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기고] 김영훈 교수
[매일경제 기고] 김영훈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08.25 0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기의 `조선업 빅3` 아직 기회있다

  최근 세계 조선업계 `빅(Big)3`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경영손실이 올해 상반기까지 8조원에 달한다는 뉴스가 전해져 국민을 깜짝 놀라게 했다.

  2008년 미국발 국제 금융위기로 세계 선박시장이 불황의 늪에 빠지자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 시장에 눈을 돌렸다. 당시 가동 중인 해양플랜트 노후화에 따른 대체 수요, 고유가 행진으로 인해 심해저 해양자원개발 수요가 확대되는 분위기였다.

  우리나라는 대외적 신뢰도가 높은 선박건조기술과 세계적으로 해양플랜트를 제작할 수 있는 대형설비를 갖추고 있어 유리한 환경에 있었다. 게다가 1980년대부터 일부이기는 하지만 오일 메이저가 제공하는 설계도면을 바탕으로 시추플랫폼 등의 제작건조 경험도 있어서 빅3는 2010년부터 전체 수주량의 50% 이상을 해양플랜트로 채웠다.

  그러나 해양플랜트의 경험적 기술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원가 대비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설계엔지니어링과 핵심장비를 해외에 의존하면서 실질적인 경영수익은 한계를 보였다. 물론 자체 설계엔지니어링 확대, 국내 장비의 국산화 등 자체적인 노력을 하였으나 설계 변경, 공기 지연 등의 추가 비용에 따른 경영손실이라는 엄청난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절망하기는 이르다. 2013년부터 세계 조선경기가 2008년 이전의 절반 수준이기는 하나 지속적으로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해양환경 보호를 위한 각종 국제 규정이 강화되고, 친환경적인 LNG선의 꾸준한 발주, 운임 경제성을 고려한 상선의 초대형화, 친환경 고성능 선박 등이 최근 선박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중국은 2008년 이후에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특히 선박금융지원을 통한 저가 공세를 펼쳐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건조기술력을 강화하면서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다. 일본은 벌크화물선을 중심으로 한 일부 상선의 차별적 경쟁력과 최근에는 엔저 효과를 활용하여 경쟁하고 있다.

  작년과 올해 1~5월 중 선박을 1척이라도 수주한 조선소를 국가별로 보면 우리나라는 작년에 14개 조선소에서 올해 15개 조선소로 큰 차이가 없으나 중국은 59개 조선소에서 20개 조선소로, 일본은 48개 조선소에서 15개 조선소로 대폭 줄어든 상태다.

  선박금융지원을 비롯한 외부 환경적인 역량을 제외하면 우리나라 기업의 자체적인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높다. 올해 들어 2만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수주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세계 해운시장은 친환경 고성능 선박(Eco-Smart-Ship)이 좌우하고 있다. 자국선은 자국에서 건조한다는 경쟁국 중국의 국영 해운업체도 우리나라 조선소에 발주하는 사례가 나오는 이유다. 그만큼 우리나라 조선기술이 인정받고 있으며 초대형 원유운반선·초대형 컨테이너선·가스운반선 등 상선 분야에서 중국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과가 좋다.

  세상에 사양화하는 산업은 있어도 사양산업은 없다. 기존 기술에 혁신적인 유망기술을 결합하여 보다 혁신적인 제품을 생산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조선기술에 ICT, 신소재 등의 기술융복합화, 수요 창출형 신개념 제품 개발 등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더욱 필요한 시기다.

  해양플랜트 시장을 포기할 수는 없다. 향후 성장 잠재력이 높고 동일 선형 선박에 비해 부가가치가 최소 5배 이상 되는 기술집약형 구조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업의 주력 제품을 균형적으로 더욱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중소형 조선소를 대상으로 하는 범형 상선인 중소형 유조선, 산적화물선 등은 국가 산업적 차원에서도 집중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이 절실하다.

  이러한 중소 조선 분야 육성이 경쟁국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면서 산업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몇 안 되는 산업인 조선해양산업, 산학연 및 정부의 자기희생적인 협력과 지원이 있다면 향후에도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위 글은 매일경제 2015년 8월 25일(화)자 34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