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칼럼]이수훈 교수
[경향신문 칼럼]이수훈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03.2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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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논의, 답은 가까운 데 있다

  일종의 금기처럼 취급되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주 내내 한국 사회 전체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놓고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곧 한국과 미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사드 배치를 협의할 모양이다. ‘전략적 모호성’은 폐기되고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현실이 목전으로 다가오고 말았다.

   사드 배치는 너무나 엄중한 선택이기 때문에 많은 논의를 거친 끝에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일이다. 비밀주의가 강한 국방부에 이 문제를 맡겨두어서는 안된다. 활발한 공론을 거쳐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사드 배치에는 안보적 측면과 외교적 차원에서 따져보아야 할 여러 이슈들이 포함되어 있다. 필요, 효능, 비용, 주변국 외교로 나누어 살펴보자.

  첫째, 지금 사드를 배치할 필요가 있느냐의 문제다. 사드 배치의 일차적 배경으로 꼽히는 것이 북핵무기의 위협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통해 미사일에 탑재할 만큼 핵무기 소형화에 성공했느냐는 문제이다. 북한의 주장을 빼고 나면 아직 입증된 바 없다. 북핵 전문가들의 견해는 아직 그런 기술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존하지 않는 위협을 염두에 두고 방어 무기를 도입하는 꼴이 된다.

  둘째, 사드의 효능성 문제다. 한반도와 같이 종심이 짧은 지형에 적정한 무기체계냐라는 문제도 곁들여 있다. 사드의 효능 역시 입증된 바가 없다. 제조회사의 자료만이 효능을 내세운다. 전 세계적으로 단 세 곳에 배치되었을 뿐인 최첨단 무기체계가 사드다. 효능이 검증되지 못한 무기를 들여올 만큼 미국이나 한국의 재정이 여유롭지 못하다.

  셋째, 비용의 문제다. 사드 1개 포대를 구축하는 데 1조원에서 2조원가량의 돈이 든다. 사드 찬성론자들은 미국이 자신의 비용으로 들여온다고 하는데 미국에 이런 예산은 없다. 2013년부터 재정적자 탓에 시퀘스터가 발동되어 국방 예산이 매년 삭감되고 있는 형편이다. 날로 악화되어 가는 한국 정부의 재정 사정에 비추어 이런 천문학적 돈을 들일 수 없다. 비용 부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 세밀하게 따져야 한다.

  넷째, 외교적 차원의 문제로서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격렬한 반발이 있다. 지난해 7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이후 중국 국방부장이 나서고 급기야 외교부장조리가 나서기에 이르렀다. 중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MD, 즉 미사일방어에 가담하는 행동으로 여긴다. 그리고 한·미·일 3각 안보동맹체제가 대중국 봉쇄책으로 구축된다고 간주한다.

  필자가 수년간 접한 중국 전문가들은 한국의 MD 편입을 한·중관계의 레드라인이라고 말해왔다. 그 선을 넘게 되면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가 깨지고 한국이 엄청난 곤란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경제적인 보복이나 안보적 위협을 생각해볼 수 있겠고 북·중관계를 통해 우리를 괴롭힐 수도 있을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사드 배치 딜레마의 근본 원인이 북핵무기와 적대적 남북관계라는 점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 사드를 배치하자는 것은 이 근본적 문제를 오직 안보 논리와 첨단무기 구비로 대응하자는 발상이다. 이 발상은 병법으로 보더라도 하책에 속한다. 상책은 싸우지 않고 이기는 길, 즉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있다.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심 어린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낸 대가가 사드 배치를 하느냐 마느냐 하는 딜레마로 나타났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 신세를 피하는 법이 쉽지는 않다. 한반도에 주어진 숙명과도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개입되는 빌미는 주로 한반도 상황과 관련되어 발생한다.

  이번 사드 딜레마도 결국 북핵문제와 악화된 남북관계가 빌미가 되어 생겨났다. 우리가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강력한 목소리를 내긴 어려울지 몰라도 북한을 잘 상대하여 남북관계를 원만하게 관리할 정도는 된다. 이렇듯 답은 의외로 가까운 데 있다.

<위 글은 경향신문 2015년 3월 23일(월)자 31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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