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경남시론] 김근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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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1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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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북핵문제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한반도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들 주장대로라면 북은 이제 머지않아 원폭을 넘어 수소폭탄을 갖게 된다. 전쟁이 발발하면 한반도는 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우리의 확성기 방송 재개로 휴전선은 또다시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고 있다. 북의 조준 타격이 감행될 경우 휴전선은 예측불허의 국지전으로 치달을 것이다. 미국의 핵폭격기와 핵항모가 한반도에 전개되고 북은 핵전쟁 불사를 외치고 있다. 경제 규모 10위의 대한민국이 아찔한 전쟁위기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역설이지만 엄연한 현실이다.

  4차 핵실험으로 북한은 기존의 핵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했음이 확증됐다. 이미 2013년 3차 핵실험으로 북은 핵포기 절대 불가를 공식 천명했지만 이젠 수소폭탄 실험을 공언함으로써 사실상 핵보유국을 넘어 핵무기의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은 과거 대미 압박용 벼랑끝 전술로서 활용되었다면 이제는 핵보유라는 자신의 정책목표를 향한 기술적 필요의 마이웨이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선 협상, 후 핵확산이 아니라 이제는 선 핵확산, 후 협상으로 완전히 전략이 바뀐 셈이다.

  북한은 이제 실전 배치 가능한 다수의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대미 전략적 우위를 확보한 상태에서 새로운 북미 담판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핵무기 개발 과정의 일정한 협상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행동 대 행동의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핵보유를 확보한 이후 평화협정 체결과 핵협상을 교환하는 보다 큰 게임을 기획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북핵문제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게임 체인지(game change)’가 되고 말았다.

  북핵문제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마땅찮음은 이제 공공연한 사실이다. 우리가 맞대응할 수 있는 것은 확성기 방송과 대북 제재 말고 별다른 수단이 없다. 그러나 확성기 방송은 북의 핵실험을 중단시킬 수 있는 대칭적 카드가 결코 될 수 없다. 오히려 휴전선에서의 군사적 충돌과 전쟁 불사를 감내해야 하는 한반도 긴장 고조에 기여할 뿐이다. 또한 북에게 자위적 수단으로서 핵보유를 더욱 정당화시켜 줄 뿐이다. 확성기의 대단한 성능으로 주장되는 대북 심리전은 하루아침에 효과를 보지 못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북한 주민의 마음에 스며들 때 북한 내부의 변화를 추동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대북 제재를 위한 국제 공조 역시 뾰족한 해법이 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당장 중국이 강력한 제재를 주저하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전략이 엄존하고 한미일 군사협력이 강화되는 현실에서 중국이 북한을 전략적으로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국은 북한의 급변사태와 체제 전환보다는 핵을 가진 북한정권의 안정을 선호한다. 한중 국방장관 핫라인을 거부하는 중국의 속내는 이번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미국이 원하는 고강도의 제재에 동의할 수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북한의 마이웨이식 핵전략 고수는 대북 제재의 실효성이 마땅치 않다는 작금의 현실을 간파한 데서 비롯된다. 계속되는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경제는 호전되고 있고 중국의 대북 제재가 물 샐 틈 없이 강화되지 못할 것이라는 나름의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지금 또다시 거론되는 제재 강화는 결국 빈말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제 북핵문제는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국면으로 진입했다. 북의 핵전략이 수정되었고 북핵을 막기 위한 대안도 마땅치 않다. 대북 제재는 실효성이 없다. 확성기 방송과 고강도 군사 시위는 한반도 긴장 고조와 군비 경쟁에만 기여할 뿐이다. 그렇다고 참수 작전과 외과적 수술 같은 군사적 옵션을 결심하기도 어렵다.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담대한 협상을 고민해야 한다. 북핵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위 글은 경남신문 2016년 1월 13일 (수)자 23면에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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