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김용복 교수
[한국일보 칼럼] 김용복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12.0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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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획정 최악만은 피하자

  선거가 다가올수록 정치인들의 노골적인 이익 챙기기는 더해지고 있다. 유력 정치인들의 예산안 챙기기 싸움이 끝나자 공천 룰을 둘러싸고 여ㆍ야당의 내홍은 격해지고 있다.

  야당은 급기야 분당 직전의 갈등으로 치닫고 있다.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계파 이익과 재선의 욕심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정당 정치의 불신을 심화시키고 있다. 결국은 공천권과 공천 규칙을 둘러싼 잠재적인 갈등이 여러 다른 이름으로 포장되어 여야 갈등, 계파 갈등, 이합집산 등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선거구 획정은 결말이 나지 않았다. 헌법재판소가 기존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3배에서 2배로 변경할 것을 결정하면서 현행 선거구는 12월 31일까지 유효하다고 판시하였다. 선거구도 획정되지 않았는데, 공천 다툼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예비 후보 등록이 12월 15일부터인데 정치 신인들의 고민과 혼란은 커져가고 있다. 헌재 결정이 작년 10월 말에 나왔고, 올해의 가장 큰 정치 이슈로 선거제도 개혁과 선거구 획정이 제기되었는데, 선거제도 개혁은커녕 반드시 해야 할 선거구 획정도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막판까지 몰린 선거구 획정 문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현역 국회의원들에게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또한 그들에게 유리하다는 점이 국민을 더욱 참담하게 만든다. 비록 여론과 정치 신인들의 비난을 받더라도 현역 지역구의 기득권을 지키는 선에서 슬며시 합의하고, 바로 선거 국면으로 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선거구 획정의 최악은 예비 후보 등록 전에도 합의가 되지 않고 해를 넘기면서, 지역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축소하는 가장 편리하고 손쉬운 그렇지만 지역구의 기득권이 침해 받지 않는 방안이다. 올해 초에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최악을 피하는 선거구 획정 방안은 없는가? 원래 선거구 획정은 선거제도 개혁과 맞물리면서 정치 개혁의 핵심으로 오래 논의되어 왔던 사안이다. 한국의 선거제도 개혁은 거대 양당의 독점구조를 깨고, 지역주의를 완화하고 다양한 정치세력의 진입을 수월하게 하는 비례성의 제고가 핵심이었다. 그래서 소선거구를 늘리고 비례대표를 축소하는 가장 손쉬운 선거구 획정 방안은 선거제도의 개악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고 우려되었던 것이다.


  우선 선거구 획정은 최소한 선거제도를 개악하는 효과를 가져오는 방향으로 결정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비례대표를 줄이고 지역구를 늘리면 가장 손쉽게 선거구 획정을 할 수 있다. 여야가 최근 300명의 정원을 유지하면서 비례대표 7석을 줄여 지역구를 늘린다고 합의한 것은 현재보다 비례성이 축소한 후퇴된 방안이다. 최소한 현재의 비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례대표 의석을 그대로 유지하든지, 비례성을 보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든지 선거정치를 개혁하지는 못하더라도 후퇴시키지는 말아야 한다.

  그리고 선거구 획정은 연말까지는 확정되어야 할 것이다. 여야가 조금씩 양보하더라도 원외와 신진 정치인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으면 내년 1월 1일부터는 선거구가 없어지기 때문에, 예비 후보들은 지위도 상실하고 활동할 공간도 없어지게 된다. 반면 현역 국회의원들은 해당 지역구가 없어지지만 의정보고회 등을 통해 선거운동을 지속할 수 있다. 선거구 획정 문제가 기득권 유지로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선거구획정위원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되어야 한다. 선거구획정위는 정당의 눈치를 보느라고 많은 논의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했다. 자율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한 구조와 권한을 부여하였다면, 선거구 획정 문제가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야가 할 수 없다면 자신의 권한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는 있어야 할 것이다.

<위 글은 한국일보 2015년 12월 09일 (수)자 31면에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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