016년 1월 20일 (수)자 35면에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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