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신문 인터뷰] 박재규 총장
[경남신문 인터뷰] 박재규 총장
  • 경남대인터넷신문
  • 승인 2015.02.1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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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사업 발굴·집중육성해 명문사학 만들겠다”

 
<경쟁력 강화 방안은>
통일안보·방위산업·도시재생 집중 육성
맞춤형 교육·현장 실무교육 활성화
융복합형 전공 개발해 수요에 능동 대처

<남북·북미관계 전망>
신뢰 회복 역점 두고 남북대화 적극 시도
고위급 접촉 통해 정상회담 이끌어내야
남북관계 개선없인 북미관계도 개선안돼

<지역원로의 한마디>
젊은이들은 꿈 향한 열정·도전정신 갖고
지도자들은 소통 통해 공감 이끌어내야
갈등·현안 해결 위해선 ‘열린 마음’ 필요

  먼발치에서 언론보도를 통해 접하는 박재규 경남대학교 총장의 이미지는 이지적이고 날카롭다. 통일부 장관, 남북정상회담 추진위원장, 세 차례에 걸친 대통령자문 통일고문 역임. 복잡한 북한문제와 세계정세를 동시에 관망할 줄 아는 눈을 가진 몇 안 되는 학자이자 실무자로서 그가 지금껏 다져온 입지는 확고하다. 이뿐 아니라 그는 13만 동문과 70여 년 역사를 지닌 종합대학을 이끄는 수장이자 경남에 산재한 현안을 푸는 혜안과 식견을 지닌 지역 원로이기도 하다.

  박 총장의 제10대 총장 취임에 즈음해 대학 운영에 대한 포부와 최근 남북관계에 대한 견해 등 전반적인 근황을 나누고자 정오복 경남신문 사회부장이 자리를 함께했다. 박 총장은 다소 심각한 질문에도 시종일관 온화한 미소로 말문을 열어 곧바로 핵심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대화를 풀어나갔다. 그런 박 총장의 모습은 이지적이고 날카로운 ‘지략가’보다는 부드러움과 카리스마를 함께 지닌 ‘신사’에 가까웠다. 다음은 박 총장과 정 부장이 나눈 10문 10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10대 총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연일 바쁜 행보를 하시는데, 근황은 어떠신지요.

  요즘 한국 사회에서 대학 총장직은 ‘3D 직업’에 속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저출산 현상에 따른 학령인구 저하로 초대형 ‘교육 쓰나미’가 닥칠 것을 예견하고 오래전부터 나름대로 준비해 왔습니다만, 그 파고가 상당히 높습니다. 어느 대학이든 곧 닥칠 신입생 부족 사태를 어떻게 극복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지요. 우리 대학도 양적·질적으로 구조개혁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만, 전공 통폐합 과정에서 구성원 간의 갈등을 지혜롭게 해결하는 일이 무엇보다 어렵지요. 대학들은 상당한 재정 압박도 겪게 될 것입니다. 수도권보다 지방대학이 더 심각하겠지요. 우리 대학이 지역을 넘어 명실상부 ‘교육이 강한 명문 사학’으로 발전할 수 있게끔 교육 체질을 혁신하기 위해 몰두하면서 대학의 책임 경영자로서 고뇌의 시간을 많이 보냅니다. 대학의 생존과 발전이 걸린 사안인 만큼 냉철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 구성원들이 더욱 화합하고 단결할 수 있도록 애를 쓰고 있습니다.

●2015년 신년사에서 대학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선택과 집중의 투자’를, 학생역량 신장을 위해 ‘학생 성장 최우선 주의’를 강조했다.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지요.

  정부 재정 지원을 받고 있는 대학 특성화 사업(CK-Ⅰ)과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 참여 학과를 중점 육성할 계획입니다. 또 평생 직업 교육의 확대, 아세안 국가 유학생 유치 활성화, 인터넷 기반 대학 교육의 변화 등에 발 빠르게 움직일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기존 경쟁력 있는 학문 분야를 중심으로 융복합형 전공을 개발하면서 사회 인력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것입니다. 졸업생의 활동 분야에서 요구되는 핵심역량을 반영해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지역의 기업과 연구소와 연계해 현장 실무 교육도 활성화하겠습니다. 무엇보다 학생이 자신의 능력과 특성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상담과 진로 지도를 철저히 해 창의성과 인성을 겸비한 졸업생들을 배출하는 데 역점을 둘 것입니다.

●대학의 위기다. 대학구조 개혁 방안에 따라 2023년까지 16만 명 대학정원을 줄여야 한다. 이에 대비해 경남대학교가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요.

  우리 대학은 지난 10여 년 전부터 이를 대비해 온 만큼 어느 정도 체질 개선이 됐습니다. 그렇지만 사회적 수요가 급격히 감소한 분야나 유사한 학과는 통폐합이 불가피합니다. 현재 각종 객관적 지표와 전공 학문에 대한 미래 수요를 감안해 합리적인 구조 개혁 원칙과 절차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특성화 교육 분야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집중 육성해 구조 개혁의 파고를 넘을 것입니다. 대학은 긴축 재정을 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정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 불요불급한 지출을 억제하고 교육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경남대학교의 다양한 특성화 사업 유치 소식 들었다. 특별히 독자에게 소개하고픈 사업이 있는지요.

  잘 아시다시피 작년 대학 특성화 사업(CK-Ⅰ)에 통일안보, 식품, 관광, 도시재생 등 4개 사업단이 선정됐습니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한 우리 대학의 명성은 잘 알려져 있지만, 이번에 선정된 국방산업과 도시힐링 특성화 분야는 주목할 만합니다. 우리나라 방위산업체의 60%가 위치한 지역 특성을 살려 앞으로 국방산업은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 대학은 2012년도 국내 최초로 방산 기계공학전공을 신설했으며, 현재 도내 7개 방위산업 중견·중소기업과 산학협약에 의한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도시재생 특성화 사업은 구(舊) 마산시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 정부·지자체와 함께 우리 대학이 지닌 도시힐링 소프트웨어를 집중 투입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대학이 지역 발전에 직접 뛰어든 대표 사업으로서 ‘교육부 대학 특성화 우수 사업’으로 선정됐을 뿐 아니라 ‘전국 인문사회 산학협력 선도 모델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대기업이나 공무원 취업에만 매달리는 청년,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않으려는 청년들이 많다. 이들의 도전정신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전달해 주시길.

  대학 총장으로서 청년들의 취업을 생각하면 늘 마음이 무겁습니다. 기본적으로 취업은 국내외 경제 사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대학만의 노력으로는 쉽게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최근 기업의 탈(脫)스펙 인재 채용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현실을 변화시키는 것은 대학생들의 꿈을 향한 ‘열정’과 ‘도전’입니다. 저는 우리 대학의 상징인 ‘한마(汗馬)’를 언급하면서 청년들에게 ‘열정의 힘’을 강조합니다. 한마는 피 같은 땀을 흘리며 하루에 천리를 간다는 명마를 가리킵니다. 달리는 힘이 얼마나 센지 돌을 밟으면 자국이 난다고 했습니다. 도전 없이 청년 시절을 보낸다면 평생을 달려도 명마가 될 수 없는 법입니다.

●신년 들어 김정은 제1위원장은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데 따라 남북정상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등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의지를 표했다. 금년에 남북관계 정상화와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지요.

  남북정상회담 개최 문제에 대해 몇 차례 언급이 있었지만, 북한 측 최고책임자가 신년사를 통해 직접 공개적으로 제안한 것은 처음 있는 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은 올해 내부적으로 체제 정비 마무리와 함께 안정을 도모하고 대외관계 개선을 확대해 나가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도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이 분단 고통 해소와 평화통일의 길을 여는 데 도움이 된다면 할 수 있고 전제조건은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남북 당국 간 고위급 접촉부터 우선 이뤄져 상호 협력을 통한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등 분위기 조성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특히 남북 간 상호 신뢰를 쌓는 과정과 함께 주변국들과 6자회담 등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의 진전 등 여건이 성숙되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 미국은 영화사인 소니 픽처스 해킹 주범으로 북한을 지목하는 등 북·미관계가 매우 경색돼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요.

  미국은 북한이 핵문제 해결의 가시적 조치가 있기 전에는 대화할 수 없다는 입장인데, 최근 해킹 문제까지 발생해 북·미관계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은 미국과 긴밀한 공조를 통해 핵과 사이버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남북관계 개선과 함께 북·미관계도 선순환되도록 해 나가야 합니다. 이러한 선순환 관계가 이뤄질 때 북핵문제와 사이버문제 해결도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북·미관계가 개선되지 않고 계속 악화되면 남북관계 개선에도 결코 도움이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을 먼저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이를 바탕으로 북·미관계 개선에 영향을 주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면에서 조건 없이 남북관계 개선에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소극적인 대북정책을 추진해오고 있고, 일본과도 관계가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전환적인 상황을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요.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 특히 ‘드레스덴 구상’에 대해 북한은 흡수통일 전략이라고 오해하고, 통일준비위원회 활동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고 있어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크게 훼손돼 있는 상태입니다. 남북 상호 간 관계 개선의 의지는 피력하고 있지만, 신뢰가 없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무엇보다 상호 신뢰 조성에 역점을 두고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조건과 상황을 따지지 말고 대화 석상에 모든 사안을 올려놓고 허심탄회하게 진지한 논의를 추진해야 합니다. 한편 한·일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아베 총리가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공식 인정하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정상회담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일본 측에서 수시로 입장을 번복하고 모호한 태도를 취하기 때문에 진정성에 대해 의심을 받고 있어서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것입니다. 비정상적 관계의 장기화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매우 우려됩니다. 한·일관계 정상화 50주년이 되는 금년에는 비우호적 관계에서 탈피해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장(長)이 가장 큰 권력을 쥔 1인 중심의 지방자치제가 만연하고, 계층·세대·지역·집단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지만 이를 중재하거나 조정할 수 있는 지역 원로가 많지 않다. 지역의 원로로서 현재 경남이 당면한 문제는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한다고 보는지요.

  지역에 원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불통이 문제이지요. 모든 갈등의 원인은 불통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귀담아 듣는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 귀를 먼저 열어야 하는데, 귀를 닫고 입만 열려 있는 세태가 문제입니다. ‘중용’에는 순(舜) 임금이 평소 누구에게나 묻기를 좋아했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천하의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누구에게나 묻기를 좋아했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말을 경청했다는 뜻이지요. 무엇보다 지역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들이 도민의 행복을 위해 소통의 힘을 믿고 실천해 가야 합니다. 스스로 먼저 귀를 연다면 경남이 당면한 어떠한 난제라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 전반에는 당파적이고 소모적인 갈등이 더욱 심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소통을 통한 공감대의 확대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경남신문이 조간으로 전환했다. 독자로서 경남신문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조간 경남신문’을 읽으며 밤사이 일어난 신선한 뉴스를 접합니다. 요즘 종이 신문보다 속보성이 뛰어난 전자신문이 대세입니다. 반면 느린 듯 보이지만 종이 신문의 뉴스는 독자들에게 ‘생각하는 힘’을 가지게 해줍니다. 하루를 새롭게 여는 아침엔 생각하는 힘이 더 활기찹니다. 아울러 우리 지역의 뉴스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경남신문이 도민을 위한, 도민의 사랑을 받는 신문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위 글은 경남신문 2015년 2월 11일(수)자 09면에서 전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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