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칼럼] 김재길 학생
[조선일보 칼럼] 김재길 학생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6.01.0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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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읽는 시조] 커피 한 잔의 여유

 

  우리대학교 청년작가 아카데미 1기 수료, 201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등단, 현재 우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년 재학중이다.

[가슴으로 읽는 시조] 커피 한 잔의 여유

  커피 한 잔의 여유

 


  청춘의 커피 속에


  선잠을 채워 본다.

 


  네 방울 열정 넣고


  한 방울 눈치 넣고

 


  나이는 주변 살피며


  조심스레 넣는다.

 


  한입만 먹어보려


  입술을 갖다 대면

 


  혹시나 쫓아오는


  시간이 두려워서

 


  황급히 향기만 맡고


  발걸음을 돌린다.

 


  ㅡ김재길(1991~ )


  "저, 커피나 한잔…." 함께하고 싶은 사람에게 청하던 대표적 표현이다. 그만큼 커피는 낯섦을 눙치고 어색한 침묵을 향기로 메워준 낭만적 매개였다. 지금도 회의며 수다며 온갖 만남에 빠질 수 없는 여유요 자극이지만 말이다. 그중에도 대한민국표 커피는 믹스, 싸고 편한 자판기 커피의 대명사다.

 


  그런데 '커피 공화국'이란 나라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조차 버거운 청춘들이 있다. '선잠' '열정' '눈치' 다 넣고 '주변 살피며' '나이'까지 넣는 청춘의 커피, 그것은 기약 없는 알바요 이력서나 다름없다. 게다가 '열정'은 늘 더 넣어야 하는 인내의 쓰디쓴 믹스. 그마저도 '쫓아오는/ 시간이 두려워서' '향기만 맡고' 돌아서다니…. 포기로 살아남는 세상은 이제 그만! 이 땅의 미래인 알바 청춘들이 커피 한잔부터 눈치 안 보고 구가하길 다시 빌어본다. 더불어 사랑의 노래도!

<위 글은 조선일보 2016년 1월 8일 (금)자에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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