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칼럼] 최동호 석좌교수
[경인일보 칼럼] 최동호 석좌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12.18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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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의 시인정조… 수원화성·24] 술잔을 올리며 어머님 만수를 비는 악장

  효심으로 쓴 혜경궁 회갑연 ‘축복의 노래’

  스스로 악장 지은 조선 최초의 왕

  궁·상·각·치·우 다섯음 장수 기원

  1795년 윤 2월 18일 오전 8시 45분께 화성행궁에서 거행한 어머니의 회갑연을 위해 정조는 스스로 악장을 지었다. 악장은 조선조 초부터 궁중의 여러 행사를 위해 창작된 악곡 형식이며 어머니의 회갑을 위해 왕이 친히 악장에 붙이는 시를 쓴 것은 정조가 처음일 것이다.

  정조가 지은 악장은 선창과 후창으로 구분돼 선창은 ‘장락’ 5장으로, 후창은 ‘관화’ 5장으로 구성돼 각각 궁·상·각·치·우 다섯 음으로 불렀다.

  #궁(宮)

  즐거운 잔치에 태평성대가 연이었으니 / 嘉會屬昇平

  태평성대를 나타내는 상징이 있었구나 / 昇平今有象

  그 상징이 어떠한 것인가 물어보나니 / 厥象問如何

  노인성이 중천에서 빛나고 있다고 하오 / 老人中天朗

  #상(商)

  사탕을 머금은 나는 장락궁의 봄이 길고 / 含飴駐我長樂春

  성수를 비는 여인은 화봉인을 오게 했네 / 祝聖徠女華封人

  #각(角)

  길고 긴 장락궁의 봄에 술잔치를 열고 / 春長長樂酌斗

  화봉인은 어머님께 세 가지 축복하네 / 華祝至三壽母

  #치(徵)

  아들과 손자에게 끼친 공 얼마나 높은가 / 翼子詒孫功何巍

  그 많은 복록으로 광휘가 넘치고 있도다 / 穰穰福祿光輝

  #우(羽)

  함지의 북과 운문의 거문고 연주하며 / 咸池鼓雲門琴

  신선의 좋은 술 해마다 올려바치리 / 玉漿瓊液年年斟

  이상이 ‘장락(長樂)’ 5장(章)이니, 제1장은 4구(句)이고, 나머지 4장은 장마다 2구(句)로 구성돼 있다. 모두가 어머니의 장수를 축복하는 노래다. 이날 진찬에서 혜경궁 홍씨가 받은 잔은 모두 7잔이었으며, 정조가 처음 두 잔을 올린 것으로 기록돼 있다.

  선창을 하고 한잔을 올린 뒤, 후창을 하고 다시 한 잔을 올렸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시에서 화봉인은 수원화성 사람들을 지칭한다. ‘화’땅의 사람들이 요 임금에게 ‘수(壽), 부(富), 다남자(多男子)’ 등으로 축복했는데, 이는 후사를 걱정하는 모든 제왕의 소망이기도 하며 요순시절과 같은 태평시대가 수원화성에 열렸음을 뜻한다.

  제1장의 ‘노인성’은 장수와 태평을 상징하는 도교의 별이다. 마지막 구절에서도 도가의 신선사상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도교에 불로장생의 사상이 있기 때문이다.

 

<위 글은 경인일보 2015년 12월 14일자에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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