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경남시론] 김근식 교수
[경남신문 경남시론] 김근식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04.1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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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논란과 안보 딜레마

  첨예한 사드 논란을 보면서 우리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사드의 기술적 성능과 효용성과 비용문제는 그리 중요치 않다. 북의 미사일 위협능력을 억지하고 실제 대남 공격의지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효과는 적지 않다. 미중 간 눈치 보기와 줄타기 속에서 사드 배치 여부와 적정 시기를 고민하는 것도 세력전이라는 동아시아 국제질서에만 집중하는 것이다.

  오히려 지금의 사드 논란은 한반도가 무제한의 군비경쟁 모드로 빠져들고 있음을 드러내는 극적인 사례다. 광복 70년을 맞는 지금에 한반도는 평화와 화해와 협력 대신 적대와 대결과 대치로 점철되어 있고 남과 북은 돌이키기 힘든 군비경쟁의 덫에 걸려 있다. 언제부터인가 북핵위협은 이제 군사적 무기와 기술로만 대응하는 것으로 자리 잡았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와 협상, 설득과 압박은 실종된 지 오래고 6자회담과 북미협상은 무용론과 전략적 인내로 서랍 속에 내팽겨쳐져 있다.

  사드 배치의 근거가 되고 있는 북한의 최근 미사일 위협의 증대는 2013년 한반도 위기 당시 미국의 전략 핵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에 나타난 이후 북의 군사적 대응으로 시작됐다. 한반도에 미국의 핵무기가 전개될 수 있다는 실제 상황이 북으로 하여금 핵과 미사일의 결합을 앞당기고 다종다양한 미사일 능력의 진화를 정당화시킨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도 북의 최근 수년간 미사일 위협 증대를 이유로 미국판 미사일 방어의 결정체인 사드 배치를 논의하고 있다. 만약 사드 배치가 결정된다면 당연히 북한은 더욱 높은 수준의 핵미사일 능력과 사드를 넘어서는 군사적 기술 향상에 돌입할 것이다. 더욱이 사드 배치는 중국의 군비경쟁도 더욱 부추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안보담론에 매몰된 군사주의적 접근과 무제한적인 군비경쟁은 우리의 안전과 안보를 보장해주지 못한다. 지구상에 군사적 무기와 억지만으로 절대 안보가 보장되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북의 핵위협이 심각하고 그에 따라 우리의 안보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그것이 북핵 정책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6자회담과 북핵협상이 애초부터 불가능한 것으로 치부해버리고 군사적 억지에만 집중하게 되면 이른바 ‘안보 딜레마’에 스스로 빠져들게 됨을 인식해야 한다.

 


  상대 국가의 방어적 군비 증강이 자국에 대한 안보위협으로 간주되고 이로 인해 방어적 군비증강으로 맞대응하게 되면 상대 국가도 자국에 대한 안보위협으로 인식함으로써 양국은 끝도 없는 군비경쟁에 돌입하게 된다. 자신의 안보를 증진시키려는 행위가 상대방에게는 안보 위협으로 인식되는 ‘안보 딜레마’는 결코 군사적 억지력과 군비 증강만으로 국제정치에서 평화가 정착될 수 없음을 설명하는 예리한 분석이다.

  안보딜레마는 무제한의 군비경쟁만을 초래하게 되고 그럼에도 상대방에 대한 극한의 불안감만 지속적으로 증폭된다. 사실상 군사적으로 완벽한 절대 방어란 불가능하고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군비가 증강되고 최첨단의 무기가 배치되고 군사력이 최고조로 강화되지만 여전히 안보는 불안하고 미약하다. 군사적 억지에만 의존하는 안보는 그래서 절반의 안보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군비경쟁과 안보 딜레마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한반도를 평화와 화해와 협력의 지대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남북 모두 평화의 가능성을 포기하고 군사주의의 맞대결로 달려간다면 그 끝은 파국일 수밖에 없다. 무제한의 군비경쟁과 끝도 없는 안보 딜레마는 결국 전쟁이라는 파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한반도 평화체제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져 버린 지금 평화의 가능성과 평화의 힘과 평화의 노력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군비경쟁으로 지켜지는 국가가 아니다.

<위 글은 경남신문 2015년 4월 13일(월)자 23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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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형대 2015-04-13 15:30:24
사드 논의는 여러 국면들에 대한 견해를 필요로 한다. 우리가 하나의 주장을 가지기 힘든 이유다. 김교수의 시론 도입부는 결말과 달리 사드 배치에 의견을 같이하는 것 같아 혼란을 준다. 둘째로 북과의 협상이 핵위협이라는 군사력의 열세에 놓인 상태에서 진정한 평화유지를 위한 노력이 얼마나 가능한가 궁금하다. 우리의 체제 유지가 절대적 명제인 이상 이를 지키기 위한 군사적 힘의 균형이나 우위가 필요한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