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칼럼] 최동호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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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10.28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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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호의 시인정조… 수원화성·17] 방화수류정에서 활을 쏘다

  경치 가장 빼어난 곳에 정자 세워
  풍류 조망·회갑연·군사지휘 용도
  ‘화살촉이 꽃과 같다’ 신선한 표현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은 정조 18년(1794) 동북쪽의 군사지휘소로 만들어진 정자로, 중국 송나라 시인 정명도(程明道)의 시 구절 ‘운담풍경근오천(雲淡風輕近午天), 방화수류과전천(訪花隨柳過前川)’에서 따온 것이다.

  동북각루라는 명칭보다 한결 운치가 있는 이름이 ‘방화수류정’이다. 정명도의 시에서 말하고 있는 대로 수류정은 화홍문에서 흘러내리는 수원천을 바라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원의 동북지역을 조망할 수 있는 가장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는 위치에 세워졌다.

  따라서 이에 걸맞게 시적 풍류를 즐길 수 있는 낭만적인 명칭도 부여되었을 것이다.

  정조는 이듬해 회갑연 때도 이곳을 시찰했고, 1797년 음 1월 29일에는 신하들과 함께 활쏘기를 하고 화성 성역 공사의 노고를 치하하기도 했다. 이 시의 표현으로 보아 이른 봄 버드나무 잎이 돋아나기 시작할 무렵이었을 것이다.

  춘성을 편력하고도 해가 기울지 않았으니 / 歷遍春城日未斜
  수류정의 풍경은 한층 더 맑고 뛰어나다 / 小亭雲物轉晴佳
  난기가 삼련이 연이어 명중함을 보고하니 / 鑾旂慣報參連妙
  버드나무 숲의 그늘에 화살촉이 꽃과 같다 / 萬柳陰中簇似花

  첫 행에서 아직 기울지 않은 봄날의 해에 비치는 정자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린 다음, 표적에 명중한 활쏘기로 마무리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시의 핵심은 마지막 구절에 있다. 마지막 결구는 풍경과 이미지가 아울러 표현된 참신한 시각적 이미지이며, 이는 현대적 관점에서 보아도 절묘하다. 삼련(參連)은 화살 하나를 먼저 쏘고 그 후 화살 셋을 연이어 쏘는 방법을 말하는데, 이는 ‘주례(周禮)’에 나오는 것으로 다섯 가지 활쏘기인 오사(五射) 가운데 하나다.

  연이어 쏘는 화살이 버드나무 숲을 향해 날아가 꽂히는 순간을 ‘화살촉이 꽃과 같다’고 한 구절은 역동적이며 신선한 이미지이다.

  정조는 학문도 뛰어났지만, 이 시에서 알 수 있듯 백발백중의 명궁수였다. 문무를 겸비한 그는 국가의 지도자로서 뛰어난 품성을 지닌 군왕이었다. 신하들과 백성들에게 먼저 자신의 위엄을 보이고, 그들이 믿고 따를 수 있는 스승이자 왕이 되고자 소망한 것이 인간 정조의 진정한 모습이었다.

  / 시인 최동호 교수

<위 글은 경인일보 2015년 10월 26일(월)자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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