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방송] 김승현 교수
[JTBC 방송] 김승현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10.26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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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물 문제에 선제 대응해 통일비용 줄이자

  물은 인류가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다. 깨끗한 물 공급과 오수 처리는 건강한 삶의 첫걸음이다. 최근 남한에서 가을가뭄이 이슈지만 북한의 물 문제는 더 심각하다.

  국제적십자사연맹에 따르면 북한 인구 2400만 명 중에서 700만 명 이상이 깨끗한 물과 적절한 오수 처리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북한에서 상하수도 사업을 살펴본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북한의 물 문제가 심각하다고 전한다.

  수도관이 설치돼 있는 도시라도 시설이 낡은데다 전력 부족으로 주민의 상당수가 우물이나 지하수에 의존한다. 약품 및 부품과 전기 부족으로 정수시설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면서 수돗물의 안전성도 위협받는다. 북한의 하천과 지하수 등 수자원은 하수도 기능의 미비로 오염이 상당히 진행됐다. 대부분의 생활오수와 산업폐수가 처리되지 않은 채 방류되면서 하천과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다.

  수자원의 중금속 오염은 광산이 주요 원인이다. 북한의 광산에는 폐수처리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고 재활용 시설도 없다.

  물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가 수인성 질환인 설사 발병률이다. 설사는 섭취한 음식물에 들어 있는 영양소가 체내에 충분히 흡수되지 못하게 방해한다. 북한에서 설사가 어린이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데, 5세 미만 유아 사망 원인의 11%는 설사에 기인한다.

  물 문제는 북한 농업에도 직격탄이다. 북한은 전체 수자원의 73%를 농업용수로, 11%를 생활용수로, 나머지 16%를 공업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농업용수는 지표수 의존율이 높아 지표수가 86%, 지하수가 14%다. 따라서 생활오수와 산업폐수에 의한 수자원 오염은 농업활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본격적으로 남북한이 통합되는 통일 과정에 진입할 때 가장 크게 염려하는 부분이 북한의 경제 인프라를 개선하고 재구축하는 비용이다. 북한의 물 문제 해결은 통일 비용 감소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 물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노력하는 것이 북한의 인도적 문제 해결과 통일 비용 감소에 기여하는 길이다.

  때문에 북한 물 문제를 지금 수수방관하면 나중에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북한 물 문제 관리와 해결은 북한 주민의 삶의 질 향상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사안이다. 상수원 보호와 정수, 상하수도 시설 정비 등을 통해 북한의 영아 사망률을 낮출 수 있다. 수인성 질병으로부터 북한 주민의 건강을 지킬 수도 있다.

  물 협력은 기본적으로 비정치적인 문제라서 남북의 정치군사 갈등과 별개로 교류할 수 있다. 정치군사 갈등을 완화하는데도 물 분야의 교류 협력이 기여할 수 있다.

  이런 인식에 따라 최근 뜻있는 전문가들이 모여 북한물문제연구회를 발족했다. 북한 지역의 물 문제를 고민하고 연구하기 위해서다. 한반도가 물 문제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필요성을 공감하고, 북한 주민들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고 오수를 적절하게 처리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려고 한다.

  연구회는 북한에 깨끗한 물을 경제적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방안과 간편하게 오수를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것이다. 현지실정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인도적 지원 및 기술지원에도 적극 참여하려 한다. 현지실정에 맞는 상하수도 시설 및 운영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을 통해 국내에 북한 물 전문가도 양성하려 한다.

  물을 매개로 남북한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국제사회와 더불어 고민하고 협력하는 방안도 연구하려고 한다. 이런 취지에 따라 지난 20일에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국내외 전문가를 초청해 북한물문제연구회 창립 기념 국제심포지엄도 열었다.

  북한 물 문제 해결에 관심을 쏟는 일은 통일 시대 우리의 미래에 대한 선제 투자다.

<위 글은 JTBC 2015년 10월 24일(토)자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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