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칼럼] 김재구 교수
[경남신문 칼럼] 김재구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07.22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스포츠과학 이야기 ④ 페널티킥의 비밀

  공 움직이는 시간 0.5초 … 골키퍼 반응시간 0.75초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팀은 연장전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승부차기로 우승팀이 가려졌다. 프랑스 두 번째 키커 트레제게가 오른쪽으로 찬 볼이 골 포스트 상단을 때리고 튕겨 나왔고, 이탈리아 다섯 번째 키커 그로소가 침착하게 성공시켜 5-3으로 프랑스를 물리치고 이탈리아가 극적으로 우승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8강전에서 한국은 스페인을 승부차기에서 5대4로 격파하고 4강 신화를 만들었는데 마지막 키커 홍명보 선수가 골을 성공시키고 환호하는 모습은 지금도 온 국민들 가슴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페널티킥은 잘해야 본전이고, 실패하면 역적이다”라는 말을 할 만큼 선수에게는 아주 힘든 상황을 안겨준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축구 전문가들은 다양한 연구를 했다.

  페널티킥을 차는 순간을 시간에 따라 분석하면 평균적으로 공이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시간은 0.5초이고, 세계 정상급 골키퍼가 반응하는 시간은 0.75초다. 결국 킥이 정확하다면 아무리 우수한 골키퍼가 방향을 옳게 예측해도 막아낼 수 없다.

 


  ‘축구의 과학’을 지은 존 웨슨은 다음의 4가지를 페널티킥 성공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페널티박스 끝부분에서 5~6걸음의 도움닫기해 키커가 공에 접근하는 각도는 20~30도, 공의 속도는 최하 시속 100㎞, 방향은 골포스트에서 50㎝ 안쪽이다. 정확하게만 찰 수 있다면, 우수한 골키퍼도 막기 어려운 것이 페널티킥이다.

  또 존 웨슨은 거리에 대해서도 연구했다. 골대에서 11m 떨어진 지점에서 찰 때 키커가 성공할 확률은 평균 70%다. 이는 프로선수들의 평균값이며, 골대와 거리가 15m로 멀어지면 50%, 18m는 23%로 성공 확률이 현저하게 낮아진다. 거꾸로 골대와 5m 거리에서 찰 경우에는 98% 이상의 성공률을 보이게 된다. 축구 선수의 최고 슈팅속도를 자랑하는 선수 중 한 명인 브라질의 킥의 명수 카를로스가 기록한 시속 150㎞로 널리 알려졌다. 일반 축구선수는 70~110㎞ ,국가대표급 우수선수는 120㎞ 이상으로 속도를 낼 수 있다. 따라서 11m에서 페널티킥은 거리를 고려할 때 공이 골 라인을 통과하는 시간은 0.30~0.39초 정도 소요된다.

  골키퍼가 슈팅을 막아내는데 중요한 요인이 되는 반응시간을 측정한 결과 손 만 움직이는 반응시간은 약 0.20~0.35초 정도 소요되는데 골키퍼가 몸 전체를 움직여서 공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반응시간은 더 소요될 것이다. 골키퍼가 막아내야 하는 좌우 폭 7.32m의 절반인 3.66m범위의 움직임이 요구되는 반응시간은 0.42~0.50초를 나타냄으로써 페널티킥의 경우 정확성만 있다면 이론상으로는 충분히 성공시킬 수 있다. 하지만 축구경기에서 세계적인 우수 선수가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것을 자주 볼수 있는데 차는 사람의 심리 상태, 컨디션, 경기장 환경 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처럼 페널티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성공 확률이 높은 방향과 슈팅 자세 등이 도출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선수 개인의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위 글은 경남신문 2015년 7월 22일(수)자 21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