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칼럼] 임을출 교수
[국민일보 칼럼] 임을출 교수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03.12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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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위기, 기업간 공조가 해법

“입주기업들이 연대해 임금인상 요구 등 北의 일방적 조치 철회되도록 노력해야”


  개성공단 기업들이 다시 칼끝 위에 섰다. 북한 측이 입주기업의 생존에 매우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방적 조치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경쟁력의 핵심인 북한 근로자의 월 최저임금에 대해 북측은 이달부터 70.35달러에서 74달러로 인상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을 고치면서 ‘우리 측과 협의 없이 북한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고 통보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2013년 8월 개성공단 재가동 당시 서명한 남북 합의서에는 ‘남과 북은 개성공단 내에서 적용되는 노무·세무·임금·보험 등 관련제도를 국제적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간다’고 규정돼 있다. 아울러 법규 개정 등은 반드시 남북 간 사전 협의를 위한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을 통해 하기로 합의했다. 산하에 필요한 분과위원회도 두기로 했다. 하지만 개성공단의 현실은 국제화와 점점 멀어지면서 갈수록 퇴보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개성공단 법·제도를 둘러싼 북한의 거친 공세는 5·24조치 해제 등 우리 정부에 대한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압박과 무관치 않다. 또한 이는 북한의 경제적 실리 극대화 전략과도 연결돼 있다. 개성공단에 기업들이 새로 입주하거나 투자를 확대해야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데 5·24조치 때문에 추가 투자가 안 들어오니 북한은 무리한 규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기존 입주기업들을 쥐어짜서라도 수익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인들의 불안감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현지 기업들이 북한의 임금인상 요구에 마냥 거부하면서 버틸 수만은 없다. 개별기업들은 당장은 정부의 지침대로 임금인상 수용 요구를 거부하면서 버틸 수 있지만 생존과 직결된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북측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근로자 공급권과 인사권을 쥐고 있는 한 기업들의 운신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입주기업들의 보다 심각한 위기감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남북관계 경색이 길어지면서 북측의 일방적인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계속 끌려갈 경우 조만간 개성공단의 경쟁력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데서 나온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남북관계가 꽉 막힌 현실에서 지금 개성공단의 운명은 입주기업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들이 강한 연대의식을 갖고 확고한 공조로 북측의 일방적 조치를 막아야 한다. 일방적 조치들이 개성공단을 비롯해 북한 지도자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발구 개발을 위한 외자유치에 얼마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철회를 설득해야 한다. 개성공단에서 남한 기업들이 실패하면 북한의 외자유치 전략은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고, 국제사회에서 북한 정권의 신뢰성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점을 기업들이 한목소리로 경고해야 한다.

  현지 입주기업의 협상력은 정부와의 긴밀한 공조에서 나온다. 정부가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줘야 기업은 자신감을 갖고 북한을 맞상대할 수 있다. 기업들이 개성공단의 발전을 위해 북한 당국의 잘못된 조치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다가 손해 보는 일이 생기면 정부가 실효적으로 보상해주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업 간 공조와 기업·정부 간 실질적 공조는 유지되기 어렵다. 개성공단 하나를 바로 세우지 못하면 지금 정부가 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통일기반 조성사업도 공염불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위 글은 국민일보 2015년 3월 12일(목)자 22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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