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칼럼] 안차수 교수
[경남도민일보 칼럼] 안차수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08.31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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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디지털 혁신과 저널리즘의 미래

  디지털 혁신 성공 사례 지역에도 존재…'지역언론 미래 콘퍼런스'개최 어떨까

  지난 26일 서울에서 열린 '2015 저널리즘의 미래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미디어오늘>이 창간 20주년을 맞아 위기에 처한 저널리즘의 고민을 모색하고자 마련한 자리다. 언론의 위기를 다루는 회의지만 실제로는 이틀 동안 800여 명을 대상으로 34개의 강의를 강행군한 재교육 프로그램이다.

  난 그동안 미디어 변화에 무심했기에 밀린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강의에 임했다. 키워드는 혁신이다. 다양한 분야의 도전과 혁신 사례들이 무대에 올랐다. 모바일 콘텐츠, 피키캐스트, 스브스뉴스, 넷플릭스, 유튜브, 빅데이터, 네이티브 애드, 로봇저널리즘, 3D 프린터, 드론저널리즘, 팟캐스트, 인포저널리즘, OTT, O2O, CCL 등이 소개되었다. 유익한 자리였다.

  여러 처방과 방향 제시에도 저널리즘의 미래는 여전히 불안하다. 한국 언론은 디지털 혁신을 받아들이는 과제와 더불어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언론 본연의 역할을 외면했고 미디어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류 언론의 이념 편향과 공중파 방송의 파행이 거듭되면서 저널리즘의 위기는 외부가 아닌 스스로 자초한 셈이다. 포털의 뉴스 장악 그리고 낚시성 기사와 어뷰징이라는 복제 뉴스의 도배현상은 디지털 대응의 실패이기도 하지만 위기의 근원은 저널리즘의 역할 상실과 관련이 깊다.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 이번에도 기자들은 질문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언론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벌써 네 번째다. 대통령의 소통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제쳐 두고라도 언론이 방청객이 되어 들러리를 서는 진풍경을 어떻게 이해할까? 저널리즘의 퇴락을 디지털 혁신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언론의 본질에 충실하면서도 생존과 발전을 거듭하는 언론들이다. 미디어다음의 뉴스펀딩은 2014년 9월 8개 프로젝트로 시작하여 불과 10개월 만에 20억 원의 모금이 이루어졌다. 기사에 대한 자발적 기부로 놀라운 수치다. 대표적인 탐사 저널리즘인 뉴스타파는 3만 5000명의 후원 회원에 의해 운영되고, 국민TV는 2만 8000명의 조합원에 의해 권력과 광고로부터 자유롭게 저널리즘을 펼치고 있다. 대안 언론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아이디어의 참신함과 함께 저널리즘의 본질에 대한 목마름이기도 하다.

  행사 무대에 지역언론은 초대받질 못했다. 혁신 모델을 서구와 서울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는 생각이라면 유감이다. 뉴스펀딩에서 풍운아 채현국 선생의 이야기가 언급되었고, 언론의 블로그 브랜드에서 경남도민일보가 모범으로 제시되었다. 에버그린 콘텐츠라는 디지털 혁신을 처음 시도한 곳 역시 이 신문이다.
 
  저널리즘의 본질에 충실하면서 디지털 혁신을 끊임없이 추진하는 성공적 모델은 지역에도 존재한다. 지역의 신문과 방송, 그리고 다양한 디지털 벤처들의 혁신 사례는 풍부하다. 지역의 모든 언론이 저널리즘의 본질과 혁신을 선보이는 '지역언론의 미래 콘퍼런스'를 계획해보면 어떨까?

 

<위 글은 경남도민일보 2015년 8월 31일(월)자 11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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