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김용복 교수
[한국일보 칼럼] 김용복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09.1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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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에 희망은 있는가

  새정치민주연합의 집안 싸움은 갈수록 가관이다. 그들의 명분은 총선에서 이기려면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거나, 아니면 혁신안이 원안대로 통과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표가 물러나거나 혁신안이 통과되면 총선과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제1야당의 내부 갈등이 정당 혁신을 둘러싼 논란이 아니라 공천주도권을 둘러싼 계파나 개인의 기득권다툼이라고 본다. 그래서 더욱 실망하는 것이다.

 

  신당이나 분당 논의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당이나 정책보다 계파나 개인의 이익을 우선할 때, 선거에서 이기지도 못하겠지만 이겨도 국민들에게 어떤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제1야당의 내홍을 우려하면서 좀더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첫째, 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의 상황을 보면 과거 일본의 사회당 이미지가 떠오른다. 38년 자민당 장기집권이던 55년체제에서 사회당은 늘 제1야당이었다. 사회당은 집권을 목표로 선거전략을 세우고 정책적 연합이나 정당연합을 추구하려는 적극적인 의지와 동력이 약했다. 이런 상태가 사회당을 만년 제1야당에 안주하게 만들었고, 집권당과 경쟁하기보다 내부 이념투쟁에 집중하는 정당이란 평가를 낳았다.

  일본의 한 학자는 자민당과 사회당을 각각 서로 다른 링에서 싸우는 파트너라고 비유했다. 사회당이 자민당을 파트너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제1야당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링 위에서 싸우는 정당이라는 혹평이었다. 경쟁자가 새누리당인지 아니면 내부 계파인지 혼동될 정도인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을 보면서 과거 일본 사회당이 떠오르는 것은 기우일까?

  둘째, 정당은 집권을 목표로 경쟁하는 정치단체이고, 집권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 이념, 정책을 제시하여 지지를 확보하고자 한다. 집권 3년차인 박근혜정부의 무능과 정책실패에 대해 많은 비판을 해왔지만, 정작 새정치민주연합이 집권하면 무엇이 달라질지에 대한 희망과 대안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제1야당에게서 통일된 정책과 이념이 보이지 않고, 나아가 내부 갈등이 정책과 노선 경쟁이 아니라 기득권을 둘러싼 것으로 비추어질 때 국민들의 지지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다. 제1야당의 갈등이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내부 진통이길 바라는 것은 지나친 희망일까?

  셋째, 정당지도자들이 갈등과 분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1야당의 대통령 후보를 지낸 분들이나 그것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보여준 계파적, 이기적 행태들은 지지했던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을 주었다. 대승적이고 자기희생적인 모습으로 위기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총선 국면에서 특정지역, 당직, 현직 기득권을 지키려는 발언과 행태들로 당내 갈등을 오히려 심화시켜왔다. 여러 해석이 있지만, 불출마 선언을 한 새누리당 최고위원같이 정당을 우선시하는 지도자들의 희생적인 모습은 국민들의 기대감을 되살리는 기폭제가 되기도 한다. 계파 보스보다는 정당의 지도자, 국민의 지도자가 되길 바란다면 더욱더 자기희생적인 리더십을 보여줄 시점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거 야당들은 지난 몇 번의 선거에서 과도하거나 감정적인 발언으로 국민들의 실망을 사거나 비판 받은 경험이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최근 당내 구성원을 향한 발언은 상대방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감정적인 상처를 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원내대표가 당대표에게 유신 운운한 것도, 싫으면 당을 떠나라는 발언도, 혁신안이 통과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패했다고 단정하는 것도 내부 갈등의 감정화를 부추기는 것이다. 이성적인 토론과 비판은 정당을 역동적이고 생산적으로 만들지만, 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은 정당 내는 물론이고 정당 밖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제1야당의 위기가 한국 정당정치, 나아가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런 우려와 단상들을 적어 본다. 제1야당의 내홍이 좌절보다는 새로운 희망을 주는 방향으로 해결되어 가기를 기대해본다.

<위 글은 한국일보 2015년 9월 16일(수)자 31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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