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칼럼] 최동호 석좌교수
[경인일보 칼럼] 최동호 석좌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09.0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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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탄신 60회를 축수하며

  어머님 탄강일마다 춤을 추리라

  “색동옷 입고 재롱도 부리고파”

  어머님 기쁨 위하는 정조의 효심

  회갑연서 빈객 앞에 시 지어보여

  역시 1795년 을묘년 원행에서 어머니의 탄신을 축수하며 참여한 여러 빈객에게 보인 시다. 앞서 소개한 시가 음식을 올리면서 신하들에게 보인 시라면 이 시는 스스로 어머님의 회갑을 축복하고 그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구름같이 모인 여러 사람에게 보인 시다.

  첫 부분은 회갑연의 역사적 의미를 말하고, 구름처럼 운집한 하객들이 어머님께 축복하는 장면과 손자들과 함께 벗하며 노는 어머님의 노년의 기쁨을 서술하고 있다. 봉수당에서는 공식적인 축하 행사를 하고 장락전에서는 손자를 비롯한 친족들과 함께 잔치를 즐기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 동방에 처음 있는 경사이니 吾東初有慶

  회갑일에 만세의 축수 올리노라 花甲萬年觴

  바로 오늘 자궁께서 탄강하셔서 是日虹流屆

  하객들 구름처럼 모여 축복하고 如雲燕賀張

  장락전에선 손자들을 벗으로 삼고 含飴長樂殿

  노래자는 피리소리에 춤을 추네 被管老萊章

  화 땅에 있었던 넘치는 축복 속에 觀華仍餘祝

  깊은 은혜가 사방팔방에 펼쳐지네 覃恩曁八方

  노래자가 등장하는 6행에서 이 시는 절정에 이른다. 노래자는 초(楚)의 효자로, 70세가 넘도록 양친이 살아 있어 어버이를 즐겁게 하기 위해 그 앞에서 색동옷을 입고 어린아이 몸짓으로 춤을 춘 것으로 전해지는 인물이다.

  이 시에서 노래자는 정조 자신을 가리킨다고 봐야 한다. 시의 문면으로 본다면 정조가 효심을 표하기 위해 피리 소리에 맞춰 춤을 췄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마무리에 해당되는 7~8행에 이르러서는 다시 요임금의 고사가 전하는 관화(觀華)의 고사가 인용된다. 화 당에 간 요임금을 위해 마을 사람들이 ‘수(壽), 부(富), 다남자(多男子)’ 세 가지로 축복했다는 이야기가 반복된다.

  백성들이 요임금을 축복했던 것처럼 어머님의 깊은 은혜가 사방팔방에 펼쳐지기를 소망하는 정조의 바람도 여기에 담겨 있다.

<위 글은 경인일보 2015년 9월 7일(월)자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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